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봄 EBS가 확 달라진다. 수천 년 전 세상을 떠난 철학자가 AI(인공지능)로 되살아나 직접 강의를 하고, 한국사 위인들이 AI 기술로 구현된 화면 속에서 살아 움직인다. 한국 공영 교육방송 EBS(한국교육방송공사)가 2026년 봄 개편을 통해 AI를 전면에 내세운 콘텐츠들을 대거 선보인다. 단순히 AI를 '소재'로 삼는 수준이 아니다. 제작 방식 자체를 AI로 바꾸고, AI를 가르치는 프로그램을 만들고, AI 사회의 그늘까지 들여다보는 콘텐츠들이 한꺼번에 쏟아진다.
죽은 철학자가 다시 강단에 선다
가장 먼저 눈길을 끄는 건 3월 30일 첫 방송하는 'AI 고전, 역사를 바꾼 100책'이다. 호메로스(Homeros), 존 스튜어트 밀(John Stuart Mill), 애덤 스미스(Adam Smith) 등 수백~수천 년 전 세상을 떠난 철학자와 사상가들이 AI 기술을 통해 직접 말하고 설명하는 방식으로 구성된다. 고전을 '읽는' 게 아니라 저자를 '만나는' 경험을 선사하겠다는 콘셉트다. 기획부터 편집까지 전 과정에 AI를 활용하며, '오뒷세이아', '자유론', '국부론'이 각각 10부작으로 제작된다. 매주 월~금 심야에 편성된다.
어린이 역사 교육도 AI로 탈바꿈한다. 7월 20일 첫 방송 예정인 'AI 인물 한국사(가제)'는 기존 인형극 형식을 완전히 벗어던지고 AI 제작 기술을 전면 도입한 어린이 역사 프로그램이다. 고조선부터 조선시대까지 한국사 주요 인물과 사건을 다년간 시리즈로 이어간다. 특이한 점은 전 편을 외주 제작으로 만든다는 것인데, 외주 제작사들의 AI 기술력을 함께 키우겠다는 취지도 담겼다.
역사 인물이 셀프카메라를 켠다면?
드라마 형식의 AI 실험도 흥미롭다. 4월 5일 시작하는 'AI 드라마 - 부활수업'의 콘셉트는 독특하다. 역사적 인물들이 '자기 생애 가장 중요한 그날에 카메라를 켜서 영상 메시지를 남긴다면 어떤 이야기를 했을까'라는 상상에서 출발한다. 인류의 전환점을 만든 존재들이 남겼을 법한 가상의 기록을 드라마 형식으로 담아낸다.
2026년 하반기에는 'AI 드라마 - 청소년 문학관(가제)'도 편성된다. 한국 근현대 문학 작품을 원천으로, 텍스트로만 존재하던 이야기에 AI 기술로 이미지와 움직임, 소리를 입히는 청소년 대상 드라마·애니메이션 시리즈다. 각 편은 15분 이내의 독립 에피소드로 구성되며, AI 기술을 익힌 인력이 1인 제작 체제로 만든다는 점에서 제작 방식 자체의 실험이기도 하다.
"AI를 쓸 줄 아는 것만으론 부족해"…원리부터 가르친다
6월 4일 첫 방송하는 '처음 배우는 AI'는 초등학생을 겨냥한 AI 리터러시(AI literacy) 프로그램이다. 데이터, 패턴, 알고리즘(algorithm) 등 AI의 기초 개념을 자연스럽게 익히고 비판적 사고와 창의적 문제 해결력을 기르는 데 초점을 맞췄다. 향후 교육과정 개정으로 AI 교육이 확대되는 초등 수업에서 보조 학습 교재로 바로 활용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연말에는 더 묵직한 AI 기획이 기다린다. 11월 23일부터 방송하는 'EBS 다큐프라임 - AI 사피엔스(5부작)'는 AI 교육, AI 윤리(Ethics), 피지컬 AI(Physical AI), 초지능(Superintelligence) 등을 주제별로 깊이 파고드는 다큐멘터리다. 3부는 2050년을 배경으로 한 페이크다큐(Fake Documentary) 형식으로 제작해 눈길을 끈다. 세계적인 석학과 산업계 리더들의 통찰을 담아 AI가 인류에 미치는 영향을 입체적으로 짚는다.
11월에는 '다큐프라임 - 생각의 멸종(3부작)'도 편성된다. AI가 빠르게 답을 내놓을수록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하지 않는 경험이 늘어나고 있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해, 비판적 사고와 문해력(literacy)을 실험 다큐 형식으로 탐구한다. AI 덕분에 편해진 세상이 오히려 인간의 사고력을 갉아먹고 있는 건 아닌지 따져보는 콘텐츠다.
EBS의 이번 봄 개편은 AI를 신기한 기술로 소개하는 단계를 넘어, 공영 교육방송이 AI 시대를 어떻게 교육할 것인가에 대한 본격적인 답을 내놓으려는 시도로 읽힌다. AI로 만들고, AI를 가르치고, AI를 성찰하는 콘텐츠가 한 편성표 안에 나란히 자리를 잡았다. 그 실험의 성패는 봄 개편이 시작되는 순간부터 시청자들이 직접 평가하게 된다.
자세한 내용은 EBS 사이버홍보실 보도자료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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