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자동차 업계에서 가장 뜨거운 논쟁거리였던 이슈를 하나 꼽으라면, 단연 페라리 루체(Ferrari Luce)의 실내 공개 소식이다. 페라리가 차기 순수 전기차의 인테리어 디자인을 아이폰을 만든 남자, 조니 아이브(Jony Ive)에게 맡겼다는 것. 아직 차 외관도 공개되지 않은 상태다. 전체적인 실내 모습도 아니다. 부분 부분, 단편적인 사진과 영상 몇 컷이 전부다. 그런데도 인터넷은 뜨거웠다.
이 정도면 재규어 Type 00 콘셉트카 발표 이후 자동차 업계에서 가장 큰 화제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재규어 때처럼 반응도 극단적으로 갈렸다. 찬사보다는 비판이 많았고, 논쟁은 지금도 식지 않았다. 조금은 열기가 식은 지금, 루체의 실내 디자인 공개에 대한 논란에 대해 얘기해 보고자 한다.
흥미로운 건 재규어와 페라리, 두 브랜드 모두 이번에 내놓은 혹은 준비 중인 모델이 전기차라는 점이다. 재규어는 이미 EV 경험이 있지만, 페라리에게 전기차는 전혀 다른 이야기다. V8, V12 엔진으로 대변되는 브랜드가 엔진 없는 차를 내놓는다는 것 자체가 정체성을 뒤흔드는 일이다.
여기서 한 가지 질문을 던져보고 싶다. 만약 조니 아이브의 이 인테리어가, 루체가 아닌 12실린드리(12Cilindri)에 얹혀 나왔다면 어땠을까? 더 얇고 깔끔해진 3스포크 스티어링 휠, 군더더기 없이 정리된 터치스크린, 다층 레이어 계기판 유리 뒤로 실제 바늘이 살아 움직이는 아날로그 감성, 그리고 물리 버튼의 귀환. 사실 우리가 페라리 실내에서 오랫동안 원하던 것들 아닌가.
솔직히 말하면, 나는 기존 페라리 인테리어를 그렇게 나쁘게 보지 않는 쪽이다. 기어 시프트 패들의 조작감이나 마네티노 다이얼의 완성도는 업계 최고 수준이다. 방향지시등 레버 위치 같은 인체공학적 아쉬움이 없는 건 아니지만, 그건 일상 통근 차가 아니라 주말에 서킷을 달리는 차다. 기준이 달라야 한다.
그러나 루체에 대한 반응이 유독 뜨거운 건, 단순히 디자인 때문만은 아니다. 페라리가 차세대 전기차의 내외장 디자인 전체를 외부 에이전시에 맡겼다는 사실 자체가 화제다. 페라리 내부 인사는 루체를 두고 "조니 아이브의 차"라고 표현했다고 한다.
이건 양날의 검이다. 만약 차가 논란이 된다면 "우리가 직접 한 게 아니니까"라고 한 발 물러설 수 있다. 반대로, 브랜드의 정수인 차에 그 정도 거리가 생겨도 되는 것인지에 대한 의문도 따른다.
페라리 입장에선 루체가 기존 라인업과는 완전히 다른 영역에 있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엔진도 없고, 디자이너도 다르다. 그러니 페라리의 '진짜 차'들과 구분이 필요했을 수 있다. 그런데 그렇다면 왜 페라리라는 이름을 붙이는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이 남는다.
솔직히 이번 논란의 상당 부분은 페라리가 공개한 사진 탓이 크다. 계기판과 스크린이 거의 수직으로 세워진 각도로 촬영된 사진들은, 어떻게 봐도 고급 승용차보다는 작업용 트럭 대시보드처럼 보였다. 심지어 SNS에서는 "중장비 운전석 같다"는 말도 나왔다.
하지만 영상으로 직접 가까이서 들여다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다층 유리 안에서 실제 바늘 계기판이 작동하고, 그 뒤로 디지털 디스플레이가 깔리는 입체 구조는 사진으로는 도저히 전달이 안 되는 깊이감과 질감이 있다. 소재의 촉감도 수준급이었다. 결국 정지된 이미지로 평가하기에는 너무 이르다는 뜻이다.
'일단 기다려 보자'는 말이 다소 무책임하게 들릴 수 있다는 걸 안다. 하지만 완성차로 직접 타보기 전까지는 최종 판단을 유보하겠다는 게 솔직한 입장이다. 그리고 이건 나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차를 아직 본 적도 없는 상태에서 너무 많은 사람들이, 너무 확신에 차서, 너무 빨리 판단을 내려버렸다.
루체의 외관은 올해 5월에야 공개된다. 그 전까지 우리가 본 건 인테리어의 일부다. 그것도 맥락 없이 떼어낸 사진 몇 장이 전부다. 내연기관의 시대가 저물어 가는 지금, 자동차라는 오브젝트가 여전히 이렇게나 많은 감정과 논쟁을 불러일으킨다는 것. 사실, 그것만으로도 이미 흥미롭다.
글 / 원선웅 (글로벌오토뉴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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