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전기차 시장이 유례없는 지정학적 위기와 정책 변화가 맞물리며 극심한 혼돈에 빠졌다. 2025년 3분기 연방 세액공제 혜택이 종료된 직후 신규 전기차 판매량이 급락한 가운데, 이란 전쟁으로 인한 유가 폭등조차 신차 시장의 침체를 되돌리기에는 역부족인 모습이다.
트럼프 행정부의 이란 공습 이후 호르무즈 해협 봉쇄와 중동 정유 시설 피격이 이어지며 미국 내 휘발유 가격은 한 달 만에 갤런당 1달러 이상 폭등, 전국 평균 4달러를 기록했다. 유지비 면에서 전기가 압도적 우위에 서자 에드먼즈 등 분석 기관은 소비자들의 전기차 고려도가 다시 높아졌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내연기관차보다 평균 6,000달러 높은 신차 가격과 할부 금리 부담이 구매의 결정적 장벽으로 작용하고 있다.
시장 구조의 변화도 가파르다. 콕스 오토모티브에 따르면 6만 달러 이상의 프리미엄 전기차 시장은 이미 포화 상태에 이르렀으며, 기업들은 수익성이 낮은 고가 모델 정리에 나섰다. 테슬라는 브랜드의 상징이었던 모델 S와 모델 X를 2026년 2분기에 단종하기로 결정했다. 혼다와 소니의 합작 브랜드 아필라 역시 10만 달러대 럭셔리 세단 출시 계획을 전격 취소하며 사업 중단을 선언했다. 반면 3만 달러 이하의 합리적 전기차 선택지는 여전히 부족해 대중화의 발목을 잡고 있다.
신차 시장이 1분기 전년 대비 28%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는 것과 달리, 중고 전기차 시장은 12% 성장하며 활기를 띠고 있다.
전기차 시장의 변수인 유가는 당분간 진정되기 어려울 전망이다. 최근 이란의 드론 공격으로 카타르 라스 라판 단지가 타격받으며 세계 LNG 수출의 20%가 마비되었고, 복구에만 5년과 260억 달러가 소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특히 이란이 하루 1,800만 배럴의 물동량이 지나는 호르무즈 해협을 사실상 봉쇄하면서 전 세계 에너지 공급망은 1970년대 오일쇼크 이후 최악의 위기에 직면해 있다.
유가가 올라도 신차 대신 중고차로만 전기차 수요가 쏠리는 현상은 미국 전기차 정책의 완전한 실패 혹은 과도기적 진통으로 보는 시각이 공존하고 있다. 테슬라가 모델 S와 X를 단종한 것은 럭셔리 브랜드 지위를 버리고 로보택시와 저가형 모델에만 올인하겠다는 선언과 다름없어 보인다.
<저작권자(c) 글로벌오토뉴스(www.global-autonews.com). 무단전재-재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