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자동차 시장이 소비 위축과 전기차 수요 둔화가 맞물리며 올해 신차 판매가 4년 만에 감소세로 전환할 수 있다는 전망이 잇따르고 있다(출처: 기아)
[오토헤럴드 김훈기 기자] 미국 자동차 시장이 다시 한 번 조정 국면에 접어들 전망이다. 소비 위축과 전기차 수요 둔화가 맞물리며 올해 신차 판매가 4년 만에 감소세로 전환할 수 있다는 전망이 잇따른다. 팬데믹 이후 이어졌던 수요 회복 흐름이 마무리 국면에 들어선 가운데, 고금리·고물가 환경이 본격적으로 소비 심리를 압박하고 있다는 평가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최근 미국 시장조사업체 콕스 오토모티브를 인용해 올해 미국 신차 판매량이 1,580만 대로 전년(1,630만 대) 대비 약 50만 대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전했다. 미국 자동차 전문 매체 에드먼즈 역시 올해 신차 판매를 약 1,600만 대 수준으로 예상하며, 전년 대비 소폭 감소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지난해 미국 신차 판매는 관세 인상 가능성과 전기차 보조금 폐지를 앞두고 수요가 일부 앞당겨지며 3분기까지 증가 흐름을 보였다. 전체 판매 수치만 놓고 보면 콕스 오토모티브는 2024년 1,600만 대에서 2025년 1,630만 대로 소폭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시장 내부를 들여다보면 성장의 질은 이전과 확연히 달라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콕스 오토모티브는 최근 미국 자동차 시장의 흐름을 ‘K자형’ 구조로 진단한다. 코로나19 이후 자동차 가격이 급등하면서, 과거 저가 모델을 중심으로 시장을 지탱하던 소비자층이 점차 신차 시장에서 이탈하고 있다는 것.
실제로 공급 부족과 글로벌 공급망 차질이 심화됐던 2020년 11월부터 2022년 11월까지 미국 신차 평균 가격은 연평균 9.3% 상승했다. 이는 그 이전 8년간 연평균 상승률 3.2%와 비교하면 이례적으로 가파른 수준이다.
지난해 미국 신차 판매는 관세 인상 가능성과 전기차 보조금 폐지를 앞두고 수요가 일부 앞당겨지며 3분기까지 증가 흐름을 보였다(출처: 현대차)
이후 신차 가격 상승률은 연 1% 수준으로 둔화됐지만, 가격 자체가 팬데믹 이전 수준으로 되돌아가지는 못했다. 여기에 차량 구매 이후 부담해야 하는 비용도 빠르게 늘었다. 지난 5년간 유지보수 및 수리 비용은 연평균 8.7% 상승했고, 자동차 보험료는 13%나 올랐다. 같은 기간 소비자물가지수 평균 상승률이 약 5%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자동차 관련 비용 부담이 상대적으로 크게 확대된 셈이다.
이로 인해 저소득층을 중심으로 신차 시장 접근성이 크게 낮아졌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러한 구조 변화는 미국 판매 비중이 큰 완성차 업체들에도 부담 요인으로 작용한다. 특히 현대자동차와 기아처럼 미국을 핵심 시장으로 삼아온 업체들로서는 시장 둔화와 소비 양극화라는 이중 부담에 직면한 상황이다.
단순한 판매량 감소보다도 수익성과 판매 볼륨 간 균형을 어떻게 맞출 것인지가 보다 중요한 과제로 부상하고 있다.
올해 미국 자동차 시장은 단기적으로 판매 감소 국면에 접어들었지만, 그 이면에서는 소비 계층 간 격차가 더욱 뚜렷해지는 구조적 변화가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출처: 기아)
업계 안팎에서는 완성차 업체들이 저소득층 소비자를 겨냥한 소형·보급형 모델 확대와, 고소득층을 겨냥한 고가·고수익 모델 강화 사이에서 전략적 선택을 강요받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당장 관세 비용을 신차 가격에 직접 반영하지는 않았지만, 배송비 인상이나 옵션 구성 조정 등을 통해 간접적인 비용 전가에 나설 가능성도 거론된다.
다만 중장기적으로는 일부 완충 요인도 존재한다. 에드먼즈는 “금리 인하 국면이 본격화될 경우 월 납입금 부담이 완화될 수 있고, 임대 계약 만료를 앞둔 약 40만 명의 소비자가 다시 시장으로 유입될 가능성도 있다”며 “이러한 요인들이 2026년 이후 신차 수요를 일정 부분 지지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결국 올해 미국 자동차 시장은 단기적으로 판매 감소 국면에 접어들었지만, 그 이면에서는 소비 계층 간 격차가 더욱 뚜렷해지는 구조적 변화가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완성차 업체들에게는 판매량 회복보다도 변화한 소비 지형에 맞춘 제품 전략과 가격 정책의 정교함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험대가 되고 있다.
김훈기 기자/hoon149@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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