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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정남] '민속놀이' 스타크래프트에서 유래한 장르 TOP 5

2026.02.19. 16:4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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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순정남]은 매주 이색적인 테마를 선정하고, 이에 맞는 게임이나 캐릭터를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명절이 되면 들려오는 소리가 있다. 윷이 던져지는 소리, 화투가 담요에 짝짝 달라붙는 소리, 그리고 "엔 타로 아둔!"이나 "고고고!"로 대표되는 스타크래프트 유닛 효과음이다. 원작 출시로부터 28년이 흐른 지금, 스타크래프트가 한국 국민의 '민속놀이'임은 이제 부정할 수 없는 흐름이 되었다. 스타크래프트가 지금까지도 인기를 끌며 현역으로 활동하고 있는 이유 중 하나는 '유즈맵(Use Map Settings)'이라는 창작 모드들의 공이 크다.

유즈맵은 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에 걸쳐 수많은 아이디어들의 격전장으로 작용했다. 스타크래프트 맵 에디터는 코딩을 모르는 컴맹들도 트리거 몇 개만 만지면 게임을 뚝딱 만들 수 있는 마법의 도구였기에, 자신의 아이디어를 표현하고자 하는 이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그렇게 블리자드가 차려준 밥상에 유저들이 만든 기상천외한 반찬들이 하나 둘 올라가더니, 이제는 그 반찬이 메인 요리가 되어 새로운 프랜차이즈로 거듭나고 있다. 유즈맵에서 탄생해 오늘날 전세계 게이머들이 열광하는 인기 장르로 성장한 게임이 한두 개가 아니기 때문이다. 오늘은 그 중 가장 거대하게 성장한 유즈맵 출신 게임 장르들을 소개한다.

TOP 5. 비대칭 PvP 탈출(술래잡기)

'고양이 vs 쥐', 혹은 '톰과 제리'라 불리던 이 모드는 비대칭 서바이벌 게임의 기틀을 닦았다. 압도적인 무력을 가진 소수의 추격자(고양이, 울트라리스크 등 파워 유닛)와, 도망치며 기지를 건설해 버텨야 하는 다수의 도망자(쥐, 프로브)가 펼치는 눈치 싸움은 그야말로 심장이 쫄깃해지는 경험이이다. 쥐들은 좁은 입구에 파일런이나 서플라이 디팟을 지어 고양이의 진입을 막고, 그 뒤에서 테크를 올려 역관광을 노린다. 고양이는 초반에 사냥에 실패할 경우 역으로 당할 수 있기에 필사적으로 쥐들을 잡으러 다녀야 한다.

이 장르의 핵심인 '추격과 도주', '건설을 통한 방어'의 메커니즘은 이후 '데드 바이 데이라이트', '제5인격' 등 각종 프롭 헌팅 게임으로 진화했다. 똑같은 조건에서 싸워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깨고, 소수의 강자와 다수의 약자를 배치하는 것. 지형지물과 협동을 통해 강자를 농락하는 카타르시스 등은 모두 스타크래프트 모드에서 처음 시작됐다. 데바데를 즐겁게 즐겼다면, 친구들과 PC방에 모여 원류인 '고양이 vs 쥐' 모드를 플레이 해 보는 것도 새로운 경험이 될 것이다.

방법만 알면 제리가 되어 살아남는 것이 사실 더 쉽다 (사진촬영: 게임메카)
▲ 방법만 알면 제리가 되어 살아남는 것이 사실 더 쉽다 (사진촬영: 게임메카)

TOP 4. 온라인 마피아게임

'어몽 어스'가 전 세계를 휩쓸었을 때, 스타크래프트 고인물들은 꽤 익숙한 느낌을 받았다. 스타크래프트 초기 유즈맵에서 인기를 끈 마피아게임들과 핵심 요소가 완전히 똑같았기 때문이다. 특히 '더 씽'은 오프라인 놀이인 '마피아 게임'에, 남극 기지에 고립된 대원들 속에 숨어든 외계 생명체를 찾아내는 영화 '더 씽'을 더한 맵이다. 플레이어 중 한 명(혹은 그 이상)이 무작위로 '더 씽'이 되어 동료인 척 연기하며 게임이 시작된다. 인간들은 '더 씽'을 찾아내 사살하거나 탈출해야 하고, '더 씽'은 정체를 들키지 않고 모든 인간을 죽이거나 감염시켜야 한다.

감염자가 인간의 뒤통수를 치고, 서로 대화를 통해 누가 감염자인지 찾아내고, 그 과정에서 억울한 사람을 감염자로 몰아 죽이는 등의 배신의 미학은 이미 여기서부터 완벽하게 구현돼 있었다. 이후 '더 씽'은 스타크래프트 2 유즈맵에서 더욱 큰 인기를 얻었고, 어몽 어스와 같은 별도 게임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사실 어몽 어스도 높은 캐릭터성과 캐주얼함으로 높은 인기를 끌고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비장한 분위기가 감도는 스타크래프트 버전이 더 마음에 든다.

