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이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고율 관세에 이어 ‘가격 약속(price undertaking)’이라는 새로운 해법을 통해 역내 전기차 산업 보호와 공정 경쟁 질서 확립에 나섰다.(@오토헤럴드)
[오토헤럴드 김흥식 기자] 유럽연합(EU)이 중국산 전기차에 고율 관세를 부과한 데 이어 새로운 해법을 꺼내 들었다. 중국 전기차 제조사들이 최저 판매가격을 자발적으로 약속하는 방식으로 유럽 전기차 산업 방어에 나선 것이다.
EU 집행위원회는 최근 중국 전기차 제조사들이 ‘가격 약속(price undertaking)’ 제안을 제출할 수 있도록 하는 가이드라인을 공식 발표했다. 해당 제안이 승인될 경우, EU는 기존에 부과한 추가 관세를 철회하겠다는 방침이다.
다만 가격 인상이 중국 정부의 보조금 효과를 실질적으로 상쇄할 수 있어야 하며 세계무역기구(WTO) 규범에도 부합해야 한다는 조건을 달았다. 중국산 전기차 가격을 유럽 제조사 수준으로 끌어올려 공정한 경쟁 환경을 조성하겠다는 전략이다.
EU가 중국 전기차를 문제 삼는 핵심 이유는 ‘가격 경쟁력의 출처’다. 유럽은 중국 전기차의 낮은 가격이 단순한 기술 경쟁력이나 규모의 경제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중앙·지방 정부의 광범위한 보조금과 정책 금융, 원자재·배터리 공급망 통제에서 기인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독일과 프랑스, 영국 등 주요 국가들은 중국 정부의 보조를 바탕으로 저가 수입이 지속될 경우 유럽 자동차 산업이 심각한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위기감을 공유해 왔다. EU 집행위원회 역시 “단호한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유럽 완성차 산업이 회복 불가능한 손실을 입고 탄소중립 경쟁에서도 탈락할 수 있다”고 경고해 왔다.
유럽 자동차 산업은 직접 고용만 250만 명, 간접 고용까지 포함하면 1000만 명 이상이 연관된 핵심 산업이다. 이 때문에 유럽 각국은 중국산 전기차의 공세가 단순한 시장 경쟁을 넘어 배터리, 반도체, 소프트웨어, 에너지 안보까지 연결된 미래 산업 전반에서 중국 의존도를 급격히 높일 수 있다는 점을 경계해 왔다.
이번 EU의 정책은 관세 부과로 인한 회원국 간 입장 차이를 완화하고 중국산 전기차의 보조금 효과를 보다 신뢰성 있게 상쇄함으로써 유럽 제조사들의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상당한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중국 정부와 기업이 어느 수준까지 가격 조정에 나설지가 변수로 남아 있어 최종 합의에 이르기까지는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김흥식 기자/reporter@autoheral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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