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식 도어 시스템이 사고 상황에서 탑승자 탈출을 어렵게 만들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관련 규제를 명문화하려는 입법 시도가 미국 내에서 본격화되고 있다( 출처: 테슬라)
[오토헤럴드 김훈기 기자] 전자식 도어 핸들을 둘러싼 안전 논란이 미국 정치권으로 확산됐다. 디자인과 공력 성능 개선을 이유로 확산된 전자식 도어 시스템이 사고 상황에서 탑승자 탈출을 어렵게 만들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관련 규제를 명문화하려는 입법 시도가 본격화되는 모습이다.
미국 일리노이주 출신 민주당 하원의원 로빈 켈리는 최근 전자식 도어 핸들을 장착한 차량에 대해 새로운 성능 및 표기 기준을 마련하도록 요구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해당 법안은 미국 도로교통안전국(NHTSA)에 전자식 도어 시스템에 대한 별도 기준을 수립하도록 지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법안의 핵심은 전력 공급이 완전히 차단된 상황에서도 작동 가능한 기계식 수동 개방 장치를 모든 도어에 의무적으로 적용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와 함께 수동 개방 장치의 위치를 직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명확한 표기, 사고 시 구조대원이 외부에서 신속히 도어를 열 수 있는 접근 수단 확보도 요구하고 있다.
현재도 대부분의 전자식 도어는 수동 개방 장치를 갖추고 있다. 다만 문제는 접근성과 인지성이다.
이번 법안의 핵심은 전력 공급이 완전히 차단된 상황에서도 작동 가능한 기계식 수동 개방 장치를 모든 도어에 의무적으로 적용하도록 하는 것이다(출처: 리비안)
예를 들어 리비안 R1S의 뒷좌석 도어는 수동 개방 장치에 접근하기 위해 내장 패널을 분리해야 하며, 이 과정에서 패널이 손상된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사고 직후 충격이나 연기, 혼란이 뒤섞인 상황에서 이러한 구조는 탈출을 더욱 어렵게 만들 수 있다는 평가다.
또 테슬라와 쉐보레 콜벳 등 일부 차량에서는 전원이 차단된 상황에서 수동 레버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즉시 인지하지 못해 탈출에 어려움을 겪었다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한편 이번 법안 발의가 논란이 커진 이유 중 하나는 로빈 켈리 의원이 공개 서한에서 테슬라만을 반복적으로 지목했기 때문이다. 켈리 의원은 전력 상실 상황에서 문을 열지 못해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는 사망 사고가 약 15건에 달한다고 언급했다. 이와 관련해 소비자 단체인 컨슈머리포트도 전자식 도어 안전 강화를 요구하는 청원을 진행 중이다.
다만 전자식 도어 래치는 테슬라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도 분명하다. 제너럴 모터스를 비롯해 리비안, 스텔란티스, 포드 등 다수의 완성차 업체가 유사한 전자식 도어 시스템을 적용하고 있다. 일부는 수동 개방 장치를 트림 내부 깊숙이 숨겨두거나, 비직관적인 위치에 배치했고, 명확한 안내 표기가 없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른바 ‘세이프 엑시트 액트(SAFE Exit Act)’로 알려진 이번 법안은 기술 자체를 규제 대상으로 명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구조적으로는 비교적 중립적이라는 평가다(출처: 테슬라)
켈리 의원이 발의한 이른바 ‘세이프 엑시트 액트(SAFE Exit Act)’는 기술 자체를 규제 대상으로 명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구조적으로는 비교적 중립적이다. 법안은 전자식 도어 핸들을 “문을 잠그거나 여는 기능이 전력에 의존하는 모든 시스템”으로 정의하고, 전력 없이 작동하는 기계식 백업 장치를 의무화하고 있다.
법안이 통과될 경우, NHTSA가 연방자동차안전기준 개정을 완료한 이후 제조사는 2년의 유예 기간을 거쳐 새로운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업계에서는 현실적인 이행 기간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한편 이 같은 움직임은 미국에 국한된 흐름도 아니다. 지난해 9월 중국 규제 당국이 자동차 도어 핸들과 관련된 신규 규정을 예고한 데 이어, 유럽연합(EU) 역시 유사한 규제를 논의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김훈기 기자/hoon149@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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