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W M 브랜드의 역사를 이야기할 때 빠질 수 없는 이름이 있다. 1978년 등장한 M1. 그 전설적인 모델 이후, M 디비전이 독자적으로 설계하고 완성한 차량이 다시 세상에 나왔다. BMW XM 레이블이다. 기존 모델의 고성능 버전이 아닌, M 브랜드 역사상 가장 강력한 파워트레인을 품은 플래그십 SAV이자, M 최초의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모델이기도 하다.
처음 XM을 마주했을 때 반응은 대개 비슷하다. "조금 과하지 않나?" 전면부의 거대한 키드니 그릴, 수직으로 세워진 쿼드 테일파이프, 그리고 골드 컬러 포인트가 더해진 차체는 분명 호불호가 갈리는 특징이다. 하지만 실물을 마주하고 그 모습이 눈에 익숙해지면, 평가는 달라진다. 처음엔 낯설지만 결국 그 맛에 빠지듯, XM의 디자인도 그렇다.
리어를 보면 XM 레이블만의 개성이 더욱 선명하다. 입체감 있는 리어 라이트, 블랙 하이글로스로 마감된 대형 디퓨저, 그리고 빨간색 테두리로 강조된 'XM' 레터링. 리어 윈도우 양끝 상단에 새겨진 BMW 엠블럼은 M1의 오마주처럼 느껴진다. 21인치를 기본으로 최대 23인치까지 선택 가능한 투톤 휠에는 BMW 로고 대신 'BMW'라는 문자가 풀 스펠링으로 새겨져 있다. 이런 디테일 하나하나가 XM의 독보적인 존재감을 드러내는 부분이다.
실내에 들어서면, 외관의 과감함이 내부에서는 다른 방식으로 표현된다는 걸 알게 된다. 카본 M 시그니처 인테리어 트림이 대시보드에서 센터콘솔까지 이어지고, M 버튼이 적용된 가죽 스티어링 휠과 카본 파이버 시프트 패들이 운전자를 맞이한다. 넓게 펼쳐진 커브드 와이드스크린 디스플레이는 정보량이 방대하지만, 무선 애플 카플레이와 안드로이드 오토를 지원해 일상적인 사용에는 큰 불편이 없다.
3D 프리즘 헤드라이너와 앰비언트 조명의 조합은 특별하다. 시동을 거는 순간 한스 짐머가 작곡한 스타트업 사운드와 함께 천장의 조명이 은은하게 물결치는 장면은, 마치 프리미엄 라운지에 들어선 듯한 인상을 준다. 바워스 앤 윌킨스 다이아몬드 서라운드 사운드 시스템, 앞좌석 마사지 기능, 보냉·보온 컵홀더, 4존 자동 공조 장치까지 갖춰 플래그십 모델로서의 품격을 충실히 채웠다.
뒷좌석은 'M 전용 라운지' 콘셉트가 적용됐다. 도어트림에서 등받이로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일체형 디자인은 고급 소파에 앉은 듯한 착석감을 만들어낸다. 무릎 공간과 헤드룸 모두 넉넉하고, 차체 폭이 워낙 넓어 바닥 중앙의 터널이 있음에도 3명이 장거리를 편안히 이동할 수 있다. 적재 공간은 527리터로, 실용성도 충분히 확보했다.
XM 레이블의 핵심은 역시 파워트레인이다. M 트윈파워 터보 4.4리터 V8 가솔린 엔진(585마력)과 197마력의 전기 모터가 결합해 합산 최고출력 748마력, 합산 최대토크 101.9kg·m를 발휘한다. 정지 상태에서 100km/h까지 3.8초. 수치만 보면 슈퍼카의 영역이다.
런치 컨트롤을 작동시키면 2.7톤이라는 거대한 질량이 무색하게 앞으로 튀어나간다. 전기 모터가 즉각적인 토크로 초반 가속을 담당하고, V8 엔진이 그 뒤를 받쳐주는 구조다. 다만 일상적인 주행에서 가속 페달을 갑자기 깊게 밟으면 엔진과 모터, 변속기가 협조하는 과정에서 미세한 지연감이 느껴진다. 완벽하게 매끄럽지는 않다. 이 부분은 동급 경쟁 모델들과 공유하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의 현실적인 과제이기도 하다. 변속기를 수동 모드로 전환하면 반응성이 눈에 띄게 좋아지며, 코너 탈출 시 전기 모터가 터보랙을 메워주는 방식은 꽤 효과적이다.
후륜 조향 시스템은 고속에서는 전륜과 같은 방향으로, 저속에서는 반대 방향으로 작동해 선회 반경을 줄여준다. 48볼트 액티브 안티롤 바 시스템과 어댑티브 댐퍼, 리미티드 슬립 리어 디퍼렌셜의 조합 덕분에 이 크기와 무게의 차량치고는 코너링에서의 안정감이 인상적이다. 브레이크 페달 감각도 자연스럽다. 회생제동이 작동하고 있음에도 페달 감각이 이질적이지 않다.
29.5kWh 고전압 배터리를 탑재해 전기모터만으로 최대 60km(환경부 인증 기준)를 주행할 수 있다. 순수 전기 모드 최고속도는 140km/h. 도심 출퇴근 용도라면 연료를 거의 쓰지 않고도 운용이 가능하다. 실제로 전기 모드에서의 주행감은 꽤 경쾌하다. 일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모델들이 전기 모드에서 답답한 느낌을 주는 것과 달리, XM은 시내 주행에서도 충분한 힘을 내준다. AC 완속 충전 시 최대 11kW를 지원해 약 3시간이면 배터리를 완충할 수 있다.
BMW XM 레이블은 명확한 정체성을 가진 차다. M 퍼포먼스와 럭셔리 플래그십 SAV를 하나로 묶으려는 시도이며, 그 결과물은 완벽하지는 않지만 분명히 매력적이다. 748마력의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 60km의 전기 주행 거리, M 전용 라운지 콘셉트의 뒷좌석, 그리고 BMW M 역사에 단 두 번뿐인 독자 모델이라는 희소성.
아쉬운 점도 있다. 2.7톤의 무게는 어떤 세팅으로도 완벽히 숨길 수 없고, 하이브리드 특유의 파워트레인 지연 현상은 순수 V8 M카의 날카로움과는 다른 이질감이 느껴진다. 순수한 M 퍼포먼스를 원한다면 X5 M이나 X6 M이 더 솔직한 선택일 수 있다.
그러나 XM 레이블은 처음부터 그 카테고리를 겨냥한 차가 아니다. 국내 판매 가격 2억 2,770만 원. 이 차를 선택하는 이는 아마 퍼포먼스만을 원하지 않을 것이다. 존재 자체로 이야기가 되는 차, 타는 사람의 취향이 선명하게 드러나는 차를 원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BMW XM 레이블은 제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다.
글 / 원선웅 (글로벌오토뉴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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