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만에 완전변경으로 돌아온 푸조 5008. 예전 3008이 가성비 좋은 수입 SUV로 인기를 끌었던 기억이 생생한데, 그 상위 모델인 5008이 3세대로 새롭게 태어났다. 과연 이번 모델은 패밀리 SUV로서의 실용성과 푸조만의 개성을 모두 담아냈을까? 직접 시승해본 결과를 정리했다.
5008을 보는 순간 '역시 푸조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사자의 발톱을 형상화한 헤드램프 디자인은 여전히 유효하고, 독특한 외관은 어디서도 따라할 수 없는 푸조만의 것이다. 차체 크기가 이전 세대보다 대폭 커졌는데, 전장 4,810mm, 전폭 1,875mm, 전고 1,705mm, 휠베이스 2,900mm로 휠베이스만 해도 60mm나 늘어났다. 국내 기준으로 보면 싼타페나 쏘렌토 정도의 크기지만, 휠베이스는 오히려 이들보다 길다.
특히 올블랙 컬러로 준비된 시승차는 푸조 특유의 화려한 색감과는 다른 매력을 보여줬다. 평소 푸조의 매력이 알록달록한 색감의 화려함에 있다고 생각했는데, 올블랙으로 보니 주변에 묻히지 않는 당당한 존재감이 인상적이었다. 19인치 휠을 장착한 GT 트림의 측면 실루엣은 패밀리 SUV지만 어딘가 민첩해 보이는 느낌을 준다.
실내로 들어서면 푸조만의 개성 있는 디자인이 그대로 이어진다. 신형 3008의 디자인과 유사하게 적용된 21인치 커브드 디스플레이가 상당히 인상적이다. 하지만 여기서 푸조 특유의 '아이-콕핏(i-Cockpit)' 디자인에 대한 호불호가 갈릴 수 있다.
운전석에 앉으면 마치 조종석처럼 운전자를 감싸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현대차나 기아차의 D 세그먼트 SUV들이 수직으로 된 전면 글라스와 수평적인 대시보드로 실내 공간을 최대한 넓어 보이게 하는 것과 달리, 5008은 운전에 집중할 수 있는 분위기를 연출한다. 넓은 공간감보다는 운전자 중심의 몰입감을 우선시한 설계다.
작은 스티어링 휠은 여전히 계기판을 살짝 가리는 부분이 있어 아쉽다. 예전처럼 스티어링 휠을 아래로 내려서 주행해야 하는 나름의 노하우가 필요한 건 아니지만, 완벽하게 개선되지는 않았다. 또한 대부분의 버튼이 터치 형태로 구성되어 있지만, 자주쓰는 버튼은 물리버튼으로 구성되 나름 직관적인 조작성을 챙겼다.국내 내비게이션이 내장되지 않아 애플 카플레이, 안드로이드 오토를 연결해 사용해야 하는 점도 아쉬운 부분이다.
5008의 가장 큰 변화는 2열과 3열 공간이다. 기존에는 1:1:1 형태의 독립 시트 3개가 모여 있는 형태였다면, 이번에는 4:2:4 구성으로 바뀌었다. 성인 두 명이 굉장히 넉넉하게 앉을 수 있고, 60mm 늘어난 휠베이스 덕분에 무릎 공간과 발 공간에 여유가 생겼다.
2열에서 3열로 진입하는 방식도 개선됐다. 기존에는 시트를 슬라이딩한 후 접는 2단계 방식이었다면, 이제는 레버 하나로 등받이가 세워지면서 넓게 열리는 '이지 액세스(Easy Access)' 기능을 적용했다. 훨씬 편리하다.
3열 시트도 상당히 쓸 만해졌다. 예전에는 아이들만 겨우 앉을 수 있는 구성이었다면, 이제는 성인 두 명도 충분히 앉을 수 있다. 물론 장거리는 부담스럽겠지만, 단거리 이동이라면 문제없는 수준이다. 다만 3열에 USB 포트가 없는 건 아쉬운 대목이다.
적재 공간도 크게 늘었다. 7인승 기본 상태에서 348L, 3열을 접으면 916L, 2·3열을 모두 접으면 최대 2,232L까지 확보된다. 예전 푸조에서 찾아보기 어려웠던 넉넉한 적재 공간이다.
