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완성차회사와 배터리 업체들은 전고체 배터리의 상용화를 2027년과 2028년 사이로 예고하고 있다. 물론 그 이후로 수율을 맞추는 등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그런 가운데 핀란드의 스타트업 도넛 랩이 10만회 사이클, 5분 충전이라는 화두를 던지며 실험 결과를 밝히며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다. 도넛 랩은 올 해 1분기 내로 오토바이에 탑재해 출시하겠다고 했는데 칼럼 작성일이 3월31일이다. 그 실현 여부를 떠나 전고체 배터리 시대의 본격적인 확대는 아직 시간이 많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다섯 번의 실험 결과를 발표한 도넛 랩의 전고체 배터리 실험 내용과 그에 대한 비판들을 정리해 본다.
글/채영석(글로벌오토뉴스 국장)
중국은 전기차 등록대수가 약 3,100만대, 충전기는 지난 주 2,100만개를 돌파했다. 한국은 약 95만대에 충전기는 급속 6.9만대, 완속 52만대로 59만대 정도다. 중국은 충전기 한대 당 2.7대의 전기차가 있고 한국은 1.8대다. 수치상으로 한국이 더 여유가 있어 보인다.
그러나 한국은 지역별, 주거 형태별 편차가 심하다. 한국의 전기차 소비자들은 아직은 충전에 대한 심한 스트레스는 호소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최근 미국의 이란 침공으로 유가가 급등하면서 전 세계적으로 전기차에 대한 관심이 높아 지고 있다. 보조금 문제로 주저하는 경우도 있지만 지금의 추세라면 주유소에서의 주유가 두려워 전기차 구매를 고려하는 사용자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사용자들이 불편함을 호소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고속도로 휴게소에 설치된 충전소가 50kW부터 현대차그룹의 350kW까지 다양하다. 하지만 실제 충전속도는 충전 출력보다 낮다. 오래된 충전소는 50kW라고 해도 재속도로 충전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옆 충전기에 같이 충전하면 충전속도는 더 떨어지는 것도 많다. 현대차그룹의 350kW 초 급속 충전기도 전기차 자체의 시스템에 따라 200kW이하로 떨어진다. 채비와 SK시그넷, 워터 등의 400kW까지 등장하고 있다.
그나마 고속도로 휴게소는 200kW 충전기가 설치된 곳이 많다. 실제 충전 속도는 100kW 이하가많다. 세 대 중 한 대가 고장 중인 경우도 있다. 또는 충전기를 꽂아둔 채로 다른 일을 보는 사람들 때문에 불편을 호소하는 예가 많다. 대부분의 전기차는 충전 상태를 스마트폰으로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다른 사용자에 대한 배려가 필요하다.
완속 충전기는 아파트의 경우는 의무 설치 비율이 지켜졌다면 충전이 가능하지만 내연기관차가 자리를 차지하거나 전기차가 장시간 주차하는 등으로 인해 주민들간의 갈등이 발생하기도 한다. 일반인들이 가정용 전원으로 충전하는 방법도 동원하고 있다. 제주도는 충전기를 설치해 준다. 그 외 지역도 다세대 주택이나 일반 주택의 경우 별도의 충전기 대책이 필요하다.
빨리빨리가 익숙한 한국인들에게 충전기는 지금보다 더 빠른 속도로 늘어야 할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정부차원에서는 2030년까지 충전기 123만기를 목표로 하고 있다. 전기차는 420만대 보급이 목표다. 충전기 한 대당 3.4대의 전기차를 소화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중동 전쟁으로 전기차로의 전환이 강제되고 있다. 완속 충전을 더 많이 사용하는 자세와 충전 인프라 구축이 필요하다.
중국 전기차회사들은 9분 충전, 1,000km 주행거리 등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완성차회사는 물론이고 배터리업체들까지 다양한 방법을 동원하고 있다. 9분~12분 충전을 표방하는 예가 많다. 주행거리에서 150kWh의 배터리를 탑재하고 1,000km 주행거리를 내 세우는 등 빈틈이 많다.
