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유럽 전기차 판매가 30%나 증가했다. 많은 이들이 의외로 받아 들이고 있다. 그 핵심은 이산화탄소 규제에 있다. 보조금보다는 기술혁신을 통해 인위적으로 판매를 늘린 것이다. 관련해 유럽 환경단체 T&E의 윌리엄 토츠 전무이사가 유럽의 배터리 주권이라는 주제의 글을 올렸다. 그 내용을 요약해 정리한다.(편집자 주)
"강한 자는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약한 자는 어쩔 수 없이 고통받는다." 2,500년 전 그리스 역사가 투키디데스가 남긴 이 서늘한 문장은 2026년 현재 그린란드 영토 분쟁과 무역 전쟁의 위기에 직면한 유럽에 가장 절실한 경고가 되었다. 트럼프 행정부의 그린란드 인수 시도와 자원 무기화라는 거대한 파고 속에서 유럽이 배운 것은 분명하다. 용기를 내어 스스로 강해지지 않는다면, 결국 타국에 의해 운명이 결정될 뿐이라는 사실이다. 이제 유럽은 이 뼈아픈 교훈을 대륙의 명운이 걸린 배터리 산업에 즉각 적용해야 한다.
유럽은 현재 자동차 생산에서 전략적 자율성을 유지하고 있는 몇 안 되는 지역이다. 하지만 내연기관에서 전기차로 전환되는 이 역사적 변곡점에서 이 자율성을 지켜낼 핵심 열쇠는 오직 배터리에 달려 있다. 불과 1년 전, 노스볼트(Northvolt)의 파산으로 유럽의 배터리 자립 꿈은 산산조각이 나는 듯했다. 그러나 2025년 말, 폭스바겐의 파워코(PowerCo)와 프랑스의 버코르(Verkor)가 셀 양산을 시작하며 다시금 희망의 불씨를 지폈다. 폴란드에서 음극재를 생산하는 유미코아(Umicore)와 함께 유럽은 비로소 '메이드 인 EU' 공급망의 기틀을 갖추기 시작했다.
하지만 장밋빛 전망만 하기에는 현실이 너무나 엄혹하다. 현재 유럽 내 기가팩토리들의 실제 가동률은 명목상 용량의 20% 수준에 불과하다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수치상으로는 자급자족이 가능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중국(28%)과 한국(2%)에서 들여오는 저렴한 수입 셀에 압도적으로 의존하고 있다. 특히 중국 시장이 저비용의 리튬인산철(LFP)로 급격히 선회하며 보조금 공세를 펼치는 사이, 유럽의 제조사들은 이른바 '죽음의 계곡(Death Valley)' 한복판에 서 있다.
이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 모든 시선은 오는 2월 25일 발표 예정인 산업 가속 조치법(Industry Accelerator Act, IAA)에 쏠리고 있다. 핵심은 '현지 콘텐츠 규칙(Local Content Rules)'이다. 유럽에서 판매되는 전기차에 대한 세금 감면과 공공 지원을 유럽산 부품 비중이 따라 엄격히 제한하자는 것이다. 단순히 셀 조립을 넘어 음극재(CAM), 전구체(pCAM) 등 핵심 소재까지 유럽 내 생산을 의무화할 것인지, 그리고 '유럽산'의 범위를 어디까지 설정할 것인지가 향후 10년의 패권을 결정할 것이다.
자동차 제조사들의 의견은 갈리고 있다. 폭스바겐과 스텔란티스처럼 지역 생산 체계를 갖춘 기업들은 현지 콘텐츠 규정을 지지하는 반면, 단기적 수입 비용 절감이 시급한 일부 기업들은 반대 목소리를 높인다. 그러나 그린란드 위기가 보여주었듯, 안보와 산업 주권은 경제적 효율성만으로 환산할 수 없는 가치이다. 유럽이 여전히 강할 때, 할 수 있는 일을 해야 한다. IAA를 통해 핵심 부품의 유럽 생산을 강제하고 독자적인 공급망을 구축하는 것만이, 유럽이 투키디데스의 예언처럼 고통받는 약자가 되지 않는 유일한 길이다.
T&E의 윌리엄 토츠 전무이사가 던진 이 담론은 단순한 산업 정책을 넘어 유럽판 IRA(인플레이션 감축법)의 서막처럼 느껴진다. 제조 원가와 국가 안보가 이토록 첨예하게 충돌하는 시기는 일찍이 없었을 것이다.
2월 25일 발표될 IAA의 현지 콘텐츠 규칙이 한국 배터리 3사(LG·삼성·SK)에게 위기가 될지, 아니면 중국을 배제한 신뢰받는 파트너로서 더 큰 기회가 될지가 궁금하다. 특히 음극재 공정까지 현지화를 요구하는 유럽의 강수가 한국 기업들에게 줄 실질적인 득실 계산이 궁금하다.
자료 출처 :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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