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전기차, 특히 저렴한 가격대의 모델이 국내 시장에 출시될 때마다 늘 따라오는 것이 있다. 바로 '중국차'라는 꼬리표와 함께 쏟아지는 회의적인 시선이다. BYD 돌핀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2,450만 원이라는 가격으로 국내 시장에 등장한 이 소형 전기 해치백은 출시 전부터 "그 가격에 중국차를 왜 사느냐"는 반응에 직면했다. 하지만 실제로 차량을 접해보니 예상과는 전혀 달랐다. 걱정했던 품질 문제는 찾아볼 수 없었고, 오히려 이 가격대에서 보여줄 수 있는 완성도의 한계를 뛰어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과연 BYD 돌핀은 어떤 차량일까? 직접 시승하며 느낀 솔직한 평가를 담아본다.
시승에 앞서 가장 우려했던 부분은 실내 품질이었다. 한국 소비자들의 눈높이는 글로벌 시장에서도 까다롭기로 정평이 나 있다. 비교적 상위 모델인 씰라이언 7이나 아토 3가 선방했다고는 하지만, 그보다 낮은 클래스의 전기차가 과연 그 기준을 만족시킬 수 있을지 의문이었다.
그러나 막상 차량을 대면하니 그런 걱정은 기우였다. 차에 탑승하는 순간부터 느껴지는 것은 저급한 플라스틱 냄새가 아닌, 일반적인 국산차를 탈 때와 다름없는 자연스러운 실내 공기였다. 대시보드 상단의 질감은 부드러웠고, 하단에는 잠수복 소재를 연상시키는 독특한 촉감의 패브릭 재질이 사용되어 전반적으로 고급스러운 느낌을 자아냈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것은 디테일에 대한 배려였다. 보통 저렴한 소재를 사용한 차량의 경우, 도어 트림 하단의 수납 공간에 손을 넣어보면 저급한 플라스틱의 거친 질감이 느껴지기 마련인데, 돌핀은 그런 부분조차 세심하게 처리되어 있었다. 곡선으로 디자인된 도어 핸들의 그립감도 훌륭했다.
BYD의 '바다의 미학(Ocean Aesthetics)'을 기반으로 디자인된 돌핀은 돌고래의 곡선과 움직임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디자인했다. 사진으로 봤을 때는 전면부가 다소 평면적으로 보였지만, 실제로 마주하니 나름의 입체감이 있는 구성이었다. 요즘 출시되는 화려하고 공격적인 디자인의 차량들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밋밋할 수 있지만, 작은 크기에 다부진 인상을 풍기는 것이 오히려 매력적이었다.
측면으로 시선을 돌리면 알파벳 Z를 뒤집어 놓은 듯한 날카로운 캐릭터 라인이 눈에 띈다. 자칫 지루할 수 있는 전면부와 달리 측면은 굉장히 역동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타이어는 한국타이어의 전기차 전용 아이온 타이어 16인치 타이어가 장착되어 있다.
후면부는 리어 램프가 연결된 형태로 구성되어 있으며, 중앙에는 'Build Your Dreams'라는 BYD의 풀네임이 로고로 새겨져 있다. 트렁크 공간은 소형 해치백 수준이지만 공간 활용이 뛰어나며, 하단에는 깊이감 있는 수납 공간도 마련되어 있다. 전기차의 특성상 바닥까지 깊숙이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다.
BYD 돌핀의 가장 큰 강점 중 하나는 바로 실내 공간이다. 2,700mm의 휠베이스는 코나 EV와 비슷한 수준으로, 소형 전기차 치고는 상당히 넉넉하다. 이를 기반으로 5인이 충분히 탑승할 수 있는 여유로운 공간을 확보했다.
2열 공간은 정말 인상적이었다. 무릎 앞쪽으로 주먹 2~3개가 들어갈 정도의 레그룸을 확보하고 있으며, 플로어가 평평하고 넓어 발을 앞뒤로 움직이는 데 전혀 지장이 없다. 평탄한 바닥 덕분에 좌우 이동도 편하다. 키 170cm인 필자에게도 헤드룸과 숄더룸에 여유가 있었으며, 성인 4명이 충분히 편안하게 이동할 수 있는 공간이라고 판단된다.