지난 1월 CES 2026에서 도넛 랩이 제시한 양산 준비형 전고체 배터리의 사양은 기존 리튬이온 배터리의 한계를 압도하는 수준으로, 내연기관차의 주유 시간과 맞먹는 5분 완전 충전 시대를 선언했다.
도넛 랩이 공개한 고체 배터리는 kg당 400Wh의 에너지 밀도를 구현했다고 주장했다. 이는 현재 상용화된 리튬이온 배터리의 약 두 배에 달하는 수치다. 동일한 무게로 두 배에 가까운 주행거리를 확보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특히 놀라운 점은 내구성이다. 일반적인 전기차 배터리가 수명 유지를 위해 80% 충전을 권장하고 약 5,000회 사이클을 견디는 것과 달리, 도넛 랩은 100% 급속 충전을 무려 10만 회 반복해도 성능 저하가 거의 없다고 밝혔다. 이는 사실상 차량의 수명 주기 내내 배터리 교체 걱정이 사라진다는 뜻이다.
영하 30도의 혹한부터 영상 100도의 고온에서도 배터리 가용 범위의 99%를 유지한다는 것도 관심거리다. 액체 전해질 대신 고체를 사용해 화재 위험을 근본적으로 차단했으며, 희토류 대신 풍부하고 저렴한 소재를 사용해 지정학적 리스크와 윤리적 채굴 문제에서도 자유롭다고 설명했다.
도넛랩은 부정적인 시각 속에서 올 들어 다섯 차례의 자체 실험 결과를 발표했다. 올 해 2월 24일 첫 번째 실험을 시작으로 3월 4일, 3월 11일, 3월 14일 잇따라 핀란드 국영 VTT 기술연구소가 실시한 독립 테스트 시험 결과를 발표했다. 첫 번째는 11C(배터리 용량의 11배 전류로 충전)라는 극한의 조건에서 0%에서 80%까지 충전하는 데 단 4.5분이 걸렸다. 완충(100%)까지는 약 7분이 소요됐으며, 충전 후 방전 테스트에서도 초기 용량의 99% 이상을 그대로 유지하는 놀라운 내구성을 보였다. 이는 일반적인 리튬 이온 배터리가 고속 충전 시 급격한 성능 저하를 겪는 것과 대조적인 결과다.
두 번째는 고온 환경에서의 성능과 안전성을 확인하는 데 집중되었으며, 섭씨 100도의 극한 상황에서도 셀이 정상 작동함을 입증했다. 핀란드 국립 연구소의 보고서에 따르면, 명목 용량 26Ah의 도넛 랩 셀(DL2)은 섭씨 80도와 100도 고온 테스트에서 놀라운 성능을 보여주었다. 80도 환경에서 24A 전류로 방전했을 때, 상온(20도) 기준 용량의 110.5%에 달하는 에너지를 방출했으며, 100도에서도 기준 용량의 107.1%를 유지했다. 일반적인 리튬이온 배터리가 60~70도 이상에서 열 폭주 위험이 급격히 높아지는 것과 비교하면 매우 이례적인 내열성이다. 도넛 랩측은 가연성 액체 전해질이 없는 고체 배터리 특유의 안전성과 성능 향상을 입증한 결과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테스트 과정에서 발생한 물리적 변화가 논란의 불씨가 됐다. VTT는 100도 테스트 이후 파우치 셀의 진공 상태가 해제되었다고 기록했다. 도넛 랩 측은 외장 케이스의 진공이 풀린 후에도 활성 물질과 배터리 기능이 완벽히 유지되었다는 점을 들어 성공이라고 자평했으나, 업계에서는 이를 셀 내부의 가스 발생이나 구조적 손상 신호로 해석하고 있다. 특히 VTT가 보고서 서두에 고객이 고체 배터리라고 식별한 장치를 테스트했을 뿐, 실제 내부 화학 조성이 리튬 프리 고체 상태인지는 확인하지 못했다고 명시한 점이 의혹을 키웠다.
세 번째는 도넛 랩이 주장하는 세계 최초 양산형 전고체 배터리가 실제로는 급속 충방전에 특화된 슈퍼커패시터가 아니냐는 업계의 의구심을 해소하기 위해 진행됐다. 앞서 도넛 랩과 연계된 재생에너지 기업 노르딕 나노가 동일한 에너지 밀도의 슈퍼커패시터를 개발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논란이 증폭된 바 있다.
