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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2. 트럼프 리스크, 세계 질서뿐 아니라 한국차와 K 배터리도?

글로벌오토뉴스
2026.03.16. 13:5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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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리스크가 현실화됐다. 정치적으로 푸틴이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것과 다를 바 없다. 아니 더 나쁘다. 시진핑의 중국과 푸틴의 러시아와 마찬가지로 트럼프는 미국을 권위주의 국가로 만들었다. 그로 인해 세계가 요동치고 있다. 얼마나 더 큰 재앙으로 이어질지도 알 수 없다. 모든 것이 미국 우선주의를 기치로 한 급진적 정책들이 미국 내 산업 지형은 물론 글로벌 경제 질서에 거센 후폭풍을 일으키고 있다. 동맹의 의미도 없다. 상황에 따라 관세로 압박하고 폭격으로 초토화시키고 있다. 특히 전기차와 재생에너지 부문에서 단행된 보조금 폐지와 규제 철폐는 탄소중립을 향한 세계적 흐름에 찬물을 끼얹었다. 그래서 그가 젊었을 때 전성기를 누렸던 전통 산업의 부활을 외치고 있다. 모두가 비판하지만 직접적으로 대항하지는 못하고 있다. 베네수엘라와 이란 침공은 트럼프가 미국 내 지지율 하락을 상쇄하기 위한 것이다. 그것이 뜻대로 되지 않고 있다. 이제는 한국까지 전쟁이 끌어 들이려 한다. 그 다음이 더 무섭다.

글/채영석(글로벌오토뉴스 국장)

자동차 관련 분야에서 트럼프는 에너지 패권과 보호무역주의를 기치로 약탈을 일삼고 있다. 당연히 글로벌 공급망이 흔들리고 있다.

그로 인해 미국 경제가 타격을 입은 것은 그렇다쳐도 세계 대부분의 나라가 곤경에 처하게 됐다. 자동차산업에서 상징적인 것은 바이든 시대의 핵심 정책이었던 인플레이션 감축법상의 전기차 세액 공제를 폐지한 점이다. 이로 인해 미국 내 전기차 판매는 급격히 위축되었으며, 조지아와 테네시 등 배터리 벨트에 예정되었던 수십억 달러 규모의 투자가 잇따라 취소되거나 무기한 연기됐다.

2025년 한 해에만 미국 동남부 지역에서 약 55억 달러의 투자와 4,700개의 일자리가 사라지는 등 미국 내 제조업 복원 계획에 차질이 빚어졌다. 2026년 1월, 미국은 파리 기후 협정에서 두 번째로 탈퇴하며 국제 사회의 기후 대응 공조에서 이탈했다. 이는 IRENA(국제재생에너지기구) 등 국제기구 내 미국의 영향력을 축소시키는 결과로 이어졌다.

미국은 UN에서 탈퇴하며 미국 중심의 조직 구성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여타 나라들의 반응이 신통치 않다. 같은 시기 미국은 세계보건기구(WHO)에서도 공식 탈퇴했다. 그로 인해 글로벌 팬데믹 대응 체계의 핵심 축이 무너지면서 국제 보건 안보에 공백이 생겼다는 우려가 크다. 또한, 동맹국들에 대한 방위비 분담금 대폭 인상 요구와 나토(NATO) 경시 태도는 오랜 동맹 관계에 균열을 내며 지정학적 불안정성을 키우고 있다.

미국 정부는 대대적인 규제 철폐를 통해 기업 비용을 1.3조 달러 이상 절감했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화석연료인 석유와 가스의 생산량은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며 단기적인 에너지 가격 하락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그러나 관세와 대 규모 추방 정책에 따른 노동력 부족은 인플레이션을 2.5% 수준에서 고착화시키고 있어, 금리 인하를 기다리는 시장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

정권이 바뀌었다고 이번처럼 기존 산업의 근간을 단기간에 뒤흔든 것은 전례가 없다. 특히 전기차 산업의 경우, 미국이 주춤하는 사이 중국과 유럽 기업들이 격차를 벌리고 있다. 이 정책적 변화가 실제 미국에서 생산하고 있는 완성차회사들과 부품사들의 실적 및 주가에 많은 타격을 입혔다.



