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노코리아가 야심차게 내놓은 필랑트가 드디어 베일을 벗었다. 지난 13일 공개된 필랑트는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을 탑재한 준대형 크로스오버 SUV로, 그간 국내 시장을 장악해온 현대차그룹의 SUV 라인업에 정면 도전장을 내밀었다. 특히 하이브리드 모델끼리의 경쟁이라는 점에서 각 차량의 제원과 가격 경쟁력이 어느 때보다 치열해질 전망이다. 필랑트와 직접 비교되는 현대 펠리세이드 하이브리드, 한 체급 낮지만 소비자들이 구매 시 비교하게 될 현대 싼타페 하이브리드, 기아 쏘렌토 하이브리드의 주요 제원과 가격을 분석해봤다.
4개 차종을 놓고 보면 우선 차체 크기부터 차이가 드러난다. 펠리세이드는 전장 5,060mm로 가장 크며, 필랑트는 4,915mm로 그 뒤를 잇는다. 싼타페(4,830mm)와 쏘렌토(4,810mm)는 한 체급 아래다. 휠베이스 역시 펠리세이드 2,970mm, 필랑트 2,820mm, 싼타페 2,815mm, 쏘렌토 2,815mm로 필랑트는 펠리세이드에 가까운 크기감을 갖췄다.
전고는 필랑트가 1,635mm로 가장 낮다. 쿠페형 실루엣을 강조한 크로스오버 디자인이 반영된 결과다. 펠리세이드는 1,805mm로 가장 높으며, 싼타페와 쏘렌토는 각각 1,720mm, 1,700mm대로 전형적인 SUV 비율을 유지한다.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살펴보면 차별화 포인트가 명확하다. 필랑트는 1.5L 가솔린 터보 엔진에 듀얼 모터를 조합해 시스템 합산 출력 250마력을 낸다. 펠리세이드는 2.5L 터보 엔진과 전기모터를 결합해 334마력의 강력한 출력을 자랑한다. 싼타페와 쏘렌토는 1.6L 터보 엔진 기반 하이브리드로 230마력과 227마력을 발휘한다.
순수 출력만 보면 펠리세이드가 압도적이지만, 배기량을 감안하면 필랑트의 1.5L 터보에서 250마력을 뽑아낸 것은 주목할 만하다. 특히 르노 측은 필랑트가 도심 주행의 75%를 전기 모드로 소화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복합 연비는 쏘렌토 하이브리드가 15.7km/L로 가장 우수하다. 필랑트는 15.1km/L, 싼타페는 15.5km/L를 기록했다. 펠리세이드는 차체 크기와 출력 특성상 12.7~14.1km/L 수준이다. 연비 효율은 결국 차체 무게와 배기량의 함수인데, 쏘렌토와 싼타페가 중형 SUV 포지셔닝에 맞는 연비 효율을 보여주고 있다.
적재 공간도 중요한 선택 기준이다. 싼타페는 725L로 4개 차종 중 가장 넓은 기본 트렁크 용량을 자랑한다. 쏘렌토가 705L로 그 뒤를 잇는다. 필랑트는 633L이며, 2열 폴딩 시 최대 2,050L까지 확장된다. 크로스오버 스타일로 적재공간은 다소 좁지만, 스타일과의 타협으로 볼 수 있다. 펠리세이드는 기본 509L로 가장 작지만, 3열까지 모두 폴딩하면 최대 2,447L까지 확보할 수 있다.
펠리세이드의 기본 트렁크 용량이 작은 이유는 79인승 구조로 3열 시트가 차지하는 공간 때문이다. 반면 싼타페와 쏘렌토는 5~7인승 구조로 트렁크 효율성을 극대화했다.
가격대는 가장 민감한 부분이다. 필랑트는 테크노 트림 4,332만 원부터 시작해 최상위 에스프리 알핀 4,972만 원에 판매된다. 펠리세이드 하이브리드는 익스클루시브 2WD 7인승 4,968만 원부터 시작하며, 최상위 캘리그래피 AWD 모델은 6,664만 원까지 올라간다.
싼타페 하이브리드는 익스클루시브 3,984만 원부터, 쏘렌토 하이브리드는 프레스티지 2WD 3,915만 원부터 시작한다. 엔트리 모델 기준으로는 쏘렌토가 가장 저렴하고, 필랑트는 펠리세이드 엔트리 모델과 비슷한 가격대를 형성했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필랑트의 가격 전략이다. 준대형 크기와 250마력 출력, 15.1km/L 연비를 갖춘 차량을 4천만 원 초중반에 공급한다는 것은 파격적이다. 르노코리아는 필랑트를 펠리세이드의 직접 경쟁자로 포지셔닝하면서도 가격은 한 체급 아래 경쟁모델들에 맞춘 전략을 택했다.
결국 소비자의 선택은 용도와 우선순위에 달렸다. 7~9인승 공간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면 펠리세이드가 답이다. 강력한 출력과 넉넉한 실내 공간은 대가족이나 아웃도어 활동이 잦은 소비자에게 최적이다.
연비 효율을 최우선으로 고려한다면 쏘렌토나 싼타페가 합리적이다. 특히 쏘렌토는 15.7km/L의 연비와 3,915만 원부터 시작하는 가격으로 실용성과 경제성을 동시에 잡았다. 싼타페는 725L의 넓은 트렁크로 적재 공간이 중요한 소비자에게 어필한다.
필랑트는 독특한 포지션을 차지한다. 쿠페형 크로스오버 디자인을 원하면서도 넉넉한 공간과 출력, 그리고 합리적인 가격을 찾는 소비자에게 매력적이다. 특히 르노 브랜드의 프리미엄 이미지를 원하는 소비자라면 펠리세이드 대신 필랑트를 고려할 만하다.
국내 중형, 준대형 SUV 시장은 그간 현대차그룹의 독무대였다. 하지만, 그랑 콜레오스 이후, 그리고 필랑트의 등장으로 선택지가 넓어진 것은 환영할 일이다. 르노코리아가 부산공장에서 생산해 글로벌 시장으로 수출하는 전략 모델인 만큼, 완성도와 품질에 대한 기대도 크다. 3월 정식 출시 이후 실제 판매 성적이 이 치열한 경쟁의 승자를 가를 것으로 보인다.
글 / 원선웅 (글로벌오토뉴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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