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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 '별똥별' 땅 위를 달리다, 르노 필랑트 에스프리 알핀 시승기

글로벌오토뉴스
2026.03.09. 13:5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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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랑트(Filante).' 프랑스어로 별똥별이라는 뜻이다. 하늘을 가로지르다 순식간에 사라지는 유성처럼, 강렬한 인상을 남기겠다는 의지가 이름에 담겨 있다. 그런데 별똥별은 아이러니한 존재다. 가장 밝게 빛나는 순간이 곧 소멸의 순간이기도 하다. 르노가 이 이름을 선택했을 때, 그들은 어쩌면 그 긴장감까지 의도했는지 모른다. 찰나의 빛으로 기억될 것인가, 아니면 오래도록 하늘에 남는 별이 될 것인가.

르노 필랑트는 르노코리아의 '오로라 프로젝트'가 낳은 두 번째 모델이다. 첫 번째였던 그랑 콜레오스가 국내 시장에서 르노코리아의 부활을 선언했다면, 필랑트는 그 다음 질문에 답해야 하는 차다. 그랑 콜레오스의 성공이 우연이 아니었음을, 르노코리아가 진지하게 프리미엄 시장을 겨냥하고 있음을 증명해야 하는 무게를 짊어지고 있다. 경주에 마련된 시승 코스에서 직접 확인하기로 했다.




시승장에 도착해 차를 처음 마주하는 순간, 가장 먼저 드는 생각은 "이건 분명히 다르다"는 것이다. 요즘 준대형 SUV 시장의 흐름은 크게 두 방향으로 나뉜다. 각진 오프로드 지향 디자인, 혹은 디지털 감성의 직선적 조형. 필랑트 에스프리 알핀은 그 어느 쪽도 아니다.



길이 4,915mm, 너비 1,890mm, 높이 1,635mm. E세그먼트 크로스오버의 체격을 갖추면서도 루프 라인은 쿠페처럼 완만하게 흘러내린다. 후면이 특히 인상적이다. 리어 램프가 안쪽으로 꺾이며 만들어내는 조형, 그것을 감싸는 거대한 블랙 마감면, 차폭을 시각적으로 더욱 넓혀 보이는 LED 리어 램프의 배치. 정지한 상태에서도 달리고 있는 듯한 긴장감이 후면 전체에 흐른다. 에스프리 알핀 트림에 적용된 메탈릭 블랙 루프와 글로시 블랙 어퍼 테일게이트가 차량 상단과 후면을 하나의 덩어리로 묶어내면서 고급스러움을 더한다.



전면에서는 일루미네이티드 로장주 로고와 그릴 라이팅이 존재감을 드러낸다. 시동을 걸고 끌 때 전후면 램프가 연출하는 웰컴·굿바이 라이팅 애니메이션은 탑승 경험을 특별하게 만든다. 필랑트 이후 르노코리아의 라인업에서 과거의 디자인 언어는 완전히 사라졌다. 이제는 모든 라인업에서 르노 고유의 색깔을 확인할 수 있다.



운전석에 앉으면 세 개의 12.3인치 스크린이 시야를 채운다. 계기판, 중앙 인포테인먼트, 조수석 전용 스크린이 하나의 파노라마처럼 연결되면서도 각각 독립적으로 작동한다. 운전자가 고개를 돌려도 조수석 화면은 보이지 않는다. 주행 중 안전을 고려한 설계다. 반면 동승자는 이동 중에 유튜브를 보거나, 스마트폰을 터치패드처럼 연동해 게임을 즐기는 것도 가능하다. 동승자가 지루할 틈이 없다.



인포테인먼트의 핵심은 네이버 웨일 브라우저 기반의 유연한 구조다. 특정 브랜드에 종속된 고정형 UI가 아니라, 사용자 설정에 맞게 즐겨찾기를 구성하고 다양한 웹앱을 활용할 수 있다. 자동차 제조사 입장에서는 인포테인먼트 개발 비용을 낮추면서도 지속적인 업데이트가 가능하고, 소비자 입장에서는 익숙한 환경에서 차량을 사용하는 편의를 얻는다. 5년 무제한 5G 데이터를 기본 제공한다는 점도 실용적이다.



