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선 칼럼에서는 중국 자동차산업의 파괴적인 시장확대에 대해 짚었다. 그러나 그 정도로는 부족하다는 생각에 글로벌오토뉴스에 그 이후로 업데이트된 뉴스를 살펴봤다. 오늘날은 정보가 넘친다. 그런데 뉴스 소비자들은 짧은 컨텐츠를 더 선호한다. 그래서 왜곡되기 쉽다. 인공지능 검색엔진까지 가세해 더 혼란스럽다. 정리하기도 쉽지 않다. 한국의 뉴스 소비자들은 상당히 수준이 높다. 그럼에도 확증 편향에 사로잡힌 사람들은 있다. 그건 어쩔 수 없다. 일부 데이터만으로 침소봉대하는 것은 변함없다. 뉴스들만을 나열해도 판단의 기준이 될 수 있다는 생각에 최근 1주일 사이 등장한 뉴스 네 가지를 나열해 본다. 그동안 큰 주제를 중심으로 정리했던 것과는 다른 방식이다. 시장과 기술 주도권이 중국에 있음을 보여 주는 내용이다. 다만 짚고 넘어갈 것은 중국제품의 저가 공세 뒤에는 중국 정부가 있다는 점이다. 이것이 언제까지 가능할지는 아무도 예상할 수 없다. 그래서 중국시장은 인정하면서도 중국산업의 지속가능성에 대해서는 전적으로 받아들이지 않는 것이다. 분석과 판단은 독자들의 몫이다.
글/채영석(글로벌오토뉴스 국장)
1.동남아시아 시장에서 일본차 위세 지속 하락… 중국과 현지 브랜드에 안방 내줘
시장조사회사 마크라인즈에 따르면 2025년 인도네시아를 포함한 동남아 주요 6개국에서 일본차의 연간 판매가 전년 대비 20% 이상 감소한 약 227만 대였다. 그 빈자리는 파격적인 가격을 앞세운 중국 전기차와 베트남 빈패스트 등 현지 브랜드들이 빠르게 잠식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동남아시아 신차 시장에서 수십 년간 이어져 온 일본 자동차의 독점적 지위가 무너지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인도네시아 내 일본차 비중은 2025년 81%로 떨어지며 전년 대비 8%포인트 이상 하락했다. 한때 90%를 상회하던 태국 시장 점유율도 68%까지 하락했다. 반면 인도네시아에서 중국차 비중은 14%로 두 배 이상 상승했다. BYD가 2025년 7월 출시한 1,600만 원대 초저가 전기차 아토 1은 가솔린차 수준의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토요타, 다이하츠에 이어 판매량 3위까지 치고 올라왔다. 태국과 싱가포르에서도 중국차 점유율은 각각 22%, 13% 포인트씩 상승하며 일본차를 압박하고 있다고 마크라인즈는 밝혔다.
베트남에서는 빈패스트가 2024년 판매량에서 이미 토요타를 제친 데 이어, 2025년에는 자국 시장 점유율 34%를 기록하며 압도적 1위를 굳혔다. 소형 전기차 VF 3와 VF 5가 대 흥행을 거두며 현지 제조사들의 합산 점유율 33.5%가 사상 처음으로 일본차 전체 합계 32.9%를 앞질렀다. 이는 1950년대 진출 이후 70년 가까이 이어온 일본차의 아성이 무너졌음을 의미한다.
상황이 급변하자 일본 업체들은 생산 중단과 감산 등 구조조정에 돌입했다. 미쓰비시는 태국 공장 가동 중단을 결정했고, 스즈키는 태국 내 사륜차 생산을 중단하고 공장을 포드에 매각했다. 혼다와 닛산 역시 생산 능력을 대폭 축소하는 한편, 부족한 전기차 라인업을 메우기 위해 중국 공장에서 생산된 전기차를 역수입하는 고육지책까지 쓰고 있다.
동남아 시장의 가파른 전동화 전환 속도가 일본차의 하락을 재촉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유럽과 미국에서 전기차 수요가 주춤하는 사이, 인도네시아 등은 전기차 비중이 전년 대비 두 배 이상 증가하며 시장의 중심축이 이동했다. 토요타가 하이브리드를 앞세운 멀티 패스웨이 전략으로 버티고 있지만, 중국차의 첨단 인테리어와 압도적 가격 격차를 극복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많다.
동남아 시장에서 일본차는 고장 안 나는 명차라는 공식이 중국차는 싸고 스마트한 전기차라는 트렌드에 밀려버렸다고 해석할 수 있다. 일본차가 70년 공들인 탑이 불과 2~3년 만에 현지업체와 중국차 공세에 밀리는 것이 동남아시아 뿐만은 아닐 것으로 보인다.
