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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보 EX90, 드디어 한국 땅을 밟다 - 기다림의 값어치를 따져볼 시간

글로벌오토뉴스
2026.04.02. 13:46:20
조회 수
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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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1월 스톡홀름. 볼보가 EX90을 세계 최초 공개했을 때, 업계 분위기는 꽤 뜨거웠다. 라이다를 루프에 통합한 안전 시스템, 소프트웨어 정의 차량(SDV)이라는 미래 지향적 아키텍처, 그리고 볼보의 100년 안전 철학이 전기차 형태로 응축됐다는 기대감. 그러나 출시 예정이었던 2023년 말은 당시의 기대감이 무색하게 지나갔다.
가장 큰 문제는 라이다 공급사 루미나(Luminar)와의 소프트웨어 통합 과정에서 불거진 기술적 난항이었다. 당초 2023년 말부터 생산을 시작할 계획이었으나, 라이다의 소프트웨어를 통합하는 과정에서 차질을 빚어 약 6개월가량 연기됐다. 2024년 7월 어렵게 고객 인도를 시작했지만, 출시 당시 일부 핵심 기능이 빠진 상태였고, 차량을 운행하지 않을 때도 배터리가 소모될 수 있다는 공지까지 이어지면서 '반쪽짜리 출시'라는 혹평을 피하지 못했다.





문제는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볼보가 2025년형 EX90의 심각한 소프트웨어 결함을 해결하기 위해 모든 차량의 중앙 컴퓨터를 2026년형 모델 수준으로 교체한다고 발표했다. 이는 차량 성능 저하, 연결성 문제,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오류 등 다양한 문제가 지속되면서 내려진 결정이었다. 잠금 해제, 전화 연결, 애플 카플레이 오작동 같은 기본적인 기능 오류가 1년 넘게 이어졌고, 볼보는 소프트웨어 패치를 반복했으나 근본적 해결에는 이르지 못했다.





라이다 문제도 결국 다른 방향으로 마무리됐다. 당초 루미나와 협력해 라이다를 기본 탑재했던 볼보는 2024년 이를 옵션으로 변경했고, 이후에는 완전히 제거하는 방향을 택했다. 볼보는 이에 대해 공급망 리스크를 줄이기 위한 결정이며, 루미나가 계약 의무를 다하지 못한 결과라고 밝혔다. 루미나는 법적 대응을 검토했고, 볼보는 조용히 다음 단계로 넘어갔다.





2025년 9월, 볼보는 2026년형 EX90을 발표하며 사실상 초기 모델의 한계를 전면 인정하는 수준의 대대적 변경을 단행했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기존 400V 전기 구조를 대체하는 새로운 800V 아키텍처의 적용이었다. 이와 함께 차량의 두뇌 역할을 하는 듀얼 엔비디아 드라이브 AGX 오린(NVIDIA DRIVE AGX Orin) 기반 코어 컴퓨터가 적용돼 초당 500조 회 연산을 지원하게 됐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2025년형 EX90 구매자에게도 해당 하드웨어 업그레이드를 무상으로 제공하겠다고 밝힌 부분이다. 소프트웨어 패치가 아니라 하드웨어 자체를 무상 교체한다는 것은 이례적인 결정이다. 문제를 외면하거나 희석시키지 않았다는 점에서, 볼보다운 처신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800V 시스템과 자체 배터리 관리 소프트웨어의 결합으로 350kW급 DC 급속 충전 시 10분 만에 최대 250km 주행 가능한 전력을 충전할 수 있게 됐다. 이는 기존 모델이 지원했던 최대 250kW 충전에 비해 크게 향상된 수치다. 또한 자동 긴급 회피 조향 보조, 자동 평행 주차, 긴급 정지 보조 시스템 등 안전 기능도 이번 연식 변경을 통해 추가됐다.


국내에 들어온 EX90이 바로 이 2026년형 기준이다. 초기 출시 모델의 시행착오를 거쳐 완성도를 높인 버전을 받은 셈이니, 기다린 보람이 있다고 할 수 있다.





EX90은 볼보의 SPA2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다. 폴스타 3와 공유하는 SPA2 플랫폼 기반으로 설계된 전기차 전용 3열 플래그십 SUV다. SPA2는 XC90으로 대표되는 SPA(Scalable Product Architecture) 플랫폼의 전기차 특화 진화형으로, 내연기관 아키텍처의 흔적을 일부 유지하면서 전동화에 최적화된 구조다.


반면 올해 1월 스톡홀름에서 공개된 EX60에는 완전히 다른 SPA3 플랫폼이 적용됐다. SPA3가 이전 SPA2 플랫폼과 다른 점은, 가솔린 모델의 유산을 전혀 물려받지 않았다는 점이다. SPA2가 부분적으로 내연기관 차량 아키텍처에 의존한 반면, SPA3는 처음부터 전기차 플랫폼으로 기획됐다. 이로써 엔지니어들은 배터리와 파워트레인 구성 요소 배치를 완전히 재검토할 수 있었다.





