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쉐의 상징적인 엔트리 스포츠카 라인업인 718 박스터와 카이맨의 전기차(EV) 전환 프로젝트가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 블룸버그의 보도에 따르면 포르쉐는 당초 차세대 718 시리즈를 순수 전기차로만 출시하려던 계획을 철회하고, 프로젝트 자체를 중단하거나 내연기관 모델을 병행하는 방향을 심각하게 검토하고 있다.
자금난과 전기차 시장의 냉기… 프로젝트 흔드는 복합 위기
포르쉐가 718 EV 카드를 포기하려는 배경에는 심각한 경영 실적 악화가 있다. 최대 시장인 중국에서의 판매가 26%나 급감했고, 고물가와 관세 부담이 가중되면서 비용 절감이 절실한 상황이다. 특히 전기차로의 전환 속도가 예상보다 더디고, 고질적인 소프트웨어 개발 지연 문제가 발목을 잡으면서 천문학적인 개발비가 들어가는 718 EV 프로젝트가 애물단지로 전락했다는 분석이다.
올해 1월 새롭게 지휘봉을 잡은 미하엘 라이터스(Michael Leiters) CEO는 전임 올리버 블루메 체제의 공격적인 전동화 전략을 전면 재수정하고 있다. 라이터스 CEO는 손실을 줄이기 위해 아직 생산 단계에 진입하지 않은 718 EV의 출시를 아예 취소하고, 대신 하이브리드나 가솔린 모델에 집중하는 방안을 저울질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순수함’ 원하는 마니아층… 전기 스포츠카의 한계
기술적 고민도 깊다. 스포츠카 마니아들은 가벼운 차체와 엔진의 질감을 중시하지만, 무거운 배터리를 탑재해야 하는 전기차는 이러한 감성을 충족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포르쉐는 이미 작년 하반기부터 차세대 718에 내연기관 모델을 추가할 수 있도록 플랫폼을 수정하겠다고 발표하며 한발 물러선 바 있으나, 이제는 전기차 버전이 아예 세상에 나오지 못할 가능성까지 제기된 상태다.
실제로 포르쉐는 주력 SUV인 마칸 역시 전기차 전용 모델 외에 별도의 가솔린 모델을 2028년까지 병행 판매하기로 했으며, 카이엔 EV 또한 기존 내연기관 모델과 함께 운영하기로 결정했다. 이는 전동화에만 올인하기에는 시장의 반응이 차갑다는 사실을 인정한 결과다.
불투명해진 718의 미래… 브랜드 정체성 지킬까
만약 718 EV 프로젝트가 최종 중단된다면, 포르쉐는 기존 전기차 전용 플랫폼을 내연기관용으로 대대적으로 개보수하거나 완전히 새로운 플랫폼을 개발해야 한다. 이 경우 출시 일정은 수년 뒤로 더 밀릴 수밖에 없으며, 기술적 우위를 점하기도 어려워질 수 있다.
현재 포르쉐 측은 이번 보도에 대해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하지만 전통적인 스포츠카의 매력과 미래 기술 사이에서 길을 잃은 포르쉐의 행보는 급변하는 모빌리티 시장에서 레거시 브랜드가 겪는 진통을 여실히 보여준다.
글 / 원선웅 (글로벌오토뉴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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