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나이스비트라라는 미래학자의 책을 모두 읽으면서 흐름을 가늠했었다. 그의 예측은 60~70%는 일치했을 것이라고 추정한다. 그는 시장이 곧 기술이라는 말로 패권의 흐름을 설파했다. 20세기에는 개인용 소통 수단 비용이 증가할 것이라며 휴대폰의 등장을 예상했다. 그는 10년 또는 더 먼 미래를 내다봤다. 그런데 오늘날은 10년 후를 예측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그만큼 미래학자가 부각되지 않는다. 심하게 말하면 소셜 미디어를 통해 던지는 전망이 먹힌다. 그것은 한 해의 전망도 마찬가지이다. 그래서 더 많은 공부를 해야 한다. 넘쳐 나는 정보를 잘 분석하는 역량을 키워야 한다. 그래서 올 해의 전망을 말하기 쉽지 않다. 그래도 작년의 전망을 배경으로 올 해의 자동차산업 트렌드를 짚어 본다. 2026년은 전기차로의 전환이 본격적으로 자리잡는 해가 될 것으로 보인다. 그만큼 중국의 위상은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글 / 채영석(글로벌오토뉴스 국장)
2025년 초 영상 칼럼을 통해 한 해의 전망을 정리했었다. 그 제목을 옮기면 다음과 같다.
1.배터리 가격 인하
2.유럽자동차업체, 3만 달러 이하 저가 전기차 출시
3.서구의 전기차 판매 증가
4.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전기차 증가세
5.혼다 닛산 합병 논의 이후 -스텔란티스와 르노
6.중국 세계 전기차 시장 지배
7.중국 제로섬 게임 본격화 2030년 3,800만대
8.트럼프발 무역긴장 고조
9.중국 자동차업체 인수합병 시도
10.로보택시와 자율주행 기술 발전
누구나 알 수 있는 내용을 정리했는데 대부분 예상대로 진행됐다.
지금 돌아보면 전기차 관련 주제는 다섯 개나 되는데 테슬라를 제목으로 뽑지는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여러차례 언급했지만 일론 머스크에 대한 신뢰도 하락이 주 요인이었다. 초창기 테슬라 본사를 방문했던 기억이 있다. 실체로 다가온 것은 전기차와 에너지 대전환이라는 화두를 제시할 때부터였다. 그리고 2016년부터 ‘1년 후’라는 허언이 계속되면서 그에 대한 신뢰도는 꾸준히 떨어졌다.
지난 연말 일렉트렉이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가 2025년 목표로 설정했던 것들이 모두 실현되지 못했다는 기사를 게재한 것이 그런 생각을 뒷받침해 줬다. 대규모 전기차 확대, 광범위한 완전 자율주행(FSD), 그리고 휴머노이드 로봇의 대량 생산 등이 모두 무산됐다는 것이 골자다. 그것도 2025년에 한정된 것이다. 그동안 수없이 많은 이슈가 등장했다가 연기되거나 사라졌다. 지금은 전기차와 에너지 대전환을 바탕으로 한 ‘지속가능한 풍요’ 대신 ‘놀라운 풍요’라는 용어를 동원했다. 더 이상 환경이나 기후 위기가 초점이 아니라는 것이다. 범용 휴머노이드 로봇 옵티머스와 인공지능(AGI)이 그 자리를 차지했다.
테슬라의 2024년 판매가 10년 만에 처음으로 감소한 후, 일론 머스크는 2025년에는 20-30%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지금 추세대로라면 약 163만대로 2년 연속 감소했다. 이는 전 세계 전기차 판매가 25% 증가한 것과 비교되는 것이다.
지난 7월에 올해 말까지 미국 인구의 절반 정도에서 자율주행 라이드헤일링이 도입될 것이며, 도로 위에 100만 대가 넘는 로보택시를 보유할 것이라고 했지만, 역시 현실화되지 않았다. 나중에 오스틴에 500대의 로보택시를 갖출 것이라 했다가 이후 약 60대로 수정했다. 현재 오스틴에는 안전 모니터가 필요한 약 30대의 로보택시만 운영되고 있다. 그것도 대부분 운행이 되지 않고 안전 감독자가 있음에도 사고가 계속 발생하고 있다.
세미 트럭도 2025년 생산 시작을 공식 목표로 했었으나 다시 미뤄졌다. 처음에는 2019년 출시한다고 했었다.
뿐만 아니라 일론 머스크는 2025년 말까지 테슬라 공장에서 수천 대의 옵티머스 휴머노이드 로봇을 가동하고, 5,000대에서 10,000대를 생산하겠다는 목표를 발표했었다. 지금까지 감감 무소식이다.
