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LG전자가 LG마그나라는 합작회사를 설립하면서 새로운 공급업체 등장이 예고됐었다. 당시 LG 마그나는 완성차사업 진출에 대한 검토도 했었다. 하지만 기존 파트너들을 모두 경쟁자로 만들어야 한다는 점 때문에 수그러들었다. 이번에 삼성전자가 자회사 하만을 통해 ZF ADAS사업부를 인수한 것은 LG마그나의 사업모델에서 한 단계 진화한 것이다. 파워트레인을 제외한 모든 시스템을 공급할 수 있는 풀스택 사업 모델의 구상이 가능하게 됐다는 점이 핵심이다. ZF의 ADAS 소프트웨어를 삼성전자의 엑시노스 오토(SoC), 삼성전기의 카메라 모듈, 삼성SDI의 배터리 기술과 결합하면, 반도체부터 완성된 자율주행 플랫폼까지 제공하는 삼성전자만의 전장 생태계가 완성될 수도 있다. 역으로 말하면 자동차산업 내에서 주도권을 장악하는 방식의 변화가 가속화된다는 의미이다. 삼성전자 자회사 하만의 ZF ADAS사업부 인수를 둘러싼 산업의 변화를 짚어 본다.
글/채영석(글로벌오토뉴스 국장)
삼성전자가 지난해 말 독일의 자동차 부품업체 ZF ADAS 사업부를 15억 유로에 인수한다고 발표하면서 자동차산업 생태계 변화가 실감나게 다가오고 있다. 2017년에 80억 달러에 인수한 자회사 하만 인터내셔널을 통해 2026년 말까지 인수할 예정이다. 이번 인수는 하만 인수 이후 삼성 그룹 차원에서 단행된 최대 규모의 인수합병이다. 삼성전자측은 스마트폰에 이어 자동차 부품을 사업의 새로운 핵심 축으로 강화하고 있다. ADAS 분야 기술을 확보해 추가 성장을 촉진할 계획이다.
하만은 ZF가 보유한 세계 시장 점유율 30%의 스마트 카메라 기술과 레이더, 라이다, 그리고 자율주행용 중앙집중형 연산 장치인 프로AI(ProAI) 솔루션을 통째로 품게 됐다. 3,750명에 달하는 전문 인력도 하만으로 적을 옮긴다.
하만은 그동안 인포테인먼트와 디지털 콕핏 시장에서 독보적인 1위였으나, ADAS 영역에서는 상대적으로 존재감이 약했다. 이번 인수는 자동차 콕핏과 ADAS라는 두 개의 독립된 영역을 하나의 칩으로 통합하려는 전략적 승부수로 읽힌다.
소프트웨어 정의 자동차 시대에는 분산된 ECU 대신 하나의 강력한 고성능 중앙 컴퓨터가 차량 전체를 관리해야 한다. 하만은 콕핏과 자율주행을 하나로 묶는 중앙 집중형 컴퓨팅 플랫폼을 완성차 업체에 제안할 수 있는 풀스택 기업이 될 수 있다.
ZF의 ADAS 소프트웨어를 삼성전자의 엑시노스 오토(SoC), 삼성전기의 카메라 모듈, 삼성SDI의 배터리 기술과 결합하면, 반도체부터 완성된 자율주행 플랫폼까지 제공하는 삼성전자만의 전장 생태계가 완성될 수도 있다.
글로벌 자동차 제조회사들에게 디스플레이 및 통신 장비를 공급하고 있는 하만이 단순한 자동차 부품사업 확장에 그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ZF로부터 확보한 센서 및 AI 인지 기술은 삼성전자가 미래 성장 동력으로 육성 중인 휴머노이드 및 서비스 로봇의 눈과 뇌로 전용될 가능성도 매우 높아 보인다.
하만 오토모티브는 콕핏과 ADAS가 통합되는 기술 변곡점에서 중앙 집중형 컨트롤러를 공급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며 2030년까지 전장 및 오디오 부문 글로벌 1등 업체 위상을 공고히 하겠다고 밝혔다.
