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글로벌 자동차 시장의 관세 지형이 급변하는 가운데, 볼보 자동차의 호칸 사무엘손(Håkan Samuelsson) CEO가 파격적인 입장을 내놓았다. 수십 년간 미국 차에 높은 관세를 매겨온 유럽과 달리 무관세 혜택을 누려왔던 유럽 자동차 제조사들이 이제는 역으로 15%의 미국 관세를 맞게 된 상황에서, 그는 이를 "역할이 바뀐 것뿐"이라며 담담하게 받아들였다. 이는 실적 악화로 고전하는 상황에서도 현지 생산 확대를 통해 정면 돌파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실적 악화와 주가 폭락, 그럼에도 '자신감'
볼보 자동차는 지난주 2025년 연간 이익이 68% 급감했다는 실적 발표 이후 사상 최악의 주가 하락을 경험했다. 중국 시장의 경쟁 심화, 전기차 전략 수정, 그리고 무엇보다 미국 정부의 관세 인상이 직격탄이 됐다. 하지만 사무엘손 CEO는 지난 1월 스웨덴에서 열린 신형 'EX60' 공개 행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미국과 유럽은 시장 구조가 비슷하며, 현재의 관세 상황은 괜찮다"고 언급했다. 그는 "지난 40년간 우리가 관세를 매겼으니 이제 그들이 매기는 것일 뿐"이라며 감정적인 대응보다는 전략적 수용을 택했다.
미국 찰스턴 공장의 전략적 재배치
볼보의 리스크 대응 핵심은 '판매하는 곳에서 생산한다(Build where you sell)'는 원칙이다. 기존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찰스턴 공장은 판매 부진을 겪던 S60 세단에 집중했으나, 이제는 볼보의 효자 모델인 'XC60' 가솔린 및 하이브리드 모델을 이곳에서 직접 생산하기로 했다. 이는 15%에 달하는 수입 관세를 피하고 북미 시장의 SUV 수요를 직접 흡수하려는 전략이다.
다만 고민은 남는다. 볼보의 차세대 핵심 전기차인 'EX60'은 스웨덴 본사 인근 공장에서 생산될 예정인데, 이 경우 미국 소비자들은 관세로 인해 더 높은 가격을 지불하거나 볼보가 마진 손실을 감수해야 한다. 찰스턴 공장은 아직 EX60 생산에 필수적인 '메가캐스팅(Mega-casting)' 설비를 갖추지 못해 당분간은 생산 이원화에 따른 비용 부담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지리 그룹 시너지와 글로벌 생산 다변화
볼보는 모기업인 지리(Geely) 그룹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적극 활용해 관세 장벽을 넘고 있다.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100% 관세를 피하기 위해 'EX30'의 생산지를 유럽(벨기에 겐트)으로 옮겼으며, '폴스타 3'는 미국에서, '폴스타 4'는 르노코리아 부산 공장에서 생산하는 등 기민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유연한 공급망 재편은 규모가 큰 토요타나 폭스바겐에 비해 상대적으로 덩치가 작은 볼보가 생존하기 위한 필수 선택이다. 사무엘손 CEO는 변동성이 큰 글로벌 무역 환경을 '혼란스러운 게임'이라 지칭하면서도, 볼보는 이 게임을 두려워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글 / 원선웅 (글로벌오토뉴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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