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내 공공 전기차 충전소에서 전기차가 충전 중인 모습. (출처: Unsplash)
[오토헤럴드 김흥식 기자] 미국 연방법원이 트럼프 행정부가 전기차(EV) 충전 인프라 확충을 위해 책정된 연방 예산 집행을 중단한 조치에 대해 위법 판결을 내렸다. 이번 판결로 각 주(州)가 추진 중이던 전기차 충전 인프라 구축 사업은 다시 정상 궤도에 오를 전망이다.
24일(현지시간) 현지 주요 매체들이 전한 소식에 따르면 미 워싱턴주 시애틀 연방법원의 타나 린 판사는 트럼프 행정부가 전기차 충전 인프라 프로그램(NEVI·National Electric Vehicle Infrastructure) 예산을 중단한 것은 의회가 승인한 법률의 취지에 반하는 불법 행위라고 판단했다.
NEVI 프로그램은 2021년 바이든 행정부 시절 제정된 ‘인프라 투자·일자리법(IIJA)’에 따라 마련된 사업으로 미국 전역에 전기차 충전 네트워크를 구축하기 위해 총 50억 달러(약 6조 원) 규모의 예산이 배정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이후인 2025년 2월, 숀 더피 교통부 장관이 취임한 직후 미 교통부(DOT)에 이미 배정된 NEVI 관련 예산 집행을 전면 중단토록 했다. DOT는 “정책 재검토를 위한 일시적 조치”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법원은 이 같은 해명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린 판사는 판결문에서 “해당 법률에는 예산 집행을 ‘일시적으로 중단’할 수 있다는 어떤 근거도 없다”며 “행정부가 의회의 의사를 무시하고 예산 집행을 중단했다”고 지적했다.
판사는 특히 교통부와 연방고속도로청(FHWA)의 조치를 두고 “플러그가 꽂힌 충전기를 콘센트에서 강제로 뽑아버린 것과 같다”고 표현하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번 소송은 캘리포니아·콜로라도·워싱턴주 등 민주당 주도의 20개 주와 워싱턴DC가 제기했다. 이들 주는 “연방 정부가 이미 승인한 수십억 달러 규모의 예산을 일방적으로 보류했다”며 행정부의 조치가 행정절차법을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재판 과정에서 트럼프 행정부는 “중단은 일시적이었고 이후 해제했다”고 항변했지만 법원은 “법률이 허용하지 않은 방식의 중단 자체가 위법”이라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교통부는 각 주에 배정된 예산을 취소하거나 이미 승인된 충전 인프라 구축 계획을 무효화할 수 없게 됐다.
이번 판결에 대해 환경단체와 전기차 업계는 일제히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미국 시에라클럽(Sierra Club) 등 환경단체는 “전기차 전환을 위한 핵심 인프라 투자가 다시 정상화될 수 있는 계기”라고 평가했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이번 판결은 단순한 예산 문제를 넘어 전기차 정책을 둘러싼 연방정부와 주정부 간 권한 다툼의 상징적 사례”라며 “미국 전기차 인프라 확대 속도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김흥식 기자/reporter@autoheral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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