트럼프 행정부 2기의 급진적인 정책들이 현실화되면서, 미국 시장에 수십조 원을 쏟아부은 한국의 자동차 및 배터리 기업들도 전례 없는 위기에 직면했다. 보조금 폐지와 고관세, 그리고 반 이민 기조에 따른 인력난까지 겹치며 국내 산업계의 피해 규모는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현대차와 기아는 지난해 합산 매출 300조 원을 돌파하며 외형 성장을 이뤘으나, 영업이익의 상당 부분을 미국 재무부에 헌납했다. 2025년 결산 결과, 현대차는 4조 1,100억 원, 기아는 3조 1,000억 원의 관세 비용을 지불했다. 사상 최대 매출에도 불구하고 관세 여파로 양사의 합산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약 19.5% 감소했다. 보조금 폐지 직후인 작년 하반기부터 미국 내 한국산 전기차 수출은 매월 전년 대비 30% 이상 급감하고 있으며, 일부 차종은 판매 실적이 거의 없다.

K-배터리는10조 원대 투자가 증발하고 실적이 크게 하락했다.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 등 국내 배터리 3사는 작년 9월 전기차 구매 보조금이 폐지된 이후 직격탄을 맞았다. 여기에 전기차 수요 위축이라는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포드와 맺었던 9.6조 원 규모의 공급 계약이 해지되는 등 총 13조 5천억 원 규모의 수주 물량이 증발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작년 4분기 보조금 제외로 4,500억 원대의 영업손실을 기록했고, SK온 역시 연간 9,319억 원의 적자를 내며 4년 연속 적자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수요 급감에 따라 배터리 3사는 올해 설비 투자 예산을 전년 대비 최대 40% 이상 삭감했다. LG엔솔은 미시간 공장 증설 속도를 늦췄고, 삼성SDI 역시 신규 투자보다는 재무 건전성 확보로 전략을 급선회했다.

미국 조지아주 현대차-LG엔솔 합작 공장에서 발생한 대규모 이민국 단속은 미국의 현 상황을 극명하게 보여주었다. 미국 정부는 미국 내 생산을 강요하면서도 정작 공장 가동에 필요한 한국 전문가들의 비자 발급은 거부하는 모순된 행보를 보이고 있다. 반도체와 인공지능에 밀려 부각되지 않고 있다.



미국 내부적으로도 트럼프의 관세 정책은 부메랑이 되고 있다. 2026년 현재 미국 가구당 평균 세금 부담은 관세로 인해 연간 600~1,000달러 증가했다. 이는 서민들의 가처분 소득을 줄여 전체적인 소비 위축을 야기하고 있다. 철강 및 전기부품 관세로 인해 미국 제조업체들의 생산 원가가 폭등했다. 포드 자동차는 부품 관세로만 작년 한 해 약 20억 달러(약 2.7조 원)를 추가 지불했다고 토로했다.

미국 환경보호청의 배출 가스 규제 철폐로 미국 자동차 산업의 기술 표준이 후퇴하면서, 미국산 차들은 유럽과 중국의 엄격한 환경 규제를 맞추지 못해 수출길이 막히는 고립된 섬이 되어가고 있다. 미국의 피해도 그만큼 크다는 것이다.

소프트웨어와 반도체도 문제다. 테슬라가 자체 칩 개발과 삼성전자 파운드리 협력을 강화하며 독자 생존을 꾀하는 사이, 정부의 규제 완화에 안주한 전통 업체들은 차세대 자율주행 반도체 경쟁에서 중국의 BYD나 화웨이에 뒤처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2030년 차량 1대당 반도체 비용이 현재의 1.8배로 치솟을 전망인 가운데, 공급망 불안정을 자초하는 트럼프의 정책은 장기적인 미국의 경쟁력을 갉아먹고 있다.

다시 한 번 국가 간의 신뢰와 산업의 연속성이 이토록 짧은 시간에 무너지는 것이 놀랍다. 우리 기업들이 ESS(에너지저장장치)나 AI 데이터 센터용 배터리로 사업 다각화를 시도하고 있지만, 자동차 시장의 공백을 메우기엔 시간이 더 필요해 보인다.

단순히 돈의 문제만이 아니다. 트럼프 행정부의 강경한 이민 정책은 현지 생산 시설 가동에도 차질을 빚고 있다. 미국 내 생산을 압박하면서 정작 생산에 필요한 한국의 기술력은 막고 있다.

하이브리드 전기차 판매가 65% 급증하는 등 유권자들은 친환경차를 원하고 있음에도, 미국 정부의 이념적 정책이 이를 가로막고 있다. 미국 소비자들은 관세로 인해 차 한 대당 수백만 원을 더 지불하게 되었고, 우리 기업들은 관세 부담으로 피해를 보고 있다.



