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노 필랑트 글로벌 공개 현장에서 파브리스 캄볼리브 르노그룹 최고 성장 책임자 겸 르노 브랜드 CEO를 만나 신차 개발에 대한 보다 세부적인 인터뷰를 진행했다(오토헤럴드 김훈기 기자)
[오토헤럴드 김훈기 기자] 르노코리아가 오로라 프로젝트 두 번째 모델 ‘필랑트’를 통해 다시 한 번 중대형 크로스오버 시장에 도전장을 내민 가운데, 신차 공개 현장에서 만난 파브리스 캄볼리브 르노그룹 최고 성장 책임자 겸 르노 브랜드 CEO의 발언은 해당 모델이 단순 신차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필랑트는 르노가 추구하는 하이브리드 중심 전동화 전략, 그리고 한국 시장을 글로벌 전략의 핵심 거점으로 삼는 방향성이 동시에 반영된 결과물이다.
캄볼리브 CEO는 "르노의 최우선 투자 방향은 브랜드 DNA를 강화하면서 일상과 함께하는 차로 진화하는 것"이라며, 필랑트에 적용된 레벨 2 수준의 주행 보조 시스템과 신규 안전 사양들이 그 연장선이라고 설명했다. 자율주행 기술 자체를 전면에 내세우기보다는, 현실적인 주행 환경에서 체감할 수 있는 안전·편의 기술에 집중했다는 점을 강조한 셈이다.
르노 라인업에서 세단이 부재한 이유에 대해서도 명확한 입장을 밝혔다. 세단 수요가 여전히 존재한다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글로벌 SUV 선호 흐름을 고려해 세단과 SUV의 장점을 결합한 크로스오버가 현실적인 해법이라는 판단이다. 필랑트 차체 콘셉트는 이러한 전략적 선택의 결과물로 설명된다.
파브리스 캄볼리브 르노그룹 최고 성장 책임자 겸 르노 브랜드 CEO는 르노의 최우선 투자 방향은 브랜드 DNA를 강화하면서 일상과 함께하는 차로 진화하는 것이라고 말했다(오토헤럴드 김훈기 기자)
한국 시장에 대한 평가 역시 인상적이다. 캄볼리브 CEO는 “한국 소비자들은 기대 수준과 기준이 매우 높다”고 전제한 뒤, 대형 세그먼트 차량을 개발하면서 연비, 인포테인먼트, AI 기술까지 동시에 충족시키는 것이 쉽지 않은 과제였다고 설명했다. 그랑 콜레오스와 필랑트가 탄생하기까지 기술적·상품성 측면에서 높은 허들을 넘어야 했다는 점을 숨기지 않았다.
또 그는 특히 필랑트에 적용된 AI 기반 기능을 강조했다. 주행 습관을 학습해 최적의 주행 모드를 제안하고, ‘팁스(Tips)’ 기능을 통해 상황에 맞는 차량 정보를 제공하는 시스템은 한국 소비자의 디지털 친화적 사용 환경을 전제로 설계된 요소다. 이는 단순히 글로벌 사양을 들여온 것이 아니라, 한국 시장을 기준으로 재정의한 결과라는 설명이다.
전동화 전략과 관련해서는 보다 현실적인 접근을 강조했다. 캄볼리브 CEO는 유럽 시장에서 전기차 비중이 약 20%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점을 언급하며, 하이브리드와 순수 전기차를 병행하는 투트랙 전략을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 시장의 경우 하이브리드 선호도가 높은 만큼, 필랑트를 비롯한 하이브리드 모델이 우선적인 역할을 맡고, 이후 EV 수요가 확대될 경우 전기차 라인업을 순차적으로 검토한다는 구상이다.
캄볼리브 CEO는 전동화 전략과 관련해서는 보다 현실적인 접근을 강조했다(오토헤럴드 김훈기 기자)
세닉 전기차의 한국 시장 판매 성적이 기대에 미치지 못한 점에 대해서도 그는 시장 특성 차이로 설명했다. 수입 전기차가 속한 세그먼트에서 하이브리드 선호가 강한 현실을 인정하면서도, 전동화 전환이라는 장기 전략 자체에는 변함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다만 속도와 우선순위는 시장 상황에 따라 조정될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캄볼리브 CEO가 정의한 ‘프랑스 프리미엄’의 개념 역시 흥미롭다. 그는 프리미엄을 단순한 고급 소재나 가격이 아닌, 시장 내 명확한 차별화로 설명했다. 일루미네이티드 로장주 로고, 풀 LED 라이팅 시그니처, 실내와 외부를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설계, 그리고 전체적인 차체 비율과 쉐입까지 모두가 프랑스적 감성을 표현하는 수단이라는 설명이다.
필랑트에 대한 기대치도 구체적으로 제시됐다. 캄볼리브 CEO는 구체적인 판매 목표 수치를 밝히지는 않았지만, 그랑 콜레오스가 경쟁 세그먼트에서 15~20% 수준의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는 점을 언급하며, 필랑트 역시 유사한 수준의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무엇보다 주목할 부분은 한국의 전략적 위상이다. 르노그룹의 ‘인터내셔널 게임 플랜 2027’에서 3대 중 1대를 전동화 모델로 구성하는 목표를 달성하는 데 있어 한국이 핵심 역할을 맡고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필랑트는 그 전략을 실질적으로 뒷받침하는 100% 하이브리드 모델이라는 설명이다.
캄볼리브 CEO 인터뷰를 종합하면 필랑트는 하이브리드를 중심으로 한 현실적 전동화, 세단과 SUV의 경계를 허문 차체 콘셉트, 그리고 한국 소비자의 눈높이를 기준으로 재정의한 기술과 서비스가 핵심이다(오토헤럴드 김훈기 기자)
개발 과정에서의 한·프랑스 협업 일화 역시 필랑트의 성격을 잘 보여준다.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 채택을 두고 본사와 한국 팀이 긴밀한 논의를 이어갔고, 결과적으로 현재의 시장 흐름을 선제적으로 반영한 선택이 됐다는 평가다. 커넥티비티와 게임 기능, 티맵과 네이버 웨일 등의 서비스 탑재 역시 한국 팀의 제안과 실행력이 반영된 사례로 언급됐다.
결국 캄볼리브 CEO의 이번 인터뷰 발언을 종합하면, 필랑트는 단순히 르노코리아의 신차가 아니라 글로벌 전략과 로컬 시장 이해가 교차한 결과물에 가깝다. 하이브리드를 중심으로 한 현실적 전동화, 세단과 SUV의 경계를 허문 차체 콘셉트, 그리고 한국 소비자의 눈높이를 기준으로 재정의한 기술과 서비스가 그 핵심이다.
김훈기 기자/hoon149@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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