여기에 파노라믹 루프까지 기본 적용되어 있어 개방감은 더욱 뛰어나다. 2천만 원대 전기차에 파노라믹 루프가 기본 사양이라는 점은 사치스럽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실제로 탑승해보면 이것이 돌핀의 큰 매력 포인트임을 알 수 있다.
2열 시트는 각도 조절은 되지 않지만, 앉았을 때 몸을 편안하게 지지해주며 허벅지 아래까지 충분히 받쳐줄 수 있는 넓이를 갖추고 있다. 양쪽으로 아이소픽스가 마련되어 있어 유아용 시트 장착도 용이하다.
BYD의 해양 시리즈답게 돌핀의 실내는 곡선이 강조된 디자인을 보여준다. 송풍구는 돌출된 형태로 디자인되어 있으며, 차량 곳곳에 사용된 곡선 요소들이 독특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스티어링 휠은 디컷 형태로 되어 있으며, 모든 버튼이 물리 버튼으로 구성되어 있어 직관적인 조작이 가능하다. 왼쪽에는 주행 보조 시스템, 오른쪽에는 각종 메뉴 버튼이 배치되어 있다. 계기판은 다소 작은 편이며, 폰트 크기도 작아 정보 확인이 약간 불편할 수 있다. 하지만 폰트 크기를 제외하면 기본 구성은 나쁘지 않다.
10.1인치 회전식 터치 디스플레이는 수직 형태로 움직이며 인상적이다. 이 가격대에서 이 정도 크기의 디스플레이를 볼 수 있는 차량은 찾기 어렵다.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의 구성과 사용성도 훌륭하며, T맵 내비게이션, 무선 애플 카플레이 및 안드로이드 오토, OTA 업데이트를 지원한다. 주행 보조 시스템과 다양한 편의 기능들이 잘 갖춰져 있다.
센터 콘솔 하단에는 위아래로 돌리는 형태의 버튼들이 배치되어 있어 직관적인 조작이 가능하다. 기어 변경도 이런 방식으로 이루어지며, 버튼식보다 사용이 편리하다. 주행 모드는 에코, 노멀, 스포츠 세 가지가 있으며, 스티어링 휠의 답력과 회생 제동 강도는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에서 조절할 수 있다.
시승한 차량은 하위 트림인 '돌핀' 모델이었지만, 기본 모델부터 일체형 시트가 적용되어 있다. 스포츠 시트처럼 허리나 어깨를 강하게 지지하는 타입은 아니지만, 착좌감이 매우 좋다. 소재도 부드럽고, 중앙 부분이 스웨이드 같은 재질로 되어 있어 몸을 잘 지지해준다.
시트 포지션이 정말 좋으며, 장시간 운전에도 피로감을 느끼지 않을 만큼 편안하다. 기본 '돌핀' 트림에는 1열과 2열에 열선만 적용되어 있으며, '돌핀 액티브' 트림에는 1열과 2열 통풍 시트까지 적용된다.
솔직히 말하면, 주행 성능이 가장 걱정되는 부분이었다. 씨라이언 7이나 아토 3가 주행성에서 나쁘지 않았지만, 막내 모델인 만큼 뭔가 티 나는 불편함이 있지 않을까 우려했다. 하지만 파주까지 시승하며 느낀 것은 "정말 의외"라는 것이었다.
고속 주행 시 안정감이 굉장히 좋다. 차음이나 노면에서 올라오는 소음, 풍절음 등이 소형차 치고는 잘 차단된다. 시속 90km까지는 넘치는 출력을 보여주며, 90~100km를 넘어가면서 고속 주행 시 펀치력이 약간 둔해지는 느낌은 있지만, 여전히 여유롭다.
시속 120km를 넘어가면 A필러 쪽에서 풍절음이 좀 크게 들리긴 하지만, 이 차량들은 도심 주행이나 가족 단위 이동에 적합한 차량이기 때문에 스포티한 주행 자체가 어울리는 차는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속으로 달려도 운전자에게 불안한 느낌을 전혀 주지 않는다.
차량의 거동에서 흔들림을 거의 찾을 수 없다. 물론 이것은 소형 전기 SUV라는 세그먼트를 감안했을 때 경쟁 모델들과 비교한 만족감이다. 스티어링 휠의 답력도 스포츠 모드로 설정해도 굉장히 민첩한 수준은 아니지만, 차량을 조작하는 데 답답함을 느낄 수 없으며 오히려 경쟁 모델들보다 더 민첩한 움직임을 보여준다.
