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틀리가 야심 차게 추진하던 전동화 로드맵을 전면 수정했다. 당초 2030년까지 완전 전동화를 달성하고 2035년까지 5종의 새로운 전기차를 선보이려던 계획을 철회한 것이다. 이번 결정은 최근 프리미엄 전기차 시장의 수요 둔화와 모기업인 폭스바겐 그룹 내 기술 전략 변화가 맞물린 결과다.
벤틀리는 향후 몇 년간 수익성을 유지하기 위해 하이브리드 모델에 집중하기로 했다. 프랑크-스테펜 발리저(Frank-Steffen Walliser) 벤틀리 CEO는 최근 인터뷰를 통해 "2년 전과 비교해 현재의 제품 라인업과 미래 오퍼링은 완전히 다른 모습"이라며 시장 상황에 따른 유연한 대응을 시사했다. 특히 작년까지 7년 연속 흑자를 기록한 벤틀리는 내연기관과 하이브리드 모델이 가져다주는 실질적인 수익 구조를 보호하기 위해 무리한 전기차 투자를 경계하는 모습이다.
포르쉐 SSP 플랫폼 취소가 결정적 변수로 작용
벤틀리의 이번 후퇴는 폭스바겐 그룹 내 파트너인 포르쉐의 결정과 궤를 같이한다. 포르쉐는 카이엔 상위급으로 개발 중이던 3열 대형 SUV의 기반이 될 '확장형 시스템 플랫폼(SSP)' 개발을 중단하고, 이를 내연기관과 하이브리드 대응이 가능한 PPC(Premium Platform Combustion) 플랫폼으로 전환했다. 벤틀리의 차세대 모델들 역시 이 플랫폼을 공유할 예정이었기에 독자적인 전기차 라인업 확장이 사실상 불가능해진 셈이다.
이에 따라 벤틀리는 2030년 이전까지는 단 한 모델의 전기차만 출시할 방침이다. 나머지 라인업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와 내연기관 모델을 2035년 이후까지 연장 운영하며 고객의 요구에 부응할 계획이다.

2026년 베일 벗는 첫 전기차 '럭셔리 어반 SUV'
전체적인 전동화 속도는 늦춰졌지만, 벤틀리 최초의 순수 전기차 개발은 계속된다. '럭셔리 어반 SUV'로 명명된 이 모델은 2026년 말 공개를 목표로 현재 사전 제작 단계에 돌입했다. 포르쉐 카이엔 일렉트릭과 공유하는 PPE(Premium Platform Electric) 플랫폼을 기반으로 하며, 전장은 5m 미만의 콤팩트한 사이즈로 설계된다.
이 신차는 7분 충전으로 100마일(약 160km) 주행거리를 확보하는 초급속 충전 기술을 탑재할 예정이다. 벤틀리는 이 모델을 통해 기존 내연기관 고객을 강제로 전환시키기보다는 기술적 진보와 장인 정신을 선호하는 새로운 고객층을 공략하겠다는 전략이다. 벤틀리의 전동화는 멈춘 것이 아니라, 시장의 현실에 맞춰 가장 효율적인 경로를 재탐색하는 과정에 있다.
글 / 원선웅 (글로벌오토뉴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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