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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보 EX60, 전기차 시대의 '똑똑한 프리미엄'을 내세우다

글로벌오토뉴스
2026.01.26. 13:4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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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보가 순수 전기차 플랫폼 SPA3를 적용한 EX60를 공개하며 전기차 경쟁의 새로운 국면을 예고하고 있다. 최근 열린 EX60 공개 행사에서 하칸 사무엘손 볼보카 CEO와 미하엘 플라이스 CPO(최고제품책임자)를 만나 볼보의 전기차 전략과 기술 철학을 들어봤다.



사무엘손 CEO는 한국 시장의 중요성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지난 몇 년간 한국은 극동 지역에서 가장 발전한 시장 중 하나"라며 "운전 문화뿐 아니라 대중문화의 영향력까지 고려하면 브랜드 확산에 매우 중요한 시장"이라고 평가했다. 특히 아내가 한국 드라마에서 볼보 차량을 자주 목격한다는 언급은 K-콘텐츠가 자동차 브랜드 인지도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시사한다.



배터리 파트너십에 대한 질문에서도 한국 기업의 역할이 부각됐다. "LG에너지솔루션과는 수년간 협업해왔고, SK도 강력한 파트너"라며 "배터리 공급은 기본적으로 아시아에 집중돼 있는데, 중국의 CATL과 함께 한국의 LG·SK가 핵심 대안"이라고 설명했다. 중국 배터리 업체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려는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에게 한국 배터리 기업이 전략적 파트너로 자리잡고 있다는 의미다. EX60의 대용량 배터리는 CATL이 공급하고 있다.



테슬라와 중국 전기차 브랜드들의 공격적인 가격 경쟁 속에서 볼보는 '원가 절감 기술'을 해법으로 제시했다. 사무엘손 CEO는 "가격을 내리는 게 아니라 원가를 낮춰야 한다"며 세 가지 핵심 기술을 언급했다.



첫째는 메가캐스팅으로 차체 비용을 줄이는 방식이다. 둘째는 배터리 셀을 별도 박스가 아니라 차체에 직접 통합하는 셀-투-바디 기술이다. 셋째는 중앙 집중형 컴퓨팅으로 차량 내 여러 박스를 제거해 복잡성을 낮췄다. 플라이스 CPO는 이에 더해 "SPA 3는 순수 전기차 전용 플랫폼이기 때문에 내연기관과의 타협이 필요 없어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EX60는 배터리 용량 대비 인상적인 주행거리를 자랑한다. 플라이스 CPO는 "인증 주행거리뿐 아니라 고객이 실제로 체감하는 주행거리 개선에 집중했다"며 "효율적인 공조 시스템과 배터리 냉각 시스템, 개선된 공력 성능이 결합됐다"고 덧붙였다.




볼보는 EX60에 라이다를 적용하지 않았다. 두 임원 모두 이 결정의 배경을 설명했다. 사무엘손 CEO는 "현재는 감독형 시스템으로 가고 있으며, 안전성 확보에는 카메라로도 충분하다고 판단했다"며 "비감독형(레벨 3 이상)으로 가려면 중복 설계와 라이다가 필요한데, 그 단계는 조금 뒤로 미뤄졌다"고 말했다. 라이다 공급사인 루미나의 경영 불안도 영향을 미쳤다.

플라이스 CPO는 "EX60에는 네비 파일럿 어시스트가 적용되며, 이는 레벨 2+ 수준의 감독형 기술"이라며 "레벨 3로 넘어갈 때는 라이다를 다시 도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외부 소프트웨어 벤더와의 협업 가능성에 대해서는 "자체 소프트웨어 회사인 젠스액트를 통해 인하우스 개발을 진행 중"이라며 "파트너십 가능성은 열어두고 있지만, 현재로서는 자체 개발 방향"이라고 선을 그었다.



다만 완전 자율주행 계획 자체를 포기한 것은 아니다. 플라이스 CPO는 "향후 완전 비감독형 기술을 개발할 계획은 있지만, 가장 안전한 환경을 만드는 데 시간이 필요하다"며 "기술로 인한 사고는 원치 않는다"고 강조했다.