2. 마에스트로 S800, 중국시장에서 독일 프리미엄 3사 제치고 1위
중국 화웨이와 JAC의 합작 브랜드인 마에스트로(Maextro)의 플래그십 세단 S800이 1월 한 달간 2,625대를 인도하며 70만 위안(약 1억 3,000만 원) 이상 고가 세단 부문에서 압도적인 1위를 차지했다. 전통적인 럭셔리 강자인 독일 브랜드들을 압도했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1월 판매량 기준으로 2위인 BMW 7시리즈 1,188대와 3위인 메르세데스-벤츠 마이바흐 S클래스 1,040대를 합친 것보다 더 많은 판매다. 메르세데스-벤츠 S클래스 1,005대와 아우디 A8 460대 등 전통의 강자들도 마엑스트로의 기세에 밀려 순위권 하단으로 밀려났다.
2025년 8월 인도를 시작한 S800은 불과 반년 만에 누계 판매 1만 4,078대를 기록하며 선전, 광저우, 상하이 등 중국 주요 대도시의 부유층 사이에서 새로운 부의 상징으로 떠올랐다.
이 같은 흥행의 배경에는 화웨이의 강력한 유통 및 기술 생태계인 HIMA(하모니 인텔리전트 모빌리티 얼라이언스)가 있다. S800은 아이토, 럭시드 등이 판매되는 화웨이 매장을 통해 소비자 접점을 넓혔다. 여기에 전장 5,480mm, 휠베이스 3,370mm에 달하는 압도적인 차체 크기는 BMW 7시리즈보다도 89mm가 더 길어 공간을 중시하는 중국 상류층의 취향을 저격했다.
실내에는 15.6인치 메인 스크린과 16인치 조수석 모니터가 탑재됐으며, 손동작 하나로 뒷좌석 창문 밝기를 조절하는 등 화웨이의 첨단 디지털 기술이 집약됐다. 파워트레인 역시 523마력의 배터리 전기차와 모델과 최대 852마력에 달하는 주행거리 연장형 전기차(EREV) 등 강력한 성능을 갖췄다.
최근 중국 산업정보기술부(MIIT)의 형식 승인 과정에서 업데이트된 사양에 따르면, 마에스트로 S800은 조만간 더 강력한 EREV 신모델을 투입할 예정이다. 이는 배터리 전기차의 주행거리 불안감을 해소하면서도 럭셔리 세단의 정숙성을 유지하려는 전략으로, 독일계 내연기관 럭셔리 차량의 남은 수요까지 흡수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이제 중국의 CEO와 부유층들은 더 이상 마이바흐나 7시리즈만 고집하지 않는다. 화웨이의 소프트웨어가 탑재된 1억 원대 중국산 세단이 벤츠와 BMW의 합계 판매량을 넘어선 것은 브랜드 권력이 기계공학에서 지능형 기술로 이동했음을 보여주는 결정적 증거라고 할 수 있다.
배터리 전기차보다 주행거리 연장형(EREV) 모델이 주력인 마에스트로의 성공이 향후 벤츠나 BMW의 전동화 전략에 어떤 압박을 주게 될지 궁금하다.

3. 독일 프리미엄3사 중국시장에서 판매 하락과 가격 인하
중국 시장에서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들이 전례 없는 위기에 직면하며 생존을 위한 대규모 가격 인하에 나섰다. BMW, 메르세데스 벤츠, 아우디 등 독일 3사는 지난해 중국 판매량이 일제히 두 자릿수 급감하며 시장 점유율 30% 선이 붕괴될 위기에 처하자 대대적인 가격 조정을 단행하고 있다.
2025년 중국 시장에서 메르세데스 벤츠는 전년 대비 19% 감소한 57만 5,000여 대, BMW는 12.5% 감소한 62만 5,000여 대에 그쳤다. 아우디 또한 5%의 역성장을 기록했다. 3사를 합쳐 2024년 대비 약 26만 대의 판매량이 사라진 셈이다. 이는 화웨이의 HIMA 연합 브랜드 아이토를 비롯해 샤오미, 니오 등 중국 토종 브랜드들이 첨단 스마트 기술을 앞세워 럭셔리 시장을 빠르게 잠식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판매 부진을 타개하기 위해 BMW는 올해 1월 1일부터 30여 개 주요 모델의 권장 소비자가격을 10% 이상 인하했다. 플래그십 전기 세단인 i7 M70L은 기존 가격에서 30만 위안(약 6,400만 원)을 깎아주는 파격적인 공세를 펼치고 있으며, 전기 SUV인 iX1 eDrive25L은 24% 할인된 22만 8,000위안(약 4,300만 원)까지 가격이 내려갔다. 이번 조치로 중국 내 30만 위안 미만 BMW 모델은 기존 3개에서 10개로 대폭 늘어났다. 엔트리 모델인 225L M 스포츠는 20만 위안(약 3,800만 원)대부터 시작해 중국차와 직접 경쟁하는 처지가 됐다.
