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중동 사태 장기화에 대응하기 위해 차량 부제 운행을 검토하고 있다. (오토헤럴드 DB)
[오토헤럴드 김흥식 기자] 정부가 중동 사태 장기화에 따른 에너지 수급 위기 가능성에 대비해 이른바 ‘차량 X부제’로 불리는 운행 제한 조치 도입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17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정부는 5부제와 10부제 등 차량 운행 제한 방안에 대한 검토에 본격 착수했다. 이는 이날 이재명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에너지 수요 절감 대책의 조기 수립을 지시한 데 따른 것이다.
이 대통령은 “중동 상황이 당초 예상을 뛰어넘는 방향으로 확대되고 있다”며 “최악의 시나리오까지 염두에 두고 자동차 5·10부제 등 다양한 수요 절감 대책을 조기에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차량 운행 제한이 실제 시행될 경우 민간까지 포함한 전면 조치는 1997년 외환위기 이후 29년 만이다. 당시 정부는 에너지 절약을 위해 차량 번호 끝자리에 따라 운행을 제한하는 ‘홀짝제(2부제)’를 시행한 바 있다.
이후 2011년 에너지 위기와 2017년 미세먼지 사태 당시에도 차량 2부제가 도입됐지만 공공 부문에만 의무를 부여하고 민간에는 권고 수준에 그쳤다. 2023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국제유가가 급등했을 때도 차량 운행 제한 조치는 검토되지 않았다.
정부가 이번에 강도 높은 운행 제한까지 검토하는 것은 중동 정세 불안이 장기화될 경우 국내 에너지 수급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국내에는 약 210일분의 원유가 비축돼 있지만 원유 수입의 약 70%가 통과하는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될 경우 공급 차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앞서 정부는 외환위기 이후 처음으로 정유사의 주유소 공급 가격에 상한을 두는 ‘석유 최고가격제’를 시행하는 등 에너지 수급 대응 수위를 높이고 있다.
차량 운행 제한이 도입될 경우 기후에너지환경부를 중심으로 국토교통부, 산업통상자원부 등 관계부처 협의를 거쳐 시행되며 각 지방자치단체가 행정명령을 통해 단속과 과태료 부과를 맡게 된다.
다만 실제 시행 여부와 범위는 에너지 수급 위기 단계에 따라 결정될 전망이다. 경제적 파급을 고려해 공공 부문에 우선 적용한 뒤 민간으로 확대하는 방식이 유력하다. 과거 외환위기 당시에도 공공 부문에 먼저 적용한 뒤 민간으로 확대 시행된 바 있다.
업계에서는 차량 운행 제한이 현실화될 경우 물류와 이동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정부가 강력한 수요 억제 정책까지 검토하고 나선 것은 그만큼 에너지 수급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김흥식 기자/reporter@autoheral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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