5008 GT에는 1.2L 퓨어테크 가솔린 엔진과 전기 모터를 결합한 '스마트(?) 하이브리드' 시스템이 탑재됐다. 48V 마일드 하이브리드 시스템이지만, 전기 모터가 적극적으로 주행을 도와주는 느낌이 확실하다.
합산 출력은 145마력(유럽 인증 기준)으로, 싼타페 하이브리드나 쏘렌토 하이브리드보다 수치상으로는 낮다. 하지만 일반적인 주행 상황에서는 답답함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발진 시 전기 모터가 조금 더 적극적으로 개입하면서 여유롭게 차량을 밀어주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복합 연비는 13.3km/L(도심 12.8km/L, 고속 14.0km/L)다. 요즘 하이브리드 모델들의 연비가 워낙 뛰어나다 보니 조금 아쉽게 느껴질 수 있지만, 중형 SUV의 크기를 감안하면 합리적인 수준이다. 시내 주행 시 회생 제동이 잘 작동해 배터리가 50% 이하로 떨어지는 경우가 거의 없었고, 주행의 상당 부분에서 전기모터의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
고속 주행이나 와인딩 로드에서 5008의 진가가 드러난다. 차체 크기가 커졌음에도 좌우 롤이 잘 억제되어 있고, 코너를 돌아나가는 모습을 보면 '역시 푸조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2열 탑승자들도 부담 없이 편안하게 앉아서 이동할 수 있다.
작은 더블 D-컷 스티어링 휠이 만들어내는 민첩한 감각도 인상적이다. 한국 시장에서는 선호도가 갈리는 부분이지만, 차량의 움직임을 제어하는 데는 나쁘지 않다.
엔진 사운드도 굉장히 부드럽다. 일반적인 하이브리드처럼 실내로 소음이 크게 들어오지 않고, 엔진 음색 자체도 거칠지 않다. 차음이 잘 되어 있다고 할 수 있겠다. 급격하게 차선을 바꾸는 상황에서도 차체가 흔들린다거나 하는 느낌은 전혀 없다. 편안하게 주행할 수 있는 타입이 분명하다.
노면의 요철도 비교적 깔끔하게 처리한다. 탄탄하지만 운전자가 스트레스를 느낄 만큼의 충격을 전달하지는 않는다. 중형 SUV가 보여줄 수 있는 최상의 주행 질감을 구현하고 있다.
5008은 알뤼르와 GT 두 가지 트림으로 판매된다. 알뤼르는 4,890만 원, GT는 출시 기념 300대 한정으로 5,590만 원이다(개별소비세 인하 적용 시 알뤼르 4,814만 원, GT 5,499만 9천 원).
아쉬운 점은 통풍 시트가 마련되지 않았고, 2열 열선 기능과 1열 마사지 기능이 GT 모델에만 적용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글로벌 시장의 가격과 비교하면 스텔란티스 코리아가 가격을 정말 잘 책정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5008은 완벽한 마일드 하이브리드 중형 SUV는 아니다. 선택지도 산타페, 쏘렌토 등 많은 편이다. 하지만 넓은 형태의 실내 공간을 중시한 전형적인 SUV보다 좀 더 개성 있는 차량을 원한다면, 푸조 5008은 정말 좋은 선택지가 될 수 있다.
실내나 디자인에서 분명히 호불호가 갈릴 수 있다. 하지만 주행에서만큼은 중형 SUV가 보여줄 수 있는 최상의 주행 질감을 보여준다. 가족을 위한 공간과 실용성을 갖추면서도, 운전자의 감각과 취향까지 포기하지 않아도 되는 프렌치 패밀리 SUV. 바로 푸조 5008이 추구하는 가치다.
이런 개성 있는 차들이 국내 중형 SUV 시장에 나와야 경쟁 구도가 더 재미있어진다. 푸조 5008은 그런 의미에서 환영할 만한 선택지다.
글 / 원선웅 (글로벌오토뉴스 기자)
<저작권자(c) 글로벌오토뉴스(www.global-autonews.com). 무단전재-재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