이번 테스트는 자가방전 성능에 초점을 맞췄다. 전기장 내에 에너지를 저장해 방치 시 전하가 빠르게 누설되는 슈퍼커패시터와 달리, 화학 반응을 이용하는 배터리는 에너지를 장기간 보존할 수 있다는 점을 이용했다. 연구진이 배터리 셀을 50% 충전한 뒤 240시간 동안 방치한 결과, 전압 강하가 거의 나타나지 않았으며 저장된 에너지의 약 98%를 유지했다. 이는 해당 셀이 물리적인 커패시터가 아닌 화학적 배터리로 작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공개된 세 차례의 테스트 어디에서도 전고체 배터리임을 입증할 결정적 증거는 제시되지 않는 등 정보가 제한적이라는 의견이 많았다.
네 번째 실험에서는 해당 배터리 셀은 10일간의 유휴 상태 이후에도 초기 충전 용량의 97.7%를 유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번 테스트는 주변 온도(22~28°C)에서 50% 충전 상태인 DL1 셀을 240시간(10일) 동안 방치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VTT는 10일 후 방전 테스트를 통해 주입된 에너지의 97.7%인 13.029Ah를 회수했으며, 이 과정에서 셀에 눈에 띄는 손상이나 변화가 없음을 확인했다. 전압 데이터 분석 결과, 초기 1시간 동안의 전압 하락은 충전 후 발생하는 일반적인 완화 현상이었으며, 이후 230시간 동안 전압 변동 폭이 12mV에 불과해 장기적인 안정성을 입증했다.
그리고 3월 26일에는 지난 고온 검사 중 진공 구조가 파손되는 손상을 입었던 DL2 셀을 대상으로 진행되었으며, 극한의 손상 상황에서도 화재나 열 폭주 없이 안정적으로 작동함을 증명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고 밝혔다.
앞서 진행된 섭씨 100도 고온 테스트에서 DL2 셀은 배터리를 감싸는 진공 포장이 부풀어 오르며 파손되는 현상이 발생했다. 당시 업계 일각에서는 이를 액체 전해질의 가스 발생으로 인한 결과라고 의심했으나, 도넛 랩 측은 보도자료를 통해 해당 셀은 100도 이상의 극한 온도를 상정하지 않은 기존 리튬이온 배터리용 접착제와 소재를 일부 사용했기 때문에 발생한 재료 결함이라고 해명했다. 일반적인 리튬이온 배터리라면 이 과정에서 공기가 침투해 전해질 누출과 화재로 이어졌겠지만, 전고체 배터리는 액체 전해질이 없어 구조적 파손에도 안전하다는 것이 사측의 설명이다.
도넛 랩은 이를 증명하기 위해 손상된 DL2 셀을 폐기하지 않고 추가 안전 테스트를 강행했다. 테스트 결과, 진공 구조가 완전히 무너진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해당 셀은 다섯 번의 표준 1C 충•방전 사이클을 정상적으로 마쳤다. 이어 진행된 5C 초급속 충전(12분 만에 완충되는 속도) 50회 사이클 테스트에서도 온도 급상승이나 화재 징후 없이 작동을 지속했다. 비록 외부 껍질 손상으로 인해 배터리 용량은 초기 25Ah에서 약 11Ah 수준으로 감소하며 안정화되었으나, 테스트 종료 시점에는 소폭의 용량 회복세까지 보였다.
도넛 랩은 올 해 1분기 내로 고체 배터리를 탑재한 오토바이 TS 프로와 울트라의 차기 버전을 발표했다. 고체 배터리가 장착된 이 오토바이들은 주행거리가 기존 217마일에서 370마일로 대폭 늘어나며, 충전 시간은 10분 미만으로 단축될 것이라고 했다. 도넛 랩은 이미 GWh급 생산 능력을 확보했으며, 다양한 차종에 맞춘 맞춤형 배터리 공급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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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히 도넛 랩이 주장하는 사양은 화학적 한계를 넘어서는 수준이라 업계의 의구심과 기대가 동시에 폭발하고 있다.