이제는 오래된 맵이라 하는 사람도 없는 더 씽 (사진출처: scmscx.com)
▲ 이제는 오래된 맵이라 하는 사람도 없는 더 씽 (사진출처: scmscx.com)

해당 맵은 스타크래프트 2에서 다시 생명력을 얻었다 (사진출처: 유튜브 채널 MasterofRoflness 영상 갈무리)
▲ 해당 맵은 스타크래프트 2에서 다시 생명력을 얻었다 (사진출처: 유튜브 채널 MasterofRoflness 영상 갈무리)

TOP 3. 오토 배틀러

'전략적 팀 전투(TFT, 일명 롤토체스)'나 '오토 체스'에서는 유닛을 직접 조종해서 싸우는 게 아니라, 어떤 유닛을 뽑고 어디에 배치할지에 모든 것을 건다. 스타크래프트 유즈맵판에서는 이를 '랜덤 디펜스' 혹은 '포커 디펜스'라 불렀다. 특히 포커 디펜스의 경우 시민을 비콘에 넣으면 랜덤으로 나오는 유닛 종류에 따라 포커 족보(원페어, 풀하우스, 스트레이트 등)가 결정되고, 이에 따라 어떤 캐릭터를 얻을 수 있는지가 결정된다. 남들은 캐리어나 테사다르 뽑을 때 나만 줄줄이 마린만 나오는 그 억울함이란!

컨트롤이 좋지 않아도 운과 전략만 좋으면 1등을 할 수 있다는 달콤한 유혹은 수많은 게이머를 '리롤(Re-roll)'의 늪에 빠트렸다. 특히 다른 플레이어들이 어떤 패를 뽑았는지 구경하며 서로 견제하거나 부러워하는 재미가 쏠쏠했던 기억이다. 이러한 조합과 리롤, 확률 싸움과 자동 전투, 배치 전략 등은 훗날 오토 배틀러 장르로 성장했고, 현재도 많은 이들이 즐기고 있다.

▲ 제발 스트레이트...! 아, 꽝이네 (사진촬영: 게임메카)
▲ 제발 스트레이트...! 아, 꽝이네 (사진촬영: 게임메카)

TOP 2. 타워 디펜스

타워 디펜스 장르는 스타크래프트 유즈맵 역사상 가장 대중적인 성공을 거둔 장르 2위다. 몰려오는 적들을 방어 건물(타워)로 막아내는 단순한 구조지만, 유즈맵 제작자들은 여기에 '미로 찾기(Mazing)' 개념을 도입했다. 건물을 예쁜 형태로 지어 적 유닛이 빙빙 돌아오게 만들고, 그 사이에 딜을 쏟아붓는 방식은 심시티와 전략의 완벽한 결합이었다. 캐논 디펜스, 타워 디펜스, U디펜스, T디펜스 같은 다양한 디펜스 맵들이 나오며, 디펜스는 이미 이 때부터 하나의 장르로서 형태를 갖췄다.

단순히 막는 것을 넘어 유닛의 종류와 속성, 사거리를 계산해 최적의 효율을 뽑아내는 과정은 굉장한 중독성을 자랑했다. 어마어마한 물량의 유닛들이 내가 지은 벙커 앞에서 녹아내리는 걸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시간이 삭제되곤 했다. 이후 이 같은 규칙에 점차 살이 붙으며 '식물 대 좀비', '킹덤 러쉬', '랜덤 다이스' 같은 명작 디펜스 게임들이 쏟아져 나왔고, 수집형과 서브컬처를 융합한 '명일방주'까지 흥행 중이다. 명일방주를 볼 때마다 문득 포토 캐논 겹쳐 짓기를 하던 지난날이 떠오르는 올드 유저들, 손!

무한히 몰려오는 적을 녹이는 쾌감, 타워 디펜스의 정석 (사진: 게임메카 촬영)
▲ 무한히 몰려오는 적을 녹이는 쾌감, 타워 디펜스의 정석 (사진: 게임메카 촬영)

TOP 1. AOS(MOBA)

오늘날 '리그 오브 레전드(롤)'와 '도타 2'는 전 세계 e스포츠 시장을 선두에서 이끄는 게임이다. 그 조상이 바로 스타크래프트 유즈맵 '애온 오브 스트라이프(Aeon of Strife)'다. 수많은 유닛을 부대 단위로 조종하던 기존 RTS와 달리, 단 하나의 영웅 유닛만을 조종하며 레벨을 올리고 아이템을 맞추는 이 방식은 당시엔 충격 그 자체였다. 당시 맵 제작자는 스타크래프트에 없는 레벨업 시스템을 구현하기 위해 온갖 트리거 꼼수를 썼고, 이것은 성장, 라인전, 공성으로 이어지는 기틀을 닦았다.

이 유즈맵이 유명해지며 장르명도 '애온 오브 스트라이프(Aeon of Strife)'의 약자를 딴 AOS로 불리기 시작했으며, 이후 워크래프트 3로 넘어가 '도타(DotA)'가 됐다. 여기서 파생된 게임들이 지금의 거대 e스포츠 산업을 이뤘으니, 역사상 가장 영향력 있는 유즈맵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고 보면 라이엇게임즈는 이번 설날, 블리자드나 AOS 모드 제작자에게 선물을 보냈을까? 아, 미국이라 추수감사절이나 크리스마스를 챙기나?

롤의 증조할아버지 뻘 되는 전설의 시작 (사진: 게임메카 촬영)
▲ 롤의 증조할아버지 뻘 되는 전설의 시작 (사진: 게임메카 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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