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 집행위원회가 당초 2035년으로 못 박았던 신규 내연기관 차량의 판매 금지 정책을 전격 수정하며 전동화 속도 조절에 들어갔다. 지난 12월 발표된 수정안에 따르면, 2035년부터 적용될 예정이었던 이산화탄소(CO2) 배출량 100% 감축 목표가 90% 감축으로 완화되었다. 이에 따라 하이브리드 전기차,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전기차, 주행거리 연장형 전기차(EREV) 등 내연기관을 품은 차량들이 2035년 이후에도 유럽 시장에서 계속 생존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유럽 자동차 업계는 이번 결정을 현실적인 조치라며 반기는 분위기지만 속내는 복잡하다. 지난 몇 년간 엔진 종말을 선언하며 관련 부서를 축소하고 엔지니어들을 내보냈던 유럽 제조사들이 급변한 정책에 맞춰 다시 엔진 개발 역량을 회복하기란 쉽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이 틈을 타 유럽의 숙련된 엔진 엔지니어들을 대거 영입하고 기술을 흡수한 중국 기업들의 역습이 매서운 상황이다.
중국 지리자동차는 르노와 파워트레인 합작법인 호스(Horse) 파워트레인을 설립, 유럽의 엔진 기술 자산을 사실상 통합했다. 지리는 최근 세계 최고 수준인 47.26%의 열효율을 달성한 신형 엔진을 발표하며 주행 거리 2,100km(CLTC 기준)에 달하는 갤럭시 A7 모델을 선보였다. 이는 BYD의 기록을 넘어서는 수치로, 유럽 기술과 중국의 자본이 결합해 내연기관 분야에서도 유럽을 압도하기 시작했음을 시사한다.
메르세데스 벤츠조차 차세대 CLA 모델에 지리와 공동 개발한 1.5리터 엔진을 탑재하기로 하는 등 유럽의 심장이라 불리던 엔진 주권이 흔들리고 있다. IAA 모빌리티 2025에서는 중국의 이이토, 체리, 광저우자동차 등이 강력한 PHEV 라인업을 선보이며 유럽 시장 공략을 예고했다. 다시 엔진을 허용한 유럽의 결정이 자국 산업 보호를 위한 방패가 될지, 아니면 준비된 중국 엔진차들의 레드카펫이 될지 업계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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