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신차 안전 평가(Euro NCAP)가 2026년부터 물리 버튼 유무를 안전 등급 점수에 반영하기 시작하면서 터치 스크린 중심의 콕핏이 다시 변화하고 있다. 한때 자동차 실내 디자인의 미래로 추앙받던 거대 터치스크린 중심의 올-터치 트렌드가 변곡점을 맞이하고 있는 것이다.
테슬라가 불러온 바퀴 달린 태블릿 경쟁에 뛰어들었던 글로벌 완성차 제조사들이 운전 중 조작 편의성과 안전성을 이유로 사라졌던 아날로그 버튼과 노브를 다시 도입하기 시작했다. 이는 단순한 복고풍 회귀가 아닌, 시속 100km로 달리는 극한의 주행 환경에서 직관적인 인터페이스가 생명과 직결된다는 실용적 판단에 따른 결과다.
터치스크린은 매끄러운 미학을 선사하지만, 열선 시트 작동이나 공조 장치 조절을 위해 복잡한 메뉴와 서브메뉴를 뒤져야 하는 치명적인 단점을 노출했다. 특히 시각 정보에만 의존해야 하는 터치 방식과 달리, 물리 버튼은 손가락 끝의 감각만으로 위치를 파악하는 랜드마크 역할을 수행한다. 운전자가 도로에서 눈을 떼지 않고도 온도를 조절하거나 볼륨을 높일 수 있는 촉각적 피드백은 터치스크린이 결코 흉내 낼 수 없는 영역이다.
대부분 스크린은 유지하면서 자주 사용하는 버튼은 살리는 추세다. 이러한 변화를 주도하는 대표적인 브랜드는 현대자동차와 기아다. 자체 사용자 테스트 결과, 터치스크린 전용 시스템을 사용하는 운전자들이 심각한 스트레스를 느낀다는 점을 확인하고 싼타페와 싼타크루즈 등 최신 모델에 공조 및 오디오용 물리 버튼을 부활시켰다. 전기차에도 자주 사용하는 버튼을 터치스크린 아래에 나열하고 있다.
폭스바겐 역시 볼륨, 기후, 시트 난방 등 이른바 빅 파이브로 불리는 핵심 기능에 물리적 제어 장치를 표준화하기로 했다. 그룹 내 포르쉐도 공조와 볼륨, 주행모드에 대한 물리적 제어장치를 북원하고 있다. 포르쉐 카이엔 일렉트릭의 경우 화면 하단을 45도 각도로 꺾어 운전자의 손이 자연스럽게 닿는 위치에 핵심 기능을 배치했다. 특히 센터 콘솔의 손목 받침대를 활용하면 시선을 도로에 고정하고도 공조 시스템이나 음악 선택, 내비게이션 설정을 간편하게 조작할 수 있다. 아우디 역시 정전용량식 슬라이더에서 물러나 차세대 e-트론 등 신규 라인업에 촉각적 인터페이스를 복원하고 있다.
메르세데스 벤츠는 대형 스크린 기조를 유지하면서도 스티어링 휠과 주요 기능에 물리적 조작계를 보강하고 있다. 심지어 첨단 기술의 상징인 페라리조차 핵심 주행 기능을 위한 물리적 입력 장치를 다시 도입하며 가장 좋은 인터페이스는 생각할 필요 없는 인터페이스라는 명제에 힘을 싣고 있다.
결국 기술적 화려함이 초기 구매욕을 자극할 수는 있지만, 10년이 지나도 소프트웨어 오류나 지연 현상 없이 클릭 한 번으로 작동하는 물리 버튼의 신뢰성이 진정한 럭셔리와 안전의 가치로 재조명받고 있다. 자동차 업계는 이제 화려한 인터페이스 경쟁을 넘어, 운전자가 운전 그 자체에만 집중할 수 있는 시대를 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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