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자동차의 북미 진출이 현실화되고 있다. CES 2026에서 지리그룹이 강력한 존재감을 과시한 데 이어,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 제조사의 미국 공장 설립을 환영하는 발언을 쏟아냈다. 그리고 이번엔 캐나다가 중국과 전기차 관세를 대폭 낮추는 무역 협정을 체결했다. 북미 자동차 산업의 패러다임이 바뀌는 순간이다.
중국-캐나다 협정 규모는 첫해 4만9천 대, 5년 내 7만 대로 당장은 크지 않다. 하지만 파급력은 상당하다. 관세가 2023년 이전 수준으로 환원되면서 중국산 전기차의 캐나다 수출길이 다시 열렸기 때문이다.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는 수입 차량 대부분이 2만5천 달러 미만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 정치권은 즉각 분열됐다. 브라이언 샤츠 민주당 상원의원은 "완전히 당한 외교 실패"라며 "동맹에 대한 충성이 정치와 지정학의 기본인데, 우리는 불충을 넘어 적대적이기까지 했다"고 자국 정부를 비판했다. 반면 트럼프는 "중국과 거래 가능하다면 해야 한다"며 실용적 입장을 드러냈다. 미국 경제 관료들은 캐나다가 결국 이 협정을 후회할 것이라고 경고했지만, 설득력은 떨어진다.
미국 자동차 업계의 걱정은 더 현실적이다. 중국 제조사들이 캐나다에 진출하려면 미국과 유사한 안전·배출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결국 북미 기준에 맞는 차량 개발이 불가피하고, 캐나다 현지 생산 투자로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그 다음 타깃은? 당연히 미국이다.
시장조사기관인 알릭스파트너스는 중국 브랜드가 2030년까지 글로벌 시장 점유율 30%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하며, "중국 브랜드는 이미 유럽, 남미를 거쳐 멕시코와 캐나다까지 진출했다"고 말했다. 또한 "미국 자동차 제조사들이 에탄올차만 만들다 글로벌 시장에서 사라진 브라질이나, 한때 자동차 강국이었던 영국, 호주 꼴 나고 싶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번 협정의 최대 수혜자는 테슬라다. 테슬라는 전 세계에서 가장 크고 효율적인 상하이 공장을 보유하고 있다. 2023년에는 이 공장에서 캐나다 전용 모델Y를 생산해 밴쿠버 항구로 수출했다. 당시 캐나다의 중국산 자동차 수입은 전년 대비 460% 폭증한 4만4356대를 기록했다.
하지만 2024년 캐나다 정부가 중국의 의도적 과잉생산 정책에 대응한다며 100% 관세를 때리면서, 테슬라는 미국과 베를린 공장에서 캐나다로 배송 루트를 바꿔야 했다. 이번 협정으로 상하이발 수출이 상당히 빠르게 재개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2025년 캐나다 판매가 64% 급감하며 고전했던 테슬라에게는 반가운 소식이다. 일론 머스크의 각종 논란과 미국 무역전쟁으로 타격받았던 테슬라가, 중국 생산 차량으로 캐나다 시장을 다시 공략할 기회를 잡은 것이다. 물론 캐나다 소비자들이 실제로 구매할지는 지켜봐야 한다.
반면 GM, 포드, 스텔란티스로 대표되는 디트로이트 빅3는 긴장하고 있다. 중국 제조사들이 저렴한 가격과 준수한 품질로 캐나다에서 발판을 마련하면, 미국 시장 진출도 시간문제이기 때문이다.
최근 미국 자동차업의 최대 화두는 '경제성'이었다. 전기차 의무 생산 규제가 완화되면서 업계가 숨통을 트였지만, 새로운 과제가 생겼다. 고가 픽업트럭과 SUV로 수익을 내던 기존 방식으로는 더 이상 시장을 지킬 수 없다는 현실이다.
조사기관인 S&P 글로벌 모빌리티는 "시장을 막고 있는 건 경제성 문제이고, 저가 차량 부족이다.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적 문제"라고 지적했다.
수치로 보면 더 명확하다. 현재 평균 신차를 사려면 중위 소득의 36주치를 모아야 한다. 3년 전 42주에서 줄긴 했지만 여전히 부담스럽다. 트럼프 행정부가 규제를 완화해 차량 비용을 낮추고 있지만, 자동차 제조사들도 역할을 해야 한다. 정부는 배출 기준을 완화했고 9월에는 전기차 수요를 촉진했던 7500달러 세액 공제도 폐지했다. 하지만 근본적 해결책은 제조사들이 합리적 가격의 차량을 만드는 것이다.
업계도 움직이고 있다. 지프와 램의 모회사 스텔란티스는 4만 달러 미만, 심지어 3만 달러대 모델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포드는 2020년 모든 세단을 단종했지만, 다시 세단 생산 재개를 검토하고 있다. 배터리 가격 하락으로 전기차 가격도 낮아질 전망이지만, 문제는 속도다.
결국 핵심은 경제성이다. 중국차의 가장 큰 무기는 '합리적 품질에 저렴한 가격'이라는 조합이다. 북미 시장에서는 찾기 힘든 조합이기도 하다.
소비자들은 선택의 기로에 섰다. 현지 생산에 대한 충성심을 지킬 것인가, 경제성을 택할 것인가. 미국 빅3가 평균 5만 달러를 넘는 신차 가격을 대폭 낮춘다면 이야기가 달라질 수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흐름을 보면 중국이 더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미국 자동차 제조사가 적정 가격의 차량을 신속하게 내놓지 못한다면, 소비자들은 중국차를 선택할 수밖에 없다. 이건 기술의 문제도, 애국심의 문제도 아니다. 얼마나 합리적인 가격에 좋은 차를 제공하느냐의 싸움이다. 그리고 현재로서는 중국이 그 경쟁에서 앞서가고 있다.
북미 자동차 산업이 글로벌 경쟁력을 잃지 않으려면 변해야 한다. 고가 차량 위주 전략에서 벗어나, 실질적으로 소비자들이 구매 가능한 가격대의 차량을 만들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한때 자동차 강국이었던 영국이나 호주처럼 글로벌 무대에서 존재감을 잃게 될 것이다.
글 / 원선웅 (글로벌오토뉴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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