배터리 셀을 차체에 직접 통합하는 셀-투-바디 기술은 무게와 비용을 줄이지만, 배터리 교체라는 숙제를 남긴다. 플라이스 CPO는 "개발 당시 우려사항이었다"며 "해법은 배터리 자체를 매우 견고하게 만들어 교체가 필요 없도록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볼보는 10년 또는 24만km의 배터리 보증을 제공하며, 충돌 시에도 배터리가 손상되지 않도록 설계했다.

만약 교체가 필요한 상황이 오면 어떻게 할까. "매우 드문 경우지만, 특수화된 센터에서 처리하게 된다"며 "예테보리 등지에 배터리 라이프사이클 서비스가 마련돼 있어 셀 단위 교체나 리퍼비시가 가능하다"고 답했다. 차체 구조의 일부이긴 하지만 차량 전체를 교체해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라는 설명이다.



지리 그룹 내에서 볼보의 위치에 대한 질문도 나왔다. 사무엘손 CEO는 "지리가 볼보에 투자한 이유는 기술을 얻고 프리미엄 자동차를 만드는 법을 배우기 위한 것"이라며 "볼보가 그룹 내 가장 프리미엄한 브랜드"라고 자신했다.

흥미로운 건 지커와의 차별화 설명이다. "지커는 화려한 프리미엄, 즉 '나는 부자다'를 드러내는 성격이라면, 볼보는 '나는 똑똑하다'를 시그널하는 프리미엄을 지향한다"는 표현이다. 이는 볼보가 기술적 합리성과 안전, 지속가능성을 강조하는 브랜드 철학을 유지하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EX60가 최신 SPA 3 플랫폼을 적용하면서 ES90·EX90 같은 플래그십 모델이 상대적으로 구형 기술로 인식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플라이스 CPO는 "정상적인 제품 개발 사이클"이라며 "소프트웨어 정의 차량 기술 덕분에 소프트웨어 기반 기능은 90 클러스터에도 백포팅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드웨어는 별개지만, 소프트웨어 기능은 기존 플래그십에도 업데이트가 가능하다는 뜻이다.



볼보는 세계 최초로 3점식 안전벨트를 개발한 기업답게 EX60에 멀티어댑티브 안전벨트를 선보였다. 플라이스 CPO는 "더 이상 수동적 시스템이 아니라 능동적 시스템"이라며 "사용자의 키, 체중, 착좌 자세에 따라 안전벨트가 조정되며 충돌 시 부상 위험을 더 효과적으로 줄인다"고 설명했다.

기자들에게 특히 확인해보라고 권한 부분은 2열 공간이었다. "이 차는 가족을 위한 차이고, 2열의 편안함이 중요한 강점"이라는 설명이다. 약 15인치 OLED 디스플레이와 스포티파이 연동 같은 인포테인먼트 기능도 갖췄지만, 게임 업체와의 협업은 아직 진행되지 않았다.



전기차 개발의 가장 큰 어려움을 묻는 질문에 플라이스 CPO는 "전기차 세그먼트가 자동차 산업에서 가장 빠르게 발전하는 분야이고, 경쟁이 치열하다"며 "빠르게, 좋은 제품을 개발해야 경쟁에서 앞설 수 있다"고 답했다. 그는 "EX60이 이 세그먼트에서 여러 속성 측면에서 최고의 차가 될 것"이라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사무엘손 CEO는 "EX60을 통해 경쟁력 있는 아키텍처를 기반으로 전기차 라인업 전반의 토대를 마련했다"며 "앞으로의 모든 전기차를 이 기반 위에서 만들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 방문 계획에 대해서는 "확정된 일정은 없지만, 2026년 리스트에 넣어볼 수 있을 것 같다"며 한국 배터리 업체와의 미팅 가능성을 열어뒀다.



볼보 EX60는 원가 절감 기술과 안전 우선 전략, 소프트웨어 정의 차량 철학을 결합해 전기차 시대의 '똑똑한 프리미엄'을 구현하려는 시도다. 테슬라와 중국 업체들의 가격 경쟁 속에서 기술적 합리성과 브랜드 가치를 무기로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한국 시장과 한국 배터리 업체에 대한 높은 평가는 향후 협력 확대 가능성을 암시한다.

글 / 원선웅 (글로벌오토뉴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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