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자동차 업계가 전기차(EV) 수요 둔화와 정책 변화로 몸살을 앓고 있는 가운데, 충전 인프라만큼은 역대급 성장세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충전 분석 기업 파렌(Paren)의 최신 보고서에 따르면, 2025년 한 해 동안 미국 전역에 1만 8,000개 이상의 신규 공공 급속 충전 포트가 설치됐다. 이는 전년 대비 30% 증가한 규모이며, 당초 업계가 내놓은 낙관적인 전망치까지 가볍게 뛰어넘은 성과다.
트럼프 행정부의 전기차 세액 공제 폐지와 연비 규제 완화 등 비우호적인 정책 환경 속에서도 충전 업계는 속도를 늦추지 않았다. 특히 4분기에는 5,769개의 포트가 신설되며 전년 동기 대비 44%라는 놀라운 성장률을 보였다. 이는 세액 공제 종료를 앞두고 급증한 전기차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 충전 네트워크들이 공격적으로 설비를 확충했기 때문이다.
테슬라 독주 속 비테슬라 진영의 맹추격
충전망 확대를 주도한 것은 여전히 테슬라였다. 테슬라는 지난해 약 6,800개의 슈퍼차저 포트를 추가하며 하위 9개 네트워크의 합계보다 많은 설치량을 기록했다. 하지만 차지포인트(ChargePoint), 레드 E(Red E), EV 커넥트(EV Connect), 아이오나(Ionna) 등 후발 주자들의 추격도 매서웠다. 이들은 단순 설치를 넘어 한 곳에 다수의 고출력 충전기를 배치하는 대형화 전략에 집중했다.
실제로 4분기에 설치된 신규 급속 충전기 중 51%가 250kW 이상의 고출력을 지원한다. 비테슬라 네트워크의 스테이션당 평균 포트 수도 3분기 3.8개에서 4분기 4.5개로 늘어났다. 테슬라의 독자 표준인 NACS 포트가 비테슬라 충전소에도 보급되기 시작하면서, 전기차 이용자들이 겪던 충전 표준의 혼란도 점차 해소될 기미를 보이고 있다.
대도시 넘어 미 전역으로 확산되는 충전 네트워크
전기차 보급률이 높았던 캘리포니아, 텍사스, 플로리다뿐만 아니라 조지아와 일리노이에서도 충전 포트 수가 두 배로 늘어나는 등 지리적 편중 현상이 완화되고 있다. 사우스캐롤라이나(389%)와 미시시피(235%) 같은 지역에서도 폭발적인 성장세가 관찰됐다. 이는 개인 주차 공간이 없는 공동주택 거주자나 신규 전기차 구매자들이 공공 충전망에 더 크게 의존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지난해 공공 급속 충전 이용 횟수는 총 1억 4,100만 건으로 전년 대비 30% 증가했다. 파렌의 플로랑 브르통 CEO는 인프라가 더욱 성숙해짐에 따라 전기차 구매를 망설이게 했던 장벽들이 허물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여전히 중서부 지역의 인프라 부족과 결제 시스템의 복잡함 같은 숙제가 남아있지만, 충전 경험의 혁신은 2026년에도 계속될 전망이다.
글 / 원선웅 (글로벌오토뉴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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