2021년 현대자동차가 보스턴 다이내믹스를 인수했을 때, 많은 사람들은 로봇 개 '스팟'이 공장에서 용접 상태를 점검하는 정도가 전부일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CES 2026에서 현대차가 공개한 청사진은 그런 예상을 완전히 뒤엎었다. 현대차는 로봇을 인간처럼 만들고, 그 로봇들이 직접 자동차를 조립하게 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현대차는 2028년부터 연간 3만 대 규모의 로봇 생산 체계를 구축하고, 같은 해 미국 조지아주 메타플랜트에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를 투입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현재 아이오닉 5와 아이오닉 9를 생산하는 이 공장에서 아틀라스는 처음에는 소규모 작업을 수행하다가, 2030년에는 본격적으로 부품 조립 업무를 맡게 된다.
CES 무대에서 아틀라스 로봇은 춤을 추고 포즈를 취하며, 인간이 할 수 없는 방식으로 손과 다리, 몸통을 회전시켜 보였다. 현대차 관계자들은 솔직하게 이 시연이 무대 뒤에서 사람이 원격 조종한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그 옆에 정지 상태로 서 있던 파란색 로봇이 실제 양산을 목표로 하는 모델이며, 2년 안에 공장에 배치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로봇이 자동차를 만든다면 사람은 어떻게 되는 걸까. 전 세계 25만 명에 달하는 현대차 직원들에게 이 질문은 피할 수 없는 것이다. CES 현장에서 기자들과 만난 정재훈 현대차그룹 부회장은 이 우려에 대해 직접 답했다.
"로봇 솔루션을 배치할 때 고용 안정에 대한 우려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인간 중심 로보틱스라는 우리의 지향점에서 보여드렸듯이, 협업 측면에서 사람들을 위한 올바른 일을 해야 합니다. 그것은 아마도 더 많은 일자리가 필요하다는 의미입니다."
정 부회장은 로봇을 안내하고, 감독하고, 유지보수할 사람이 필요하며, 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는 새로운 역할도 만들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글로벌 전략을 총괄하는 김흥수 부사장 역시 로봇 노동력 활용이 현재의 인력 계획이 아닌 차세대 공장 구축과 연결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제조 부문을 이끄는 정준철 부사장은 자동화가 소비자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인건비가 현대차 제조 비용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약 5%에서 10% 수준이기 때문에, 로봇 도입이 신차 가격 인하로 직접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신 인간의 실수가 제거되면서 품질과 일관성이 향상되는 것이 소비자가 얻게 될 혜택이라고 설명했다.
휴머노이드 로봇 개발에 나선 자동차 회사는 현대차뿐이 아니다. 테슬라는 수년간 옵티머스 로봇을 개발해왔고, 언젠가 이 로봇이 회사 가치의 대부분을 차지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내놓고 있다. 중국에서는 샤오펑을 비롯한 여러 자동차 업체들이 비슷한 목표를 향해 박차를 가하고 있다.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로버트 플레이터 CEO는 자사가 다른 로봇 기업들과 다른 점을 강조했다. "최근 3~5년 사이에 로봇 회사들이 얼마나 빠르게 늘어났는지 놀라울 정도입니다. 누구나 기계를 조립하고 오픈소스 AI를 활용해 걷게 만들 수 있죠. 하지만 대부분은 여전히 시연 단계에 머물러 있습니다. 우리의 접근 방식은 다릅니다."
플레이터 CEO가 말하는 차이점은 '상업적 성숙도'다. 보스턴 다이내믹스는 올해 로봇 개 스팟 수백 대를 판매하고 약 1억 달러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현대차라는 거대한 제조 역량과 자본력을 등에 업고 있다는 점도 경쟁사들이 갖지 못한 강점이다.
현대차의 로봇 전략은 자동차 공장에서 끝나지 않는다. 보스턴 다이내믹스는 아틀라스를 '로보틱스 애즈 어 서비스(RaaS)' 구독 방식으로 제공할 계획이다. 플레이터 CEO는 고령화로 지출이 급증하고 있는 노인 돌봄 분야를 예로 들며, 휴머노이드 로봇의 활용 범위가 넓다고 말했다.
3조 달러 규모의 글로벌 자동차 산업에서 로봇 자동화는 노동의 역할을 근본적으로 바꿔놓을 것이다. 현대차가 제시한 2028년과 2030년이라는 시간표가 현실이 될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인간과 로봇의 협업이 어떤 모습으로 구현될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
CES 무대 위에서 춤추던 로봇은 아직 사람이 조종하는 시제품이었다. 하지만 2년 후면 그 로봇이 스스로 움직이며 자동차를 만들게 될지도 모른다.
글 / 원선웅 (글로벌오토뉴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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