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가동을 중단했던 러시아 현지 생산 공장에 대한 재매입(바이백) 권리를 최종 포기했다. 2일(현지 시각) 현대차는 상트페테르부르크 공장을 매각할 당시 설정했던 바이백 옵션 기한이 지난 1월 말로 만료됐으며, 이를 행사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현대차는 2010년 공장 완공 이후 이어온 러시아 현지 생산 시대에 사실상 마침표를 찍게 됐다.
전쟁 장기화와 중국 브랜드 급성장이 결정적 배경
현대차는 지난 2024년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공장을 현지 업체인 AGR 오토모티브 그룹에 단돈 14만 원(약 97달러)이라는 상징적인 금액에 매각했다. 당시 계약에는 2년 내에 공장을 다시 사들일 수 있는 바이백 조항이 포함되어 향후 정세 변화에 따른 복귀 가능성을 열어두었다. 하지만 전쟁이 4년째 이어지며 서방의 제재와 공급망 혼란이 지속되자 생산 거점을 되찾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현대차가 자리를 비운 사이 러시아 자동차 시장의 판도가 급격히 변한 점도 영향을 미쳤다. 한때 현대차와 기아는 러시아 시장 점유율 1위를 다퉜으나, 현재는 그 빈자리를 중국 브랜드들이 장악했다. 현재 해당 공장에서는 중국 체리자동차의 산하 브랜드인 제이쿠(Jaecoo)와 오모다(Omoda) 등이 위탁 생산되고 있으며, 과거 현대차 모델을 기반으로 한 ‘솔라리스’ 브랜드가 생산되는 등 기존 생산 기반의 성격이 완전히 달라진 상태다.
생산 시설 포기해도 고객 서비스는 지속
현대차는 생산 중단과 별개로 기존 러시아 소비자들을 위한 책임은 다하겠다는 입장이다. 현대차는 로이터 등 외신에 보낸 성명을 통해 과거에 판매한 차량의 보증 수리와 고객 케어 서비스는 앞으로도 변함없이 제공할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브랜드 이미지를 관리하고 향후 리스크가 해소된 시점에 대비한 최소한의 접점을 유지하려는 전략이다.
업계는 현대차가 러시아 시장의 공백을 인도와 동남아시아 등 성장 잠재력이 큰 신흥 시장에 대한 투자 확대로 상쇄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바이백 포기 결정은 지정학적 리스크를 완전히 털어내고 글로벌 포트폴리오를 효율적으로 재편하겠다는 현대차의 의지가 반영된 결과다.
글 / 원선웅 (글로벌오토뉴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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