삼성이 하만을 통해 ZF의 ADAS를 가져온 것은 테슬라의 수직계열화 방식에 대응해 완성차회사들에게 삼성식 표준 플랫폼을 팔겠다는 것이다. ZF가 모빌아이와 긴밀히 협력해온 만큼, 이번 인수가 향후 삼성과 모빌아이의 관계 설정이나 테슬라의 FSD 칩과 경쟁할 수 있는 독자 자율주행 칩 개발에 어떤 가속도를 붙일지도 주목된다.
ZF의 ADAS 사업부는 자동차 스마트 카메라 분야에서 강세를 보이며 세계 1위권의 시장 점유율을 보유하고 있다. 삼성은 반도체 및 인공지능(AI) 기술과 인수한 사업을 결합하여 차량 소프트웨어 추가 및 업데이트가 가능한 소프트웨어 정의 자동차 같은 분야를 강화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를 통해 하만이 그동안 가져왔던 인포테인먼트 강자라는 꼬리표를 떼고 모빌리티 플랫폼 기업으로 완전히 탈바꿈하려는 의도로 볼 수 있다.
ZF는 2026년 초 퀄컴과 자동 주행 플랫폼 구축을 목표로 협력을 강화했다. 다양한 차량 유형과 레벨 3까지의 자동화 수준에 적용 가능한 턴키 ADAS 솔루션을 자동차 제조사들에게 공동으로 제공할 예정이다. 퀄컴의 스냅드래곤 라이드 SoC와 ZF의 프로AI 중앙 컴퓨터를 기반으로 하며, 차세대 차량 인텔리전스를 제공하고 소프트웨어 정의 자동차의 증가하는 수요를 충족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ZF는 이 파트너십이 최첨단 자동차 전자공학과 실시간 인식을 결합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키텍처 측면에서 ZF 컴퓨터는 스냅드래곤 라이드 시스템과 결합되어 도메인, 존 또는 중앙 컴퓨터로 유연하게 배포될 수 있으며, 제3자 소프트웨어의 통합을 가능하게 하는 개방적인 구조를 지향한다.
협력 솔루션은 1,500 TOPS 이상의 컴퓨팅 파워를 갖춘 프로AI와 약 25가지 안전, 편안함, 주차 기능을 포함한 ZF ADAS 기능, 그리고 카메라 기반 AI 인지력을 활용하는 스냅드래곤 라이드 파일럿 시스템 등을 통합한다. 퀄컴은 이번 협력으로 엔비디아와 같은 경쟁자에 맞서 자동차 부문 입지를 강화하려 한다. 퀄컴은 고성능 자동차 컴퓨팅, 인지, 컴퓨터 비전의 강점을 결합하여 제조사들을 지원하고 있다.
퀄컴과의 협력은 매각이 완료될 때까지 ZF가 관리하는 지속적인 운영의 결과이다. ZF는 이번 매각을 회사의 재편 과정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섀시 기술과 수동 안전 기술 등의 전자 부문은 그대로 유지한다.
삼성전자가 자동차 전장 사업분야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것은 2017년 오디오 전문 기업 하만 인터내셔널을 인수하면서부터다. 당시 이미 커넥티드카 분야의 성장과 그 이후의 자율주행 자동차 시장을 염두에 둔 움직임으로 전망됐었다. 그때까지 대형 기업을 인수하지 않았던 삼성전자의 이례적인 움직임에 주목했다.
삼성전자는 2015년 자율주행 자동차 시스템을 다루는 별도의 사업 부문을 신설했다. 이후 국내 매체들은 삼성전자가 다시 완성차회사를 설립한다는 추측성 기사를 꾸준히 거론했다. 2016년에는 BYD에 4억 5,000만 달러를 투자하기도 했다. 그렇다고 완성차 자동차 개발에 나설 가능성 등에 관한 언급은 없었다.
당시에는 이재용 부회장이 FCA그룹의 지주 회사인 엑소르 (EXOR)의 사외이사를 맡고 있음을 근거로 FCA가 자회사인 자동차 부품제조업체, 마그네티 마렐리의 매각을 삼성에 제의했다는 얘기도 있었다. 그러나 갤럭시 노트 7 리콜 사태의 영향으로 여의치 않았다.