일론 머스크는 2016년부터 ‘1년 후’ 완전 자율주행 구현이라는 발언을 반복적으로 해 왔다. 지난 여름에도 연말에 완전 자율주행이 구현될 것이라고 했었다. 올해 1년만 돌아봐도 일론 머스크는 여전히 과대광고를 통해 주가를 끌어 올리는데 열중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 할 수 있다. 스티어링 휠과 페달이 없을 것이라고 작년 10월 발표한 사이버캡이 최근에 스티어링 휠을 장착한채 주행시험을 하는 장면이 포착되기도 했다. 그래도 테슬람들은 여러가지 이유를 대며 일론 머스크의 천재성을 강조하고 있다.
그 배경은 주식이 있다. 테슬라의 PER, 즉 주가 수익 비율은 280에서 300배 이상의 높은 수준을 형성하고 있다. 과거 900배를 넘었을 때와 비교하면 낮아진 것이다. 이에 대해 기술주, 성장주라는 용어를 동원해 합리화환다. 있는 그대로 미래 전망을 하는 것과 그때 그때 주가를 끌어 올리기 위해 이슈화하는 대목에 대해서는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한다. 세상 일은 뜻대로, 예상대로 되지 않는다.
이는 최근 나타난 현상에 관한 것이다. 그런 한편으로 일론 머스크가 전기차를 시작으로 스타링크와, 스페이스 X, 휴머노이드 로봇, AI 등을 통해 우주 데이터 센터까지 상상이 가능한 새로운 생태계를 구축해가고 있다는 주장도 있다. 명지대 박정호 교수는 테슬라 전기차는 미끼였다며 머스크가 만든 인류 최후의 기술로 사상 초유의 일이 벌어진다고 주장했다. 테슬라만의 생태계를 만들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그와는 달리 작년 세상을 떠난 영장류 학자이자 환경운동가인 제인 구달은 “트럼프와 머스크, 우주로 날려 보내고 싶다”고 했다. 세상을 보는 눈이 다르다지만 일론 머스크에 대한 이처럼 다양한 시선이 있다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일론 머스크의 20여년간의 행적을 보면 전기차가 미끼였고 그것을 바탕으로 인류의 미래를 바꾸려 하고 있다는 분석은 설득력이 부족해 보인다.
2026년은 큰 틀에서 전기차 시장이 중국 이외의 시장에서도 본격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당연히 그 배경에는 배터리 가격의 인하와 충전 기술 발전이 있다. 블룸버그NEF는 배터리 팩의 평균 가격이 2026년에는 kWh당 105달러로 하락할 것으로 예측했다. 이는 2025년의 108달러 대비 약 3% 하락한 수치이다.
2025년 배터리 가격은 2024년 115달러/kWh에서 108달러/kWh로 약 8% 하락했다. 그러나 2026년 예상 하락 폭 3%는 2025년보다 낮다. 블룸버그NEF는 이러한 하락 폭 둔화의 배경으로 지속적으로 높은 원자재 비용과 국제적으로 인상되는 관세를 부분적으로 꼽았다. 2025년 말 LFP배터리 평균 가격은 81달러/kWh, NMC배터리는 128달러.kWh였다. 원가 절감은 2026년 신차 가격에 직접적으로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더 빠른 충전 기술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이 부분에서는 중국의 CATL과 BYD가 주도하고 있다. BYD 는 지난해 12월 말, 지난 3월 공개했던 주유기와 전기차 충전기 사이의 격차를 좁히는 혁신적인 기술인 슈퍼 e-플랫폼을 채용한 자동차의 충전 영상을 공개했다. 이 플랫폼에 탑재된 전기차는 새로운 영상에서 단 5분 만에 거의 250마일(400km)의 주행 거리를 확보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CATL도 5분만에 480km 주행 가능한 나트륨 이온 배터리 기술을 공개했다.
현대차도 충전 시간 3 분 목표를 제시했다. BMW는 한 번 충전으로 1,000km 이상 주행이 가능한 노어어 클라쎄로 새로운 전동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포르쉐의 무선 충전 시스템도 기대되는 부분이다. BYD가 메가와트급 플래시 차징 도입을 추진하고, 르노 트라픽 및 현대 스타리아 등 상용차까지 800볼트 초고속 충전 플랫폼을 적용하는 움직임은 충전 시간을 단축하여 전기차의 실용성을 획기적으로 향상시킬 것으로 보인다.
이런 흐름과 더불어 자동차회사들은 전기차를 통해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내연기관과 병행하는 전략이다. 대부분이 전기차로의 전환은 받아 들이고 있다.
