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그룹 로봇 전문 계열사 보스턴다이나믹스의 4족 보행 로봇 ‘스팟(Spot)’이 셀라필드 현장을 순찰하는 모습(현대차 제공)
[오토헤럴드 김훈기 기자] 현대자동차그룹 로봇 전문 계열사 보스턴다이나믹스가 개발한 4족 보행 로봇 '스팟(Spot)'이 영국 원자력 시설 해체 현장에 실제 투입되어 활약을 펼쳤다.
영국 원자력 시설 해체 당국 산하 공기업인 '셀라필드(Sellafield Ltd)'는 최근 스팟을 핵시설 해체 현장에 투입해 점검과 데이터 수집 작업을 수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셀라필드는 영국 내 원자력 시설의 해체와 방사성 폐기물 관리를 담당하는 기관으로, 방사선 영향과 복잡한 구조로 인해 사람의 접근이 제한되는 고위험 작업 환경을 다수 보유하고 있다. 이 같은 환경에서는 정밀한 검사와 데이터 확보가 필수적이지만, 작업자 안전 확보가 지속적인 과제로 남아 있었다.
셀라필드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로봇 기반 현장 점검 체계를 도입했다. 현장에 투입된 스팟은 사람이 직접 진입하기 어려운 구역에서 원격으로 이동하며 데이터를 수집하고, 실시간 영상과 센서 정보를 전송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스팟이 셀라필드 현장을 순찰하는 모습(현대차 제공)
스팟에는 핵시설 환경에 맞춘 다양한 감지 센서가 장착됐다. 360도 영상 촬영과 3D 라이다(LiDAR) 스캐닝을 통해 현장 구조를 정밀하게 파악할 수 있으며, 관리자는 실시간 영상 스트리밍을 통해 원격으로 작업 상황을 확인할 수 있다. 계단과 거친 지형에서도 안정적으로 이동할 수 있는 기동성 역시 현장 투입의 주요 조건으로 작용했다.
스팟은 현장에서 방사선 관련 작업도 수행 중이다. 감마선과 알파선을 측정해 방사선 물질의 존재 여부를 확인하는 ‘방사선 특성화’ 작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시설 내 방사선 오염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시료 채취 시험도 성공적으로 완료했다. 해당 작업은 기존에 작업자가 직접 수행하던 영역으로, 셀라필드는 스팟 도입을 통해 작업자의 위험 노출을 크게 줄였다고 설명했다.
셀라필드는 스팟이 사람보다 장시간 현장에 머물며 점검을 지속할 수 있어, 전체 해체 작업 속도 또한 빨라지고 있다고 밝혔다. 개인 보호 장비 사용 감소에 따른 작업 폐기물 저감 효과도 나타나고 있으며, 고품질 실시간 데이터 확보를 통해 의사결정 속도 역시 개선됐다는 설명이다. 반복적이고 일관된 검사 수행이 가능해지면서 운영 효율성도 향상됐다고 평가했다.
스팟이 오염 시료 채취 도구를 장착하고 바닥면 채취 작업을 시연하는 모습(현대차 제공)
이번 프로젝트는 보스턴다이나믹스를 비롯해 현장 맞춤형 로봇 솔루션 개발 기업, 시스템 통합 전문 기업, 그리고 영국 로봇·인공지능 협업 조직인 'RAICo' 간의 협력을 통해 추진됐다. 셀라필드는 이를 통해 시험 운용부터 단계적 확장까지 안정적인 로봇 운영이 가능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셀라필드는 앞서 2021년 스팟 시험 운영을 시작으로 2022년과 2023년에 걸쳐 복잡한 환경에서의 운용 가능성을 검증했다. 2024년에는 고위험 방사능 구역에서도 스팟을 점검 작업에 투입해 고품질 현장 이미지와 방사선 데이터를 수집하고 있으며, 2025년에는 영국 원자력 분야 최초로 발전소 허가 구역 외부에서 스팟 원격 시연을 성공적으로 수행했다.
향후 셀라필드는 파트너들과 협력해 스팟에 새로운 센서 팩을 적용하고, 방사능 지도 작성과 환경 특성 분석 등 보다 폭넓은 작업으로 활용 범위를 확대할 계획이다.
보스턴다이나믹스의 4족 보행 로봇 ‘스팟'(현대차 제공)
영국 공영방송 BBC도 셀라필드의 스팟 기반 시료 채취 기술 시험을 보도했다. BBC는 방사성 물질이 존재하는 구역에서 스팟이 오염 시료를 채취하고 방사선 수치를 확인하는 시험을 완료했으며, 이를 통해 작업자가 위험한 환경에 직접 진입하지 않고도 현장을 모니터링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전했다.
셀라필드 관계자는 BBC를 통해 “스팟은 위험 구역에 민첩하게 진입할 수 있었고, 조작자가 이를 정밀하게 제어할 수 있었다”며 “이러한 기술은 보다 안전하고 효율적인 시설 해체 작업을 가능하게 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훈기 기자/hoon149@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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