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싱크탱크 엠버에 따르면 2025년 기준 전 세계 전기차는 하루 약 170만 배럴의 석유 수요를 대체한 것으로 나타났다.(출처: 현대차)
[오토헤럴드 김훈기 기자] 중동 사태로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장기화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순수 전기차 확산이 단순 친환경 흐름을 넘어 글로벌 에너지 구조에 실질적인 변화를 만들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8일, 에너지 싱크탱크 엠버(Ember)에 따르면 2025년 기준 전 세계 전기차는 하루 약 170만 배럴의 석유 수요를 대체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국제에너지기구(IEA)의 이란 일평균 원유 수출량 약 240만 배럴의 70% 수준에 해당한다.
해당 수치는 전기차가 더 이상 미래 대안이 아니라, 현재 진행형의 에너지 변수로 작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자동차 산업 내부 변화에 머물던 전동화 흐름이 이제는 석유 시장까지 영향을 미치는 단계에 진입한 셈이다.
그동안 전기차는 탄소 배출 저감과 환경 규제 대응의 관점에서 주로 논의되어 왔다. 그러나 최근 흐름은 전기차 보급 확대가 각국의 석유 수입 의존도를 낮추고, 유가 변동에 따른 경제 부담을 줄이는 수단으로 기능하기 시작했다.
시장조사업체 로모션에 따르면 2025년 글로벌 전기차 판매는 2070만 대로 전년 대비 360만 대 증가했다.(출처: 현대차)
이 같은 변화는 실제 판매 데이터에서도 확인된다. 시장조사업체 로모션(Rho Motion)에 따르면 2025년 글로벌 전기차 판매는 2070만 대로 전년 대비 360만 대 증가했다. 이는 전기차 전환이 일시적 정체가 아닌 구조적 성장 국면에 진입했음을 보여주는 지표다.
지역별로 보면 중국은 1290만 대가 판매되며 전년 대비 17% 증가했고, 유럽은 430만 대로 33% 성장했다. 중국과 유럽을 제외한 기타 지역 역시 170만 대를 기록하며 전년 대비 48% 증가했다. 주요 시장 가운데 판매가 감소한 지역은 북미가 유일했으며, 북미 전기차 판매는 전년 대비 4% 줄어든 180만 대로 집계됐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전기차 판매 증가 폭 자체가 확대되고 있다는 점이다. 2023년 320만 대, 2024년 350만 대, 2025년 360만 대 증가하며 연간 판매 증가량이 점진적으로 커지고 있다. 이는 단순한 보급 확대를 넘어 전기차 시장의 성장 속도 자체가 가속화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 같은 추세 속 현재 세계 인구의 약 79%가 석유 수입국에 속하는 부분에 주목된다. 이는 유가가 배럴당 10달러 상승할 경우 전 세계 경제에 추가로 발생하는 비용이 연간 약 1600억 달러(약 237조 8000억 원)에 달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전기차는 단순 이동 수단을 넘어 에너지 비용을 절감하는 역할을 수행한다.(출처:테슬라)
이러한 구조에서 전기차는 단순 이동 수단을 넘어 에너지 비용을 절감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특히 중동 지역을 중심으로 한 지정학적 리스크가 반복되는 상황에서 전기차의 의미는 더욱 확대된다.
글로벌 원유 해상 물동량의 상당 부분이 통과하는 호르무즈 해협은 여전히 핵심 변수로 작용한다. 전기차 보급이 확대될수록 특정 지역에 대한 에너지 의존도는 점진적으로 낮아질 가능성이 크다.
자동차 산업 관점에서도 변화는 분명하다. 과거 완성차 업체 간 경쟁이 출력, 디자인, 브랜드 중심이었다면 현재는 배터리 효율, 충전 인프라, 에너지 비용 절감 능력으로 이동하고 있다. 전기차는 단순한 차량이 아니라 에너지 소비 구조를 바꾸는 플랫폼으로 진화하고 있다.
이 같은 흐름은 지역별로도 차이를 보인다. 아시아는 세계 최대 석유 수입 지역인 동시에 전기차 성장의 중심지다. 중국을 비롯해 한국, 인도 등 주요 국가들이 전기차 전환에 적극적인 이유 역시 에너지 비용 구조 개선과 맞닿아 있다.
전기차 확산은 환경 규제 대응을 넘어 경제와 산업 구조를 동시에 재편하는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출처: 폭스바겐)
결국 전기차 확산은 환경 규제 대응을 넘어 경제와 산업 구조를 동시에 재편하는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석유 수요 감소는 단순한 소비 변화가 아니라 글로벌 에너지 흐름의 방향을 바꾸는 신호다.
전기차의 역할도 이에 맞춰 재정의되고 있다. 이제 전기차는 친환경 이미지에 머무는 제품이 아니라, 에너지 안보와 비용 구조를 동시에 좌우하는 핵심 산업으로 자리잡고 있다.
김훈기 기자/hoon149@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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