출시 이후 추가된 '팁스(Tips)' 기능도 주목할 만하다. 기존 매뉴얼 검색 방식이 아니라, AI 기반 채팅 형식으로 차량 기능을 자연어로 질문하고 답을 얻는 구조다. 기능이 워낙 많아 젊은 운전자도 파악하기 쉽지 않은 필랑트에서, 이 기능은 진입 장벽을 크게 낮춰준다. 현재는 공조장치 등 일부 기능에 한정되어 있지만 OTA 업데이트를 통해 적용 범위가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2열 공간은 2,820mm 휠베이스가 만들어내는 여유가 그대로 느껴진다. 무릎 공간 320mm, 헤드룸 886mm. 쿠페형 루프 라인 때문에 시각적으로는 좁아 보일 수 있지만, 실제로 앉으면 키 180cm인 탑승자도 머리가 닿지 않는다. 어깨 공간도 넉넉하다. 트렁크는 기본 633L에서 뒷좌석 폴딩 시 2,050L까지 확장된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랑 콜레오스보다 확실히 좋다. 다만 그 차이가 극적이지는 않다. 그랑 콜레오스가 이미 일반 도로에서 매우 완성도 높은 주행 감각을 보여줬기 때문에, 필랑트의 변화는 수치보다 감각으로 체감된다.

시속 60km 안팎의 시내 주행에서 실내는 놀랍도록 조용하다. 노면 소음 차단은 물론, 가속 시 엔진음이 실내로 유입되는 수준도 상당히 억제되어 있다. 전 트림에 기본 적용된 액티브 노이즈 캔슬레이션(ANC)과 이중접합 차음 유리(아이코닉 이상 트림)의 효과다.



파워트레인은 1.5L 터보 가솔린 엔진에 100kW 구동 모터와 60kW 시동 모터를 결합한 직병렬 듀얼 모터 하이브리드. 시스템 최고 출력 250마력, 최대 토크 25.5kg·m. 그랑 콜레오스 대비 5마력 높지만, 필랑트가 조금 더 무거운 탓에 가속감의 차이는 체감하기 어렵다. 스포티한 파워트레인이 아니다. 효율과 전기 모드 활용 최대화에 초점을 맞춘 설계다.

주파수 감응형 댐퍼(SFD)는 도심에서는 부드럽게, 고속도로에서는 안정적으로 차체 거동을 제어한다. AI 주행 모드로 설정해두면 주행 상황에 따라 서스펜션 세팅이 자동으로 달라진다. 코너링에서의 롤 억제, 상하 충격 흡수 모두 준대형급에 걸맞은 수준이다. 단단하게 억누르기보다 유연하게 감싸는 방식으로 탑승자를 편안하게 한다.



아쉬운 점도 있다. 회생 제동과 브레이킹 시 느껴지는 이질감이다. 브레이크 페달을 밟을 때 유압 제동과 회생 제동의 전환이 요즘의 하이브리드 차량들과 비교해도 차이가 느껴진다. 국산 경쟁모델들이 좀 더 자연스럽게 느껴진다. 필랑트에서 한 단계 더 개선을 기대했지만, 그랑 콜레오스와 비슷한 수준에 머물러 있다. 절대적인 만족감은 높지만, 세밀한 완성도에서는 개선될 여지가 보인다.

시승 중 약 30km를 주행한 결과 평균 연비는 14.3km/L. 공인 복합 연비 15.1km/L에 근접하는 수치다. 가속 구간이 포함된 상황임을 감안하면 실용적인 연비다. 계기판에 표시된 주행 가능 거리는 1,020km. 한 번 가득 채우면 한동안 주유할 필요가 없다.



르노 필랑트는 단점을 찾기가 쉽지 않은 차다. 디자인, 실내 공간, 편의 기능, 인포테인먼트 구성 모두 경쟁 모델 대비 탁월하다. 가격 또한 4,971만 원(에스프리 알핀 기준)으로, 차급과 옵션 구성을 감안하면 경쟁력이 충분하다.

남은 변수는 소프트웨어다. 기능이 많은 만큼 안정성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이 장점인 동시에 잠재적인 리스크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는 요즘 자동차 회사들이 공통적으로 접하는 숙제이기도 하다. 소프트웨어적인 문제만 없다면, 르노 필랑트는 올해 국내 시장에서 가장 주목받는 차량 중 하나가 될 가능성이 충분하다. 그랑 콜레오스로 쌓아온 신뢰를 기반으로, 필랑트는 르노코리아의 새로운 챕터를 쓰고 있다.

글 / 원선웅 (글로벌오토뉴스 기자)
<저작권자(c) 글로벌오토뉴스(www.global-autonews.com). 무단전재-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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