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구매를 망설이게 하던 가장 큰 장벽인 높은 가격이 최근 마침내 하락세로 돌아섰다. 하지만 이는 기술적 돌파구나 우연한 시장의 흐름이 아니라, 유럽연합의 탄소 배출 규제가 만들어낸 철저히 정치적인 결과물이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유럽 교통환경단체 T&E의 뤼시앙 마티외 자동차 감독은 최신 보고서를 통해 수년간 배터리 가격이 사상 최저치를 경신했음에도 불구하고 전기차 가격이 오히려 상승했던 기현상을 지적했다. 2020년부터 2024년까지 전기차 평균 가격은 약 5,000유로(13%) 상승했는데, 이는 자동차 제조사들이 저렴한 소형차 대신 마진이 높은 대형 프리미엄 전기차 판매에만 집중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고가 모델의 판매 비중은 같은 기간 28%에서 64%로 급증했다.
그간 제조사들은 전기차 수요가 약하다고 주장해왔으나, 실상은 규제가 느슨한 틈을 타 이익 최적화에만 몰두했던 셈이다. 보고서는 이러한 대형화 추세가 없었다면 전기차 가격은 이미 내연기관차와 비슷한 수준인 33,100유로대까지 내려갔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추세의 반전은 2025년 유럽연합의 자동차 이산화탄소 감축 목표가 시행되면서 시작됐다. 강화된 규제라는 실질적인 압박에 직면하자 제조사들은 전략을 전면 수정했다. 마진 극대화보다는 판매량 확대를 위해 그간 미뤄왔던 저렴한 보급형 모델들을 시장에 쏟아내기 시작한 것이다. 그 결과 지난해 전기차 평균 가격은 1,800유로(4%) 하락하며 본격적인 가격 인하 경쟁의 신호탄을 쐈다.
관건은 2030년 목표의 유지 여부다. 유럽연합이 현재의 탄소 감축 목표를 고수한다면 제조사들은 경쟁적으로 저렴한 모델과 대규모 생산 설비에 투자할 것이고, 2030년에는 모든 차급에서 전기차와 내연기관차의 가격이 같아지는 가격 동등성에 도달하게 된다. 반면 자동차 산업계의 요구대로 규제가 약화된다면 과거처럼 판매량보다 마진을 우선시하는 전략으로 회귀해 가격 하락 흐름은 다시 멈추게 될 위험이 크다.
뤼시앙 마티외는 전기차 가격표에는 정치적인 이야기가 담겨 있다며 유럽이 대중을 위한 전기차 시대를 열고 싶다면 규제의 브레이크를 밟는 대신 전환 속도를 더욱 가속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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