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는 최근 '테라팹(Terafab)'으로 명명된 반도체 생산 프로젝트를 공개했다(출처: 테슬라)
[오토헤럴드 김훈기 기자] 테슬라와 스페이스X가 자율주행과 인공지능(AI) 시대의 핵심 자원인 반도체를 직접 생산하기 위한 초대형 프로젝트에 나선다. 기존 공급망으로는 급증하는 수요를 감당할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일론 머스크는 최근 '테라팹(Terafab)'으로 명명된 반도체 생산 프로젝트를 공개하고, 테슬라와 스페이스X, xAI가 공동으로 참여하는 대규모 생산시설 구축 계획을 밝혔다. 해당 프로젝트는 연간 1000억~2000억 개 수준의 AI 및 메모리 칩 생산을 목표로 하며, 초기에는 월 10만 장의 웨이퍼 투입을 시작으로 향후 100만 장 규모까지 확대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 같은 생산 목표는 현재 글로벌 파운드리 1위인 TSMC 전체 생산량의 상당 부분에 맞먹는 수준으로, 단일 기업이 구축하는 시설로는 전례 없는 규모다. 머스크는 프로젝트 추진 배경으로 반도체 공급 부족을 직접 언급했다.
그는 삼성전자, TSMC, 마이크론 등 기존 공급망에 대해 "확장 속도가 필요 수준에 미치지 못한다. 현재 생산 능력은 우리가 필요로 하는 물량의 약 2% 수준에 불과하다"라고 밝혔다.
테라팹 프로젝트는 연간 1000억~2000억 개 수준의 AI 및 메모리 칩 생산을 목표로 한다(출처: 테슬라)
테라팹에서 생산되는 칩은 크게 두 가지로 구분된다. 하나는 테슬라 차량의 자율주행 시스템과 휴머노이드 로봇 '옵티머스'에 적용될 추론형 칩이며, 다른 하나는 우주 기반 AI 데이터센터용 'D3' 칩이다.
특히 전체 연산 능력의 약 80%를 우주 궤도상 AI 위성에 활용한다는 구상은 기존 데이터센터 개념을 넘어서는 접근으로 평가된다. 머스크는 우주 환경에서의 태양광 효율과 열 방출 특성을 근거로, 향후 궤도 기반 AI 연산이 지상 데이터센터보다 경제성이 높아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태양 복사 에너지가 지구 대비 약 5배 수준이라는 점을 근거로 들며, 2~3년 내 비용 경쟁력이 역전될 가능성도 언급했다.
이번 프로젝트는 자동차 산업 관점에서도 의미가 크다. 테슬라는 자율주행(FSD), 로보택시, 옵티머스 로봇 등 대규모 AI 연산을 필요로 하는 사업을 동시에 추진하고 있으며, 반도체 확보가 곧 제품 경쟁력으로 직결되는 구조다. 이에 따라 차량 제조를 넘어 반도체까지 내재화하는 수직 통합 전략을 본격화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테슬라의 테라팹 프로젝트는 단순 반도체 공장 건설을 넘어, 자동차·AI·로봇·우주 산업을 하나로 연결하는 인프라 구축 시도로 볼 수 있다(출처: 테슬라)
다만 현실적인 과제도 적지 않다. 반도체 공정은 수십 년간 축적된 기술과 막대한 자본, 장비 공급망이 요구되는 산업으로, 테슬라는 자체 생산 경험이 없는 상태에서 초대형 첨단 공정을 목표로 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해당 프로젝트가 수십조 원 이상의 투자와 장기간 개발 기간이 필요한 초고난도 과제로 평가된다.
결과적으로 테라팹은 단순한 반도체 공장 건설을 넘어, 자동차·AI·로봇·우주 산업을 하나로 연결하는 인프라 구축 시도로 볼 수 있다. 다만 과거 배터리 양산 계획 등에서 나타난 일정 지연 사례를 고려할 때, 실제 생산 능력 확보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는 전망도 동시에 제기된다.
업계는 이번 프로젝트가 성공할 경우 자동차 제조사의 역할이 완성차 생산에서 AI 기반 통합 기술 기업으로 확장되는 전환점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반면 실패할 경우 막대한 투자 부담과 기술 리스크가 동시에 드러날 수 있다는 점에서 향후 진행 상황에 관심이 집중된다.
김훈기 기자/hoon149@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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