실질적인 차이는 공간과 제조 방식에서 나타난다. SPA3 플랫폼은 생산 시간과 비용을 줄이기 위해 메가캐스팅(megacasting) 공법을 사용하며, 배터리 팩을 섀시와 통합하는 셀 투 바디(cell-to-body) 기술을 특징으로 한다. 또한 새로운 레이아웃 덕분에 배터리는 더 이상 차축 사이에만 위치할 필요가 없어 중량 분포를 최적화하고 2열 승객의 다리 공간을 확보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EX90은 전동화 전환기의 과도기적 수작이고, EX60은 볼보가 다음 시대를 위해 준비한 순혈 전기차 플랫폼의 첫 결실이다. EX90을 사는 사람은 완성된 볼보 플래그십을 손에 넣는 것이고, EX60을 기다리는 사람은 볼보의 미래에 먼저 올라타는 것이라고 봐도 좋겠다





오늘 공식 확정된 EX90의 시작가는 트윈 모터 플러스 트림 기준 1억 620만 원이다. 볼보코리아는 이 가격이 XC90 T8(PHEV) 대비 약 1천만 원 낮은 수준이라는 점을 전면에 내세웠다. 국내 직접 경쟁 모델인 메르세데스-벤츠 EQS SUV (450 4MATIC​, 1억 6천만 원대)​나 BMW iX(xDrive60, 1억 5,380만 원) 대비 낮은 가격대다.


이윤모 대표는 오늘 질의응답 현장에서 "연간 1만 5천 대 수준의 판매량을 빠르게 3만 대까지 확장해 국내 프리미엄 시장 점유율 10%를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야심찬 목표다. EX30이 가격 재포지셔닝 이후 한 달 만에 2,000대 계약을 돌파한 경험이 이 자신감의 근거다.





트림별 가격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트윈 모터 플러스 1억 620만 원, 트윈 모터 울트라 7인승 1억 1,620만 원, 트윈 모터 울트라 6인승 1억 1,820만 원, 트윈 모터 퍼포먼스 울트라 7인승 1억 2,120만 원, 트윈 모터 퍼포먼스 울트라 6인승 1억 2,320만 원이다. 특히 XC90 T8과 동일한 1억 1,620만 원에 트윈 모터 울트라 7인승을 포지셔닝한 구성은 꽤나 공격적이다.





볼보 EX90의 강점은 무엇보다 3열 구성에 있다. 프리미엄 전기 SUV 세그먼트에서 6·7인승을 동시에 제공하는 모델은 EX90이 사실상 유일하다. BMW iX나 EQS SUV는 5인승 구성이 기본이다. 가족 단위 구매자, 특히 자녀가 있는 40~50대 고객층에게 더 실용적으로 다가갈 수 있는 특징이다.


안전 기술의 깊이도 다른 차원이다. 5개의 카메라, 5개의 레이더, 12개의 초음파 센서로 구성된 첨단 센서 세트가 전 트림 기본 적용되며, 운전자 모니터링 시스템과 실내 승객 감지 시스템도 포함된다. XC90 대비 비틀림 강성 50% 향상, 충돌 에너지 흡수 20% 개선도 구조적 안전성을 뒷받침하는 수치다.





800V 기반 충전 속도(10%→80% 약 22분, 최대 350kW)와 WLTP 기준 최대 625km 주행가능거리, 그리고 15년 무상 OTA와 5년 무상 5G 디지털 패키지라는 사후 지원 체계도 경쟁 모델 대비 뚜렷한 우위다.


물론 단점도 존재한다. SDV를 표방하지만 국내 실제 서비스 생태계는 아직 성숙 단계다. 오늘 질의응답에서 구글 지도 서비스나 AI 도입 여부를 묻는 질문에 기술 담당자는 "한국 시장 환경에 최적화된 음성 인식 AI 서비스를 준비 중이며, 자세한 소식은 연내 공유 예정"이라고만 답했다. EX60에는 구글 제미나이가 기본 탑재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EX90의 AI 기능 공백은 아쉬운 부분이다.





브랜드 위계 관점에서도 생각해볼 여지가 있다. 볼보는 분명 프리미엄 브랜드지만, BMW나 메르세데스-벤츠에 비해 국내 소비자의 '럭셔리 인식'에서는 여전히 한 단계 낮은 포지션에 있다. 가격 우위가 이 간극을 채울 수 있을지, 아니면 오히려 프리미엄 이미지를 희석시킬 수 있을지는 이후 본격적인 판매실적을 지켜봐야 할 것 같다.





오늘 행사장에서 EX90을 처음 마주한 느낌은, 기다림의 무게만큼 묵직했다. 2022년 공개 이후 온갖 우여곡절을 겪으며 개선된 버전이 국내 땅을 밟은 것이다. 볼보가 초기 실패를 인정하고 하드웨어 교체라는 이례적 결단을 내린 것은 분명 신뢰할 만한 태도다.


가격은 공격적이고, 안전 기술은 더할나위 없이 충실하며, 3열 구성은 차별화된 무기다. 다만 SDV의 완성도는 실제 시승을 통해 평가가 필요한 부분이며, 더 높은 완성도를 경험했던 EX60의 존재가 오히려 EX90에게는 부담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4월 3일부터 5월 1일까지 전국 21개 전시장 쇼케이스가 열린다. 관심있는 독자라면 직접 차를 경험해보고 판단하길 바란다.

글 / 원선웅 (글로벌오토뉴스 기자)​


<저작권자(c) 글로벌오토뉴스(www.global-autonews.com). 무단전재-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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