메르세데스 벤츠도 2월 1일부터 C클래스와 GLC 등 핵심 주력 모델의 가격을 모델별로 3만 3,000위안에서 최대 6만 9,000위안(약 1,300만 원)까지 낮췄다. 단순한 가격 전쟁이 아닌, 딜러망 붕괴를 막고 현지 전기차 브랜드로 이탈하는 고객을 붙잡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되고 있다. 독일차가 더 이상 중국에서 성공의 상징으로 통하지 않는 만큼, 가격 인하와 더불어 현지화된 자율주행 기술과 디지털 전환 없이는 과거의 위상을 회복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4. 중국, 터치스크린 중심에 제동… 주요 안전기능 물리 버튼 의무화
중국 정부가 테슬라와 샤오미 등 전기차회사들이 주도해온 미니멀리즘 조종석 디자인에 제동을 걸었다. 중국 공업정보화부(MIIT)는 방향지시등, 기어 변속, 와이퍼 등 핵심 안전 기능을 반드시 물리적 장치로 조작하도록 하는 국가 표준 개정안을 발표했다. 이번 규제는 2026년 7월 1일부터 신규 제조되는 차량에 의무 적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개정안의 핵심은 운전자가 도로에서 눈을 떼지 않고도 직관적으로 기능을 조작할 수 있도록 하는 물리적 조작의 복원이다. 그동안 중국 신에너지차들은 테슬라가 주도한 대형 터치스크린에 거의 모든 제어 기능을 통합해왔다. 그러나 이는 운전자의 주의를 분산시키고 시스템 오류 시 대처가 어렵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지침에 따르면 앞으로 방향지시등, 비상경고등, 기어 변속(P/R/N/D), 와이퍼, 전동 창문 등 주요 기능은 반드시 고정된 위치의 물리적 버튼이나 스위치로 제공되어야 한다. 특히 기어 변속을 화면 터치로만 조작하는 방식은 명시적으로 금지된다.
물리 버튼의 품질과 신뢰성에 대한 세부 기준도 까다롭게 마련됐다. 각 버튼의 유효 작동 면적은 최소 10mm x 10mm 이상이어야 하며, 조작 시 운전자가 즉각 인지할 수 있도록 촉각이나 청각 피드백을 제공해야 한다. 또한 차량의 메인 시스템이 다운되거나 전원이 상실된 극한 상황에서도 해당 기능들이 독립적으로 작동해야 한다는 신뢰성 요건이 강조됐다. 이번 표준 개정에는 지리, FAW-폭스바겐, BYD 등 주요 업체들이 참여해 의견을 수렴했다고 밝혔다.
중국의 이번 행보는 최근 연이어 발생한 자국 내 전기차 사고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이미 중국은 사고 시 전력이 차단되어 문이 열리지 않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27년부터 매립형 도어 핸들을 금지하고 기계식 해제 장치를 의무화하기로 했으며, 요크 스타일 스티어링 휠에 대해서도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유럽의 자동차 안전 평가 기구인 유로 NCAP 역시 2026년부터 물리 버튼 유무를 평가에 반영하기로 한 상황에서, 세계 최대 시장인 중국의 이번 법제화는 글로벌 자동차 디자인의 표준을 안전 중심으로 회귀시키는 결정적 계기가 될 전망이다.
버튼의 최소 면적(100㎟)까지 정해준 것은 자동차회사들의 과도한 디자인 편중과 원가 절감 행태를 막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화면 터치 중심을 주도해 온 테슬라나 그것을 벤치마킹해 물리 버튼을 최소화했던 샤오미 등이 이번 규제로 인해 내수 시장에서 대대적인 설계 변경 비용을 감당할 수 있을지 주목을 끌고 있다. 특히 매립형 도어 핸들 금지에 이어 버튼 의무화까지 겹치면서 중국형 전기차의 인테리어 문법이 완전히 바뀔 것으로 예상된다.
짚고 넘어갈 것은 중국제품의 저가 공세 뒤에는 중국 정부가 있다는 점이다. 이것이 언제까지 가능할지는 아무도 예상할 수 없다. 그래서 중국시장은 인정하면서도 중국산업의 지속가능성에 대해서는 전적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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