그런 상황에서 삼성전자의 하만 인수는 삼성이 디스플레이와 칩 류 등 자동차 전장 분야에 사용되는 부품을 많이 다루고 있기 때문에 부품의 판로를 빠르게 확대 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또한 FCA그룹과 구글이 추진하고 있던 자율주행 자동차 개발에 관계를 맺게 될지도 관심이 집중됐었다. 그 해 삼성전자는 미국 실리콘 밸리 소재 인공지능 플랫폼 개발 기업인 비브 랩스를 지난 10월 인수하기도 했다.
하만은 2016년 기준 하만 카돈, JBL, 인피니티, 마크 레빈슨 등 음향/영상과 관련된 다양한 브랜드를 산하에 두고 있었다. 자동차 관련 제품의 매출이 전체의 약 3분의 2를 차지하고 있었으며, 이 분야에서는 파나소닉과 동등한 위치였다.
2015년 매출 65억달러(약 7조6000억원)에 전세계 2만 8,000여명의 직원을 거느린 하만은 매출의 약 65%가 기업간거래(B2B) 사업에서 발생할 만큼 전장 사업의 강자였다. 메르세데스 벤츠, 폭스바겐, BMW, 토요타, 현대차 등 완성차회사에 부품과 솔루션을 공급하고 있었다. 2015년 매출 중 자동차 매출은 45억 달러, 전체 매출은 7년 전 29억 달러에서 두 배 이상 증가했다. 2025년 매출은 2017년의 두 배인 약 15조 5,000억원으로 전망되고 있다. 소비자 오디오의 판매 호조도 크게 기여했다.
하만은 2015년 미국 심포니 전화 카드, 이스라엘의 레드 벤드 소프트웨어 등의 인수를 통해 소프트웨어 및 서비스 관련 강화를 추진한다는 분석도 있었다. 그러나 자동차 전장 분야에서는 구글의 안드로이드 오토와 애플의 카플레이 등 스마트폰과의 연계를 기본으로 하는 제품의 존재감도 서서히 높아지면서 그렇게 간단하게 미래를 점칠 수는 없었다. 다시 말해 이 분야에서 구글, 애플이 서로 경쟁하게 될 가능성이 부담이었다.
당시 커넥티드카 관련 시장 규모가 2016년 420억 달러에서 2022년에는 610억 달러까지 확대 될 것이라는 전망이 있었다. 또한 자동차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의 보급률에 대해서도 전체 차량의 25~27% 정도지만 향후 5년안에 2배로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었다. 포츈은 2025년 커넥티드카 시장 규모를 1,192억 7.00만 달러로 추정했다. 861억 3,000만 달러라는 다른 업체의 추정도 있다.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의 보급률은 2015년 기준 일본이 65%로 가장 높고, 유럽과 미국이 25~30%, 중국은 여전히 한자리 점유율인 조사결과가 있었다. 그래서 시장 확대의 중심은 역시 중국을 비롯한 신흥 시장이 주를 이룰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전망은 어디까지나 전망일 뿐이다. 지금은 중국이 오히려 이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당시 삼성전자의 하만 인수로 인해 다른 분야의 기업들이 자동차 관련 기업들을 인수하는 사례가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는 전망이 많았다. 파나소닉, 파이오니아, 알파인, 후지쯔, JVC, 켄우드, 클라리온, 아이신, 덴소 등이 이 분야에서 매출 상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 기업들이 그 예였다. 나아가 자동차 전장 분야에 진출한 기업들과 본격적인 진출을 원하는 기업들간의 인수합병이 어떻게 진행될지에도 관심이 쏠렸다.
그 사이 자동차 인터페이스(UI)가 경쟁력으로 부상했고 더 나아가 사용자 경험(UX)이 핵으로 떠 올랐다. 삼성전자는 하만을 인수한 지 5년이 지난 2021년 하만 익스플로어 2021라는 이벤트를 통해 삼성과 하만의 협력이 보여준 구체적인 UX를 제안했다. 삼성의 하드웨어와 하만의 소프트웨어, 정확하게 표현한다면 삼성의 제작능력과 하만의 기획능력의 조화를 통한 시너지를 보여 준 것이다.