도넛 랩은 자사의 배터리가 희토류나 리튬에 의존하지 않는 지정학적으로 안전한 소재라고 강조한다. 최근 유출된 기술 분석에 따르면, 이 소재의 핵심은 스핀트로닉 나노카본과 맥신(MXene) 잉크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설명에 따르면 화학 반응으로 에너지를 저장하는 기존 방식과 달리, 나노 크기의 탄소 격자에 전자를 가두는 물리적 저장 방식을 혼합했다는 분석이 있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열화가 거의 없어 10만 회 충전이라는 비상식적인 수치가 이론적으로 가능하다고 한다.
도넛 랩의 파트너사가 프린팅 방식의 셀 제조 기술을 보유한 점으로 미루어 볼 때, 구하기 쉬운 티타늄 기반의 전도성 나노 페이스트를 전극 소재로 활용했을 것으로 보인다는 의견이 있다. 이는 리튬 가격 변동에서 자유롭고 생산 단가를 획기적으로 낮출 수 있는 비결이라고 해석한다.
하지만 이미 오랫동안 전고체 배터리 개발에 매달려 온 토요타를 비롯해 현대차그룹 등 완성차회사들은 물론이고 배터리 업계에서도 경계와 불신의 눈초리를 동시에 보내고 있다. 지금까지 11C(초급속) 충전 시 4.5분 만에 80% 도달, 영하 30도와 영상 100도에서의 안정성은 실제 데이터로 확인됐다. 다만 가장 중요한 에너지 밀도(400Wh/kg)와 10만 회 수명에 대한 독립적 검증 데이터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업계에서는 이 때문에 셀의 무게를 재고 수천 번 돌려보는 간단한 테스트조차 미루는 것은 데이터 부풀리기라는 비판이 거세다.
특히 수명 테스트는 손상된 셀로 진행되어 신뢰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왔다. 즉, 10만 회는 실제 테스트 결과라기보다 이론적 설계 수명에 가깝다는 얘기이다.
도넛 랩은 냉각 장치가 필요 없다고 주장하지만, 이를 4륜 전기차 팩으로 확장할 경우 이야기는 완전히 달라진다는 것이 대체적인 의견이다. VTT 테스트에서 단일 셀을 11C(5분 완충 속도)로 충전했을 때, 표면 온도가 26도에서 63도까지 수직 상승했다. 냉각판이 부족할 경우 순식간에 90도를 넘어 테스트가 중단되기도 했다.
수백 개의 셀을 촘촘히 쌓는 4륜차에서는 중앙부의 열이 빠져나갈 곳이 없다. 도넛 랩의 주장대로 수동 냉각만 고집한다면, 급속 충전 시 팩 내부 온도가 임계점을 넘어 성능이 급감하거나 수명이 단축될 위험이 크다는 것이 업계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물리적 안전문제도 제기됐다. 기존 전고체 배터리는 충•방전 시 부피 변화를 막기 위해 엄청난 압력을 가해야 하지만, 도넛 랩은 이 장치가 필요 없다고 한다. 이는 설계상 이점이지만, 대형 팩 환경에서도 셀 간의 접촉면이 안정적으로 유지될지는 미지수라는 것이다.
토요타 등 기존 업체들이 도넛 랩의 선언에 냉소적인 또 다른 이유는 제조 단가와 양산성 때문이다. 20kWh급 오토바이에서는 가능할지 몰라도, 100kWh급 대형 SUV에서는 수율 문제로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기 불가능할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결국 현재까지는 도넛랩의 전고체 배터리는 단거리 고출력 오토바이에는 혁명적일 수 있으나, 장거리 대용량 4륜차에서는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것이 대체적인 의견이다. 특히 10만 회 수명 데이터가 실제 주행 데이터가 아닌 시뮬레이션임이 밝혀질 경우, 불신은 더 커질 수도 있다.
전고체 배터리 시대가 더 빨라질 수도 있을 것이라는 상상을 가능하게 하는 내용이다. 물론 그렇다해도 시장 점유율 1%에 달하는데 5년에서 10년이 걸릴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전망도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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