이는 지금까지 없었던 예측 불가능한 시장 상황이다. 우리 기업들은 미국 의존도를 줄이고 인도나 동남아시아로 시장을 다변화하는 탈 미국 전략을 구체화하고 있다. 이 역시 처음이 아니다. 시장 다변화는 토요타와 함께 세계 최고 수준이다.

트럼프 리스크라는 거대한 파고를 넘기 위해 우리 기업들이 선택한 긴급 탈출구와 차세대 생존 전략은 시장 다변화와 새로운 생태계의 구축이다. 미국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진 지금, 한국 기업들은 인도라는 거대 시장과 유럽의 환경 장벽, 그리고 에너지저장장치와 인공지능 등 비전동화라는 세 갈래 길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다만 트럭의 나라 미국과 소형차가 주력인 인도 시장은 다르다. 그만큼 수익성이 낮다는 것이다. 풀어야 할 숙제다.

한국 자동차와 배터리 업계가 미국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플랜 B를 가동했다고 표현이 가능하다. 14억 인구의 인도 시장을 제2의 내수 시장으로 키우는 한편, 유럽의 탄소중립 규제를 기술력으로 돌파하며 사업 포트폴리오를 AI와 에너지저장장치(ESS)로 급격히 전환하는 모습이다.

다시 말해 현대차그룹과 K배터리 3사는 미국의 관세 장벽을 피해 인도를 글로벌 생산 및 수출의 핵심 거점으로 삼고 있다. 현대차 인도법인은 최근 현지 증시 상장을 통해 확보한 자금을 바탕으로 생산 능력을 연간 100만 대 수준으로 끌어올리고 있다. 특히 GM의 탈레가온 공장 인수를 마무리하며 인도를 글로벌 전기차 허브로 육성, 중동과 아프리카 수출 전진기지로 활용한다는 전략이다.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 등은 인도 정부의 고성능 이차전지 생산 연계 인센티브를 활용해 현지 공장 설립을 검토 중이다. 인도는 2026년을 기점으로 ESS 용량이 10배 가까이 폭증할 것으로 예상되어, 전기차용 배터리뿐만 아니라 산업용 배터리의 거대 시장으로 떠오르고 있다.

미국이 기후 협약에서 이탈하는 사이, 유럽은 더욱 강력한 환경 규제로 빗장을 걸어 잠그고 있다. 2026년 1월부터 본격 시행된 CBAM은 탄소 배출량이 많은 제품에 비용을 부과하는 사실상의 탄소 관세다. 현재 철강, 알루미늄, 시멘트, 비료, 전력, 수소 등 6개 핵심 업종에 적용되고 있다. 유럽연합은 향후 유기화학물질, 플라스틱 등 적용 범위를 더욱 확대할 계획을 검토 중이다.

배터리의 활용처를 자동차 밖으로 넓히고 있는 것도 특징이다. AI 붐으로 인해 전력 수요가 폭증하면서, 삼성SDI와 LG엔솔은 정전 시 데이터 손실을 막는 초 고출력 UPS용 배터리 시장에 집중하고 있다. 자동차가 반도체의 집합체라면, 데이터 센터는 배터리의 거대한 집합체라는 논리다.

북미에서는 완성차 업체와의 합작 법인 비중을 낮추고 단독 공장 체제로 전환하며 운영의 유연성을 높이고 있다. 이는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변화에 대응하고, 필요시 공장 용도를 ESS 등으로 즉각 변경하기 위한 선택이다.

상황이 상황인만큼 우리 기업들도 빠른 태세 전환을 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이라는 거대 시장을 잃는 것을 계기로 인도와 유럽, 그리고 AI라는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는 과정은 체질 개선의 기회일 수도 있다. 물론 간단치는 않다. 모든 시장에서 중국과 경쟁해야 한다. 치킨 게임 양상에서 과연 얼마나 성과를 낼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미국의 이란 침공으로 석유 수급 문제가 다시 부상했다. 처음이 아니다. 매번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을 통한 에너지 안보를 강조했으나 실행이 부진했다. 10여년 전부터 수차례 강조했다. 유럽 국가들은 이미 재생 에너지 전력 생산 비율이 대부분 60%를 넘었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경쟁력은 에너지 안보에 있다. 인공지능이 기능하려면 더욱 그렇다. 이번에는 달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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