삼성전자는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통신, 엑시노스 어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등 ICT 하드웨어의 세계 최강자 가운데 하나다. 하만은 휴대용부터 카 오디오와 홈 하이파이를 거쳐 공연장까지 모든 종류의 사운드 시스템, 그리고 대규모 공연장을 통합 제어하는 프로페셔널 장비들을 생각할 수 있다. 즉 하만 그룹의 강점은 어떤 포인트에서 사람들이 즐거움을 느끼는가를 정확하게 알 수 있는 엔터테인먼트 기획의 경험을 갖고 있다는 뜻이다.
신세대 자동차를 즐겁게 사용하는 방법을 하만이 고민하면 삼성전자가 하드웨어 플랫폼을 디자인하고 삼성과 하만이 소프트웨어와 UX를 함께 디자인하는 완벽한 선순환 구조를 탄생시킬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던 것이다. 하만은 익스플로어 2021 이벤트로, 삼성전자는 CES 2021에서 디지털 콕핏을 공개하면서 역할 분담의 수준을 보여 주었다. 삼성은 디지털 콕핏의 구성, 제공하는 기능들을 중심으로 프레젠테이션을 구성한다. 하만은 이 디지털 콕핏에서 어떤 액티비티를 즐기면서 신세대 자동차에서 어떤 새로운 즐거움을 얻을 수 있을 것인가에 집중했다.
이는 자동차에 대한 사용자의 기대 변화가 그 배경이다. 삼성전자와 하만이 그 부분에 착안한 것이다. 시대가 대형 부품사 혹은 솔루션 프로바이더인 티어 1의 개념에 소프트웨어 영역이 확대된다는 것이다. 삼성과 하만의 조합은 고객들의 경험을 얼마나 자동차 제작사들에게 모듈과 제품화하여 공급할 수 있는가가 중요한 경쟁력이 된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리고 엔비디아 젠슨황의 깐부 치킨으로 불리는 회동을 전후로 한국의 산업이 전반적으로 인공지능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다. 그동안 불확실했던 것들이 통해 하나 둘 확인되기도 했다. 한국의 인공지능 기술력도 공개됐다. 시스템 반도체의 강자인 미국의 엔비디아도 그것을 구동하기 위해 메모리 반도체가 필수이고 그 분야에서는 한국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세계 최고라는 것도 그 중 하나다. 더불어 현대차그룹이 소위 송창현 사태를 계기로 인공 지능과 자율주행 부문에 뒤져 있다는 것도 일반인들에게 전달됐다. 현대차그룹의 로봇 파운드리에 대한 소식도 중요한 이슈로 부상했다. 피지컬 AI 부문에서 높은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얘기도 나왔다. 보스톤 다이나믹스를 인수한 효과가 나온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삼성전자의 ZF ADAS 사업부 인수는 여러가지 생각을 하게 한다. 앞서 언급했듯이외적으로는 소위 말하는 모빌리티 솔루션 프로바이더라는 티어1의 길을 가겠다는 것이다. 하만과 ZF ADAS 인수가 삼성전자의 방향성을 확실히 할 수 있다고 해석되는 부분이다. 자동차의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부품과 시스템 솔루션을 망라하는 소프트웨어 정의 자동차 시대에 걸맞는 자동차 전장 종합 공급업체가 된다는 얘기이다. 삼성전자의 자회사인 하만을 통해 인수했다는 점에 대해서는 다양한 분석이 나온다.
어쨌거나 글로벌 자동차 산업의 권력 지형 변화가 가속화되고 있다. 이는 기존 파트너였던 완성차 업체들에게는 기회와 위협이 동시에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그룹도 현재 포티투닷을 중심으로 소프트웨어 정의 자동차 내재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하만이 이처럼 거대한 통합 플랫폼을 들고 나오면, 현대차 등 완성차회사들의 입장에서는 핵심 주도권을 뺏기지 않기 위해 경계하면서도, 개발 비용과 시간을 줄이기 위해 전략적 협력을 고민해야 하는 기로에 서게 될 것으로 보인다. 복잡해지는 것이다. 국가적인 차원에서 본다면 중복 투자라는 해석도 있다.