전기차 특유의 낮은 무게 중심을 활용한 주행 특성을 BYD 돌핀은 잘 살리고 있다. 작은 세그먼트 차량이 기존 내연기관 차량들이 갖지 못한 낮은 무게 중심을 통해 조금 더 적극적이고 스포티하게 달릴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준다.
회생 제동의 강도를 가장 높여 놓은 상태에서도 가속 페달에서 발을 뗐을 때 울컥거림이 심하지 않다. 속도가 낮은 도심 주행에서도 회생 제동이 강하다는 느낌을 받을 수 없다. 운전자가 스트레스받지 않을 정도의 수준으로 회생 제동 강도를 조절했다고 볼 수 있다. 주행성만 놓고 본다면 절대 소형 전기 SUV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그 윗급의 국산 차량과 비교해도 전혀 뒤처질 부분이 없다. 이 정도 완성도라면 충분히 해볼 만하다는 생각이 든다.
주행 보조 시스템도 기본 '돌핀' 트림부터 잘 갖춰져 있다. 스티어링 휠 왼쪽 버튼을 눌러 활성화하면 차선 중앙을 정확히 인식하고 유지한다. 설정에서 켤 수 있는 기능 중 하나는 표지판 인식 기능으로, 터치식이 아닌 감압식으로 작동한다. 스티어링 휠을 위로 조작해서 기능을 유지할 수 있다. 앞차와의 거리도 굉장히 스무스하게 잘 조절하기 때문에 켜놓고 주행하면 스트레스를 확실히 낮출 수 있다.
BYD 돌핀의 가장 큰 논란은 바로 가격과 보조금이다. 블레이드 배터리(LFP)를 탑재한 돌핀은 NCM 배터리를 탑재한 국내 소형 전기차들에 비해 보조금 수령액이 적다. 서울시 기준으로 국내 소형 전기차들이 약 500만 원 이상의 보조금을 받는 반면, 돌핀은 100만 원대 중반 정도의 보조금만 받을 수 있다.
따라서 초기 판매가는 돌핀이 캐스퍼 일렉트릭보다 낮지만, 서울시에서 보조금을 적용하면 거의 비슷한 가격에 구매하게 된다. 그러나 실내에 앉아보면 실내 품질, 실내 공간감에서 돌핀은 캐스퍼 일렉트릭보다 명백히 상위 차종이다.
차량 크기만 봐도 돌핀은 폭스바겐 골프와 거의 비슷한 크기다. 휠베이스 2,700mm는 아반떼와 비슷한 수준이며, 캐스퍼 일렉트릭과는 세그먼트 자체가 다르다. 실내 공간 활용과 만족감에서 비교가 안 된다. 오랫동안 운전하면 할수록 공간에서 오는 편안함, 사용성, 효율성은 확연히 차이가 난다. 가격적인 부분에서 돌핀이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BYD 돌핀이 넘어야 할 가장 큰 산은 바로 '중국산 전기차'라는 꼬리표다. 최근 늘어난 BYD 전시장을 방문해서 딱 1분만이라도 차량에 탑승해보길 권한다. 그러면 왜 이런 평가가 나오는지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야 우리가 더 저렴하고 성능 좋은 전기차를 만날 수 있다. 이렇게 저렴하면서도 상품성 좋은 전기차가 많이 나와야 국내 브랜드도 긴장하고 좋은 옵션과 가격 경쟁력 있는 전기차를 선보이지 않을까?
BYD 돌핀은 기대 이상의 완성도를 보여줬다. 품질, 공간, 주행 성능 모든 면에서 이 가격대에서 보여줄 수 있는 최선을 다했다. 전기차 전용 플랫폼 'e-Platform 3.0' 기반의 효율적인 설계, BYD의 핵심 기술인 블레이드 배터리, 유로 NCAP 5-스타 등급의 안전성, 그리고 무엇보다 2,450만 원부터 시작하는 가격은 전기차 대중화에 큰 기여를 할 것으로 보인다. 물론 여전히 '중국차'라는 편견은 남아있다. 하지만 편견보다 중요한 것은 실제 차량의 품질과 가치다. BYD 돌핀은 그 가치를 충분히 증명했다.
글, 영상 / 원선웅 (글로벌오토뉴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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