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3월 8일은 ‘세계 여성의 날(International Women’s Day)’이다. 여성의 권리와 평등을 돌아보고 사회 전반에서 동등한 기회를 확대하기 위한 의미를 되새기는 날로, 1908년 미국 여성 노동자들이 근로 여건 개선과 참정권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인 것에서 시작됐다. 이후 1975년 유엔(UN)이 공식 기념일로 지정하며 전 세계적으로 확산됐다.
특히 세계 여성의 날의 탄생지인 미국에서는 산업 전반에서 여성 리더십이 두드러진 성과를 만들어 왔다. 기업의 이름이나 브랜드가 곧 창업자의 이름과 동일한 상징성을 갖게 된 여성 CEO들은 자신만의 경영 철학과 전략으로 글로벌 시장을 개척했다. 홈클리닝, 뷰티, 패션 산업에서 각각 독보적인 브랜드로 자리 잡은 비쎌, 에스티 로더, 토리 버치가 대표적인 사례다.
북미를 넘어 유럽까지, 비쎌을 글로벌 브랜드로 성장시킨 안나 비쎌
비쎌(BISSELL)은 1876년 미국에서 설립된 글로벌 홈클리닝 브랜드로, 150년 가까이 청소라는 단일 분야에 집중해 온 기업이다.
미국 최초의 여성 CEO 중 한 명으로 꼽히는 안나 비쎌(Anna Bissell)은 1889년 남편이자 창업자인 멜빌 비쎌(Melville Bissell)의 사망 이후 회사를 맡아 경영을 이어갔다. 그는 공격적인 유통망 확장과 해외 진출 전략을 추진하며 비쎌의 성장 기반을 마련했다.
(좌) 안나 비쎌 (Anna Bissell), (우) 비쎌 대표 제품 ‘크로스웨이브 옴니포스 엣지’
특히 북미 시장을 넘어 유럽 시장까지 사업 영역을 확대하며 글로벌 브랜드로 도약하는 전환점을 만들었다. 1890년대 후반 영국 빅토리아 여왕이 비쎌의 카펫 스위퍼를 왕실 공식 청소 도구로 채택하면서 브랜드는 국제적인 인지도를 확보했다. 이 사건은 비쎌이 세계 시장에서 입지를 다지는 계기가 됐다.
오늘날 비쎌은 반려동물 털과 오염 제거에 특화된 청소 제품으로 주목받으며 미국 반려동물 가구가 가장 많이 선택하는 브랜드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 또한 안나 비쎌의 증손자 며느리 캐시 비쎌(Cathy Bissell)은 2011년 ‘비쎌 펫 재단(BISSELL Pet Foundation)’을 설립해 동물 보호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이 재단은 현재까지 전 세계 375개 이상의 동물복지 단체를 지원했으며 약 124만 마리의 반려동물에게 중성화 수술과 입양 기회를 제공했다.
체험 중심 전략으로 뷰티 산업의 기준을 바꾼 에스티 로더
에스티 로더(Estée Lauder)는 1946년 미국에서 설립된 글로벌 화장품 기업이다. 창업자인 에스티 로더는 남편과 함께 회사를 세우고 기존 화장품 유통 방식과 차별화된 판매 전략을 도입하며 브랜드를 성장시켰다.
그가 도입한 대표적인 전략은 무료 샘플 제공과 현장 시연이었다. 소비자가 직접 제품을 체험하도록 하는 방식은 당시 화장품 업계에서 흔하지 않은 접근이었지만, 이후 뷰티 산업 전반에 확산되며 새로운 유통 기준으로 자리 잡았다.
에스티 로더를 대표하는 향수 ‘유스-듀’
1953년 출시된 향수 ‘유스-듀(Youth-Dew)’의 성공은 회사의 성장 속도를 크게 끌어올렸다. 이를 계기로 에스티 로더는 글로벌 시장에서 빠르게 영향력을 확대했고, 창업자는 뷰티 산업의 마케팅과 유통 방식을 재정의한 경영자로 평가받고 있다.
현재 에스티 로더는 단일 브랜드를 넘어 조 말론 런던, 맥, 르 라보 등 다양한 브랜드를 보유한 글로벌 뷰티 그룹으로 성장했다. 스킨케어와 메이크업, 향수 등 뷰티 전 영역에서 안정적인 사업 포트폴리오를 구축하며 세계 주요 시장에서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다.
패션 브랜드를 넘어 여성들의 일상에 스며든 토리 버치
토리 버치(Tory Burch)는 2004년 미국 뉴욕에서 설립된 패션 브랜드로, 창업자인 토리 버치의 이름을 그대로 브랜드로 사용하고 있다.
그는 대학 졸업 후 폴로 랄프로렌, 베라 왕, 로에베 등 글로벌 패션 브랜드에서 실무 경험을 쌓으며 산업 전반에 대한 이해를 높였다.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실용성과 클래식한 디자인을 결합한 브랜드 전략을 구축했다.
토리 버치의 대표 제품 플랫슈즈 ‘레바’
브랜드의 대표 제품인 플랫슈즈 ‘레바(Reva)’는 어머니의 이름을 딴 제품으로 출시돼 큰 인기를 얻으며 브랜드 초기 성장의 핵심 역할을 했다. 이후 의류, 가방, 신발 등으로 제품군을 확장하며 글로벌 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대했다.
이 같은 성과로 토리 버치는 포브스와 타임지가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 100인’에 이름을 올리며 여성 CEO로서의 리더십을 인정받았다.
또한 그는 2009년 ‘토리버치 재단(Tory Burch Foundation)’을 설립해 여성 창업자를 위한 자금 지원과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재단은 여성들이 커리어를 지속하고 확장할 수 있도록 돕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여성 기업가 생태계 확대에 기여하고 있다.
세계 여성의 날은 단순한 기념일을 넘어 여성들이 산업과 사회 전반에서 만들어 온 변화와 성과를 되돌아보는 날이다. 안나 비쎌, 에스티 로더, 토리 버치와 같은 여성 CEO들의 사례는 여성 리더십이 글로벌 산업의 혁신과 성장에 중요한 역할을 해왔음을 보여준다. 이들의 경영 철학과 브랜드 전략은 오늘날에도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새로운 도전과 변화를 이끌어내는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이준문 기자/jun@newsta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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