왼성차회사들의 입장에서 보면 삼성전자가 새로운 외부의 파괴적 경쟁자가 된다는 것이다. 삼성 전자가 파워트레인계를 제외한 자동차의 모든 전자 시스템을 직접 공급할 수 있는 유일한 기업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완성차회사들에게는 강력한 파트너가 될 수도 있고 동시에 자동차의 두뇌, 즉 운영체제와 제어권을 내주어야 할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을 주는 대목이기도 하다. 여기에도 딜레마가 있다.
하만의 ZF ADAS 인수는 자율주행 칩 시장의 절대 강자인 엔비디아나 모빌아이에게 강력한 대항마가 등장했음을 의미하기도 하다. 특히 삼성이 파운드리를 통해 테슬라와 협력하고 있는 상황에서, 하만의 플랫폼 확대는 반도체 시장의 판도를 흔들 변수가 될 수도 있다.
현대차그룹 등 글로벌 완성차회사들이 하만의 이 거대해진 플랫폼을 순순히 받아들일 파트너로 볼지, 아니면 경계의 대상이 될 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다만, 2026년 현재 글로벌 자동차 산업을 뒤흔들고 있는 트럼프 변수는 삼성과 하만에게는 넘어야할 도전 과제다. 트럼프 2기 행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무역확장법 232조를 발동해 수입 자동차 및 핵심 부품에 대해 최고 25%의 고율 관세를 부과하기 시작했다. 비록 2025년 하반기 들어 국가별 협상을 통해 관세율이 15% 수준으로 일부 조정되었으나, 보호무역주의의 파고는 여전히 높다.
이러한 고율 관세 정책은 삼성전자가 하만을 통해 ZF ADAS 사업부를 인수한 전략적 가치를 더욱 증폭시키거나, 혹은 위협하는 양날의 검이 되고 있다.
첫째, 상호관세를 둘러싼 법적 분쟁과 현지화 압박이다. 최근 하만 인터내셔널이 미 정부를 상대로 관세 환급 소송을 제기한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해외에서 생산된 전장 부품을 미국으로 들여올 때 발생하는 천문학적 관세 비용은 영업이익에 직접적인 타격을 주고 있다. 이는 삼성전자가 단순히 기술을 인수하는 데 그치지 않고, ZF로부터 확보한 ADAS 생산 거점을 북미 현지로 대거 이전하거나 삼성 오스틴 파운드리와의 연계를 통해 미국산 자율주행 플랫폼이라는 원산지 증명을 해내야만 수익성을 방어할 수 있다는 뜻이다.
둘째, 부품 공급망의 원가 상승 압박이다. 미 행정부는 엔진, 변속기 등 핵심 부품뿐만 아니라 자율주행의 핵심인 센서와 카메라 모듈까지 관세 사정권에 넣고 있다. 삼성전기가 공급하는 카메라 모듈이나 삼성SDI의 배터리 셀이 관세 장벽에 막힐 경우, 하만이 제안하는 풀스택 솔루션의 가격 경쟁력은 테슬라의 수직계열화 모델에 비해 뒤처질 위험이 있다.
결국 삼성이 하만을 통해 ZF의 ADAS 기술을 품은 것은, 단순히 기술적 통합을 넘어 관세 장벽 안에서 구동되는 완결된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한 사투의 시작이라 볼 수 있다. 2026년 한 해 동안 삼성전자가 북미 투자 계획을 얼마나 공격적으로 집행하느냐에 따라, ZF 인수는 신의 한 수가 될 수도, 혹은 관세 늪에 빠진 거대 자산이 될 수도 있다.
20세기 말 삼성자동차가 국내 시장의 높은 벽에 부딪혔다면, 21세기의 삼성의 전장 사업은 트럼프라는 거대한 글로벌 장벽을 넘어야만 비로소 자동차 산업의 진정한 지배자로 우뚝 설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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