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산업의 전동화 흐름이 무조건적인 전기차(EV) 전환에서 시장 상황에 맞춘 유연한 대응으로 변화하고 있다. 주요 완성차 브랜드들이 내연기관 종말을 선언하며 전기차만이 유일한 미래라고 강조해왔던 것과 달리, 최근에는 고객 성향과 브랜드 정체성을 고려해 전동화 속도를 조절하는 추세다. 특히 고성능과 감성을 중시하는 럭셔리 브랜드들은 전동화를 목표가 아닌 브랜드 경험 확장의 수단으로 정의하며 하이브리드 중심의 포트폴리오 재편에 나섰다.
로터스는 가장 적극적으로 전기차 전환을 추진해왔으나 시장 현실을 반영해 올해 하이브리드 모델 출시를 예고했다. 엔진이 발전기 역할을 수행하며 배터리를 충전하는 구조를 채택하고 900V 고전압 시스템을 결합해 주행거리 1,000km 이상을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로터스 특유의 경량화 DNA를 유지하면서도 전기차의 약점인 충전 불안을 해소하여 주행의 즐거움과 실용성을 동시에 잡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페라리는 전동화 시대를 대비하면서도 엔진의 존재감을 잃지 않는 멀티 에너지 전략을 고수한다. 2030년까지 전체 라인업에서 내연기관 40%, 하이브리드 40%, 순수 전기차 20%의 비율을 유지할 계획이다. 브랜드 첫 순수 전기차인 일레트리카는 올해 공개를 앞두고 있으며 1,000마력 이상의 고성능을 목표로 개발 중이다. 이는 성능과 감성을 동시에 만족시키기 위한 페라리만의 정밀한 계산이 반영된 결과다.
포르쉐와 람보르기니 역시 유연한 전동화 노선을 택했다. 포르쉐는 2030년 전기차 판매 비중 80% 목표를 시장 상황에 따라 조정 가능한 수치로 변경하고 내연기관 및 하이브리드 병행 가능성을 열어두었다. 람보르기니는 전 라인업의 하이브리드 전환을 완료한 상태에서 첫 순수 전기차인 란자도르의 출시 시점을 당초 2028년에서 2029년 이후로 연기했다. 럭셔리 스포츠카 시장의 성숙도와 기술적 완성도를 고려한 결정이다.
벤틀리는 2030년 완전 전동화 목표를 2035년으로 수정하며 하이브리드 라인업을 강화하는 비욘드 100+ 전략을 발표했다. 컨티넨탈 GT와 벤테이가 등 주요 모델에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 시스템을 적극 배치하고 있으며, 2026년 말 선보일 첫 순수 전기차는 기존 모델 대체가 아닌 새로운 럭셔리 영역을 개척하는 모델로 포지셔닝할 예정이다. 이러한 변화는 럭셔리 브랜드들이 성능과 브랜드 가치를 지키기 위해 보다 현실적인 전동화 경로를 선택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글 / 원선웅 (글로벌오토뉴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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