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론 머스크가 3월 14일(현지시간) 자신의 X를 통해 세계 최대 규모의 반도체 생산 시설인 테라팹(Terafab) 프로젝트를 7일 이내에 출범하겠다고 발표했다. 오는 3월 21일 공식 착공 또는 설비 발주가 예상되는 이 프로젝트는 약 250억 달러(약 33조 원)를 투입해 논리 회로, 메모리, 첨단 패키징 공정을 한 지붕 아래 통합하는 수직 계열화 시스템 구축을 목표로 한다고 밝혔다.
테슬라가 반도체 제조에 직접 뛰어든 배경에는 만성적인 AI 칩 공급 부족과 지정학적 리스크가 자리 잡고 있다. 머스크는 지난 1월 실적 발표에서 3~4년 내 발생할 공급 제약을 해소하기 위해 미국 내 자체 팹 건설이 필수적이라며, 연간 1,000억~2,000억 개의 AI5 칩을 생산해 완전자율주행(FSD)과 휴머노이드 로봇 옵티머스에 공급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하지만 업계 전문가들과 외신들은 테슬라의 제조 경험 부족을 근거로 강한 의구심을 표하고 있다. 특히 과거 4680 배터리 셀 생산 당시의 사례가 반면교사로 거론된다. 2020년 배터리 데이 당시 테슬라는 2022년까지 100GWh의 생산 능력을 갖추겠다고 공언했으나, 실제 2025년 초 기준 생산량은 목표치의 20% 수준인 20GWh에 그치고 있다. 핵심 기술이었던 건식 전극 공정 도입 지연과 공급망 붕괴 등으로 인해 배터리 제조에서도 고전한 테슬라가 그보다 훨씬 복잡한 2nm 반도체 공정을 감당할 수 있겠냐는 지적이다.
내부 인력 이탈 문제도 심각하다. 테슬라는 지난 수년간 HW3, HW4 등 맞춤형 칩을 설계해 온 핵심 인재들을 대거 잃었다. 설계 팀을 이끌던 짐 켈러와 피터 배넌, 도조(Dojo) 프로젝트의 가네쉬 벤카타라마난 등 전설적인 엔지니어들이 회사를 떠났다. 2025년 8월에는 도조 프로젝트 자체가 중단되기도 했다. 설상가상으로 머스크는 최근 전통적인 클린룸 설계는 잘못되었다며 공장 내 취식과 흡연이 가능한 수준의 파격적인 환경을 제안해, 리소그래피와 수율 관리가 생명인 반도체 공정의 기본 원리를 간과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는 지난 11월 TSMC 행사에서 첨단 반도체 제조는 단순한 공학이 아닌 예술의 경지이며, 이를 단기간에 따라잡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경고했다. 테슬라가 수십 년의 노하우를 가진 TSMC, 삼성, 인텔과 어깨를 나란히 하겠다는 야심이 제2의 4680 사태로 끝날지, 아니면 또 한 번의 제조 혁명을 일으킬지는 이번 주말 시작될 테라팹 프로젝트의 구체적인 실행 계획에 달려 있다.
지금까지 그랬듯이 일론 머스크의 선언은 실제 구현 단계를 거쳐 그 이후까지 지켜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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