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전기차 전환에 가장 공격적이었던 일본의 혼다가 유례없는 실적 악화로 인해 차세대 전기차 라인업인 '0(제로) 시리즈' 개발을 전격 취소했다. 혼다는 이번 회계연도에 약 3,600억 엔에서 최대 6,300억 엔(약 25억~44억 달러)의 순손실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혼다가 상장 기업이 된 지 50년 만에 처음으로 기록하는 연간 적자다. 지난해 닛산과의 합병 시도 실패에 이어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 등 대외적 압박이 가중된 결과로 풀이된다.
무너진 2030 전기차 로드맵
혼다는 당초 2030년까지 30종의 새로운 전기차를 출시하고 연간 200만 대 판매를 달성하겠다는 원대한 목표를 세웠다. 그러나 전기차 부문에서 발생한 3,400억~5,700억 엔 규모의 막대한 투자 손실이 발목을 잡았다. 이번에 취소된 '0 시리즈' 살룬과 SUV는 포뮬러 1(F1) 기술력을 접목하고 70~80년대 아이코닉한 디자인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큰 기대를 모았던 모델이다. 하지만 전기차 수요가 전 세계적으로 급격히 위축되면서 혼다는 미래를 담보로 한 투자를 멈추기로 결정했다.

글로벌 자동차 업계에 휘몰아치는 EV 한파
전기차 사업의 부진은 혼다만의 문제가 아니다. 미국의 포드는 전기차 투자와 관련해 기업 역사상 최대 규모 중 하나인 195억 달러의 손실을 처리했으며, GM과 스텔란티스 역시 각각 76억 달러와 266억 달러라는 천문학적인 타격을 입었다. 중국 전기차 브랜드의 공세와 미국 내 수요 정체가 맞물리면서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은 생존을 위해 대대적인 전략 수정에 나서고 있다.
다시 하이브리드로 회귀하는 전략
혼다는 앞으로 전기차 대신 하이브리드 모델에 더욱 집중할 계획이다. 현재의 사업 환경에서 전기차 수요가 눈에 띄게 줄어들고 있다는 판단 하에 추가적인 손실을 막기 위한 고육지책이다. 아큐라 RSX EV를 포함한 핵심 프로젝트들이 폐기되면서 혼다의 탄소 중립 목표 달성 시기에도 변화가 불가피해 보인다. 수익성이 검증된 하이브리드 시장으로 눈을 돌린 혼다가 이번 경영 위기를 어떻게 돌파할지 업계의 시선이 집중된다.
글 / 원선웅 (글로벌오토뉴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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