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텔란티스가 북미 시장에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 차량의 생산과 판매를 전격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스텔란티스 대변인은 2026년형 모델부터 북미 시장의 PHEV 프로그램을 단계적으로 폐지하고, 대신 일반 하이브리드와 주행거리 연장형 전기차(REEV/EREV) 등 고객 요구에 더 부합하는 전동화 솔루션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번 결정에 따라 미국 내 PHEV 판매 상위권을 차지했던 지프 랭글러 4xe, 그랜드 체로키 4xe, 크라이슬러 퍼시피카 PHEV 등 주력 모델들이 시장에서 사라지게 되었다.
이번 사업 철수의 배경에는 제품 신뢰성 문제와 규제 환경의 변화가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지프 4xe 모델들은 최근까지 배터리 화재 위험으로 인해 대규모 리콜과 판매 중단 명령(Stop-sale)이 반복되면서 브랜드 이미지가 크게 실추되었다. 여기에 미국 정부의 전기차 세제 혜택 기준이 까다로워지면서 7,500달러 규모의 보조금을 받기 어려워진 점도 소비자 수요 감소를 부추겼다. 또한 최근 완화된 연비 규제와 캘리포니아주를 비롯한 주요 주의 전기차 의무 판매 요건이 유예되는 등 기업 입장에서 무리하게 PHEV 라인업을 유지할 이유가 사라진 점도 핵심적인 이유로 꼽힌다.
스텔란티스는 기존 PHEV 대신 가솔린 엔진이 발전기 역할만 수행하며 배터리를 충전하는 방식의 주행거리 연장형 전기차(REEV)를 새로운 대안으로 제시했다. 올해 출시를 앞둔 램 1500 램차저(Ramcharger)와 지프 그랜드 왜고니어 REEV가 그 주인공이다. 이들 차량은 순수 전기차의 짧은 주행거리와 견인 시 발생하는 효율 저하 문제를 엔진 발전기로 해결하며, 최대 690마일(약 1,110km)에 달하는 주행거리를 목표로 한다. 스텔란티스는 시장 수요가 둔화된 순수 배터리 전기차(BEV) 픽업트럭인 램 1500 REV 개발을 취소하거나 무기한 연기하고, 램차저와 같은 과도기적 기술에 자원을 집중할 방침이다.
업계 전문가들은 스텔란티스의 이번 행보를 두고 북미 시장의 전동화 속도가 예상보다 늦어지는 현실을 반영한 전략적 후퇴로 평가하고 있다. 포드 F-150 라이트닝과 같은 순수 전기 픽업트럭의 수요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상황에서, 전통적인 내연기관의 장점과 전기차의 주행 질감을 결합한 REEV 방식이 당분간 시장의 주류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스텔란티스는 규제 압력이 줄어든 틈을 타 수익성이 높은 내연기관과 고효율 하이브리드 위주로 포트폴리오를 재편하며 생존 전략을 이어갈 전망이다.
글 / 원선웅 (글로벌오토뉴스 기자)
<저작권자(c) 글로벌오토뉴스(www.global-autonews.com). 무단전재-재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