2035년 내연기관차 판매 금지를 가장 적극적으로 반대해 일부 수정을 이끌어 낸 독일 자동차회사들이 사실은 전기차를 통한 변화에 가장 적극적이다. 이미 ID시리즈로 나름대로의 성과를 거둔 폭스바겐과 노이어 클라쎄를 본격 출시할 BMW, G클래스 전기차 개발을 선언한 메르세데스 벤츠, 전기 스포츠카 콘셉트C로 새로운 전동화 방향을 제시한 아우디 등이 모두 그렇다. 독일 브랜드들이 그렇듯이 트렌드는 비슷하지만 구체적인 제품 전략은 차이가 분명하다는 점이 특징이다.
독일 내 신규 등록 중 전기차 비중이 11월 기준 22.2%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지만, 업계는 여전히 과잉 용량과 과도한 단가 경쟁이라는 냉혹한 현실에 직면해 있다. 유럽 전역의 경쟁력을 회복하기 위한 노력이 절실한 상황에서, 일부 정치인들은 내연기관 단계적 퇴출을 주의를 분산시키는 데 이용하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기차의 일상생활 내 효용성을 직접 경험하는 소비자가 늘면서 아무도 ICE로 돌아가고 싶어 하지 않는다는 전 세계적인 추세는 되돌릴 수 없는 변화로 인식된다.
물론 시장에 따라 포트폴리오는 다르다. 유럽은 저가 모델의 출시가 늘고 있다. 폭스바겐과 스텔란티스, 르노 등이 주도하고 있다. 2만 유로 이하의 저가 모델들이 올 해 쏟아질 것이다. 물론 그런 유럽시장을 공략하는 중국차와의 경쟁이 도전 과제다.
다만 2026년 글로벌 전기차 시장은 지역별로 매우 이질적인 상황과 전망을 보일 것으로 분석된다. 중국은 이미 성숙 단계로 접어들며 경쟁과 통합의 시기를 맞이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대 수출국이기도 하다. 그러나 2025년 BYD의 성장률이 7.2%로 둔화된 것에서 볼 수 있듯이, 내수 시장은 이미 포화 상태에 가까워지며 새로운 단계에 진입했다.
중국 제조사들이 저가 모델 출시와 더불어 대규모 할인 경쟁을 펼치면서 시장 점유율을 지키기 위한 출혈 경쟁 심화가 예상된다. 그를 상쇄하기 위해 .중국 메이커들은 유럽, 동남아시아, 남미 등 해외 시장 수출에 더욱 집중하고 있다. 중국 정부의 보조금 정책은 내수 수요를 지지하는 역할을 할 것이다.
동시에 중국은 전고체 배터리 국가 표준 초안 발표 등, 배터리와 스마트 기술 표준을 선점하며 글로벌 기술 주도권을 강화하려 할 것이다.
그와는 달리 유럽과 미국 시장은 저가 모델 출시와 인프라 확충을 바탕으로 성장 가속화 단계에 진입할 것으로 전망된다. 유럽은 강력한 환경 규제와 함께 전기차 판매 비중이 꾸준히 늘고 있으나, 여전히 가격에 민감하다.
이런 상황에 맞춰 아우디 A2, 쿠프라 라발, 기아 EV2, 스코다 에픽, 다치아 스프링 등 유럽 소비자의 예산에 맞는 소형 및 저가 전기차가 대거 출시되는 원년이 될 것이다. 이 모델들이 EV 대중화를 실질적으로 이끌 것으로 예상된다. 유럽연합 차원의 반덤핑 조사 및 관세 부과와 같은 무역 장벽이 중국 전기차의 진입 속도를 늦추거나 가격을 상승시킬 수 있다. 프리미엄, 럭셔리 브랜드들의 고성능 고가 전략도 병행되고 있다.
미국은 IRA폐지의 영향과 함께 픽업트럭 중심의 전기차 시장에서 승용차와 소형 SUV로 선택지가 확대될 전망이다. 연방 정부의 투자를 바탕으로 충전 인프라가 빠르게 확충되면서 소비자들의 주행 거리 불안 해소에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달라진 점은 테슬라의 위상 변화다. 테슬라는 여전히 강력한 리더이지만, 일론 머스크의 예측 실패와 모델 Y 판매량 둔화가 보여주듯, 경쟁사들의 신모델 출시와 기술 발전으로 인해 시장 점유율이 점진적으로 분산될 가능성이 높다.
일부 정치적 담론에서 내연기관 회귀가 언급되지만, 자동차회사와 소비자들은 이미 전기차 전환의 불가역성을 인지하고 있다. 이 큰 흐름을 바꾸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전반적으로 2026년은 배터리 가격 하락과 다양한 가격대의 모델 출시라는 공통의 동력을 바탕으로 글로벌 전기차로의 전환이 더 속도를 내는 해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중요한 것은 중국의 시장과 속도를 누가 감당할 수 있는가이다. 미국, 더 정확히 트럼프가 정말로위기라고 느끼면 어떤 위험한 행동을 할지 알 수 없다는 위험도 도사리고 있다. 베네수엘라 사태가 잘 보여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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