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12일까지 열렸던 2026 뉴욕 국제 오토쇼(NYIAS; New York International Auto Show)에서 현대자동차가 공개한 콘셉트 카 볼더(Boulder)는 현대자동차의 독자개발 오프로드 차량으로서 높은 양산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차량의 이름 볼더(Boulder)는 영어 의미로는 둥근 돌, 또는 바위 등을 의미합니다. 그래서 콘셉트 카 볼더는 그 이름 그대로 마치 단단한 조약돌 같은 이미지를 가지고 있습니다.
알려진 바에 의하면 볼더는 프레임 구조(body on frame)이라고 하며, 그에 따라 사다리형 프레임 위에 차체를 얹은 구조로 설계됐을 것입니다. 이런 구조는 거의 모든 픽업 트럭과 대형 SUV에서 볼 수 있음은 물론이고, 지프(Jeep) 브랜드의 랭글러(Wrangler), 포드(Ford)의 브롱코(Bronko) 등 비포장도로 주행에 특화된 차들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국산차중에서는 과거의 코란도는 물론이고, 1990년대에 나왔던 현대 갤로퍼,기아 1세대 스포티지와 1세대 쌍용 무쏘 등에서도 볼 수 있었고, 현재의 KGM 무쏘 픽업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연비에서 유리한 승용차 기반의 일체구조식 도심지형 SUV가 대세가 됨에 따라 프레임 구조의 차량의 종류는 점차 줄어들었던 것입니다.
그런데 전기동력의 등장으로 이제는 오히려 이러한 프레임 구조의 차량들에게 더 많은 가능성이 열리게 될 걸로 보입니다. 얼마 전에 글을 쓴 허머 EV 역시 그런 사례일 것입니다.
물론 현대자동차의 콘셉트 카 볼더 역시 전기동력을 쓴 걸로 보입니다. 전면에 라디에이터 그릴이 만들어져 있긴 하지만, 배기 파이프는 보이지 않으며, 차체 아래쪽에 강철 보호 커버로 덮인 배터리 팩처럼 보아는 구조물로 봐서는 전기동력 차량으로 보입니다.
차체 외형을 보면 전면의 대형 라디에이터 그릴은 금속을 직접 가공해 만든 듯한 디테일을 보여줍니다. 작년에 현대가 내놓았던 해치백 ‘콘셉트3’에서 메탈 질감을 강조한 미래지향적 이미지를 제시한 ‘아트 오브 스틸(Art of Steel)’ 디자인 콘셉트의 연장으로 보입니다.
물론 오늘날의 거의 모든 대량생산 제품과 자동차는 부품을 직접 깎아 만들기보다는 금형에 의해 찍어내는 공법을 쓰지만, 그럼에도 스마트폰이나 최고급 오디오 등의 제품은 부품을 하나하나 직접 가공해 만들어내는 방법으로 생산됩니다. 볼더 콘셉트의 전면의 그릴과 램프류의 부품을 보면 그런 공법으로 제작된 듯한 마무리를 볼 수 있습니다.
또 하나 흥미로운 점은 전면의 헤드램프와 앞 범퍼의 형태가 뒤 테일 램프와 뒤 범퍼에도 똑같이 쓰였다는 것입니다. 이건 마치 디지털 데이터를 실존하는 아날로그에 그대로 적용한 개념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게다가 테일 게이트는 스윙 구조로 돼 있으면서 필요에 따라 양방향 모두에서 열 수 있는 구조로 만든 것으로 보입니다.
볼더의 실내 역시 오프로드용 차량다운 터프 함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전동화에 의한 디지털 기술의 장비들을 탑재하고 있지만, 적어도 실내의 물리적 구성 요소는 매우 단단한 아날로그적 감성과 기능으로 디자인돼 있습니다.
실내의 이미지는 모든 부분이 자세히 공개되지는 않았습니다만, 차체 지붕의 측면에는 장방형의 창문도 가지고 있습니다. 이는 랜드로버 ‘프리랜더’ 등에서 보여준 탐험가용 차량과 같이 하늘 방향의 시야 확보의 기능적 이미지이기도 합니다.
게다가 커다란 오버 펜더 등으로 육중한 이미지를 강조하고 있으며, 18인치 휠을 적용하면서 전체 지름이 37인치(약 940mm) 크기의 대형 비포장 도로용 타이어는 강력한 험로 주행성능을 암시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차체 측에서 보이는 극히 짧은 앞 뒤의 오버행(overhang) 역시 산악지형의 주행에 요구되는 접근각과 이탈각을 확보하기 위한 차체 특징입니다.
확실히 시대의 가치는 돌고 도는 것 같습니다. 1990년대에 도시 지향적인 크로스오버 SUV가 나오면서 차체 뒤에 풀 사이즈 스페어 타이어를 붙인 하드코어 오프로더가 구시대의 것처럼 보였던 것이 사실입니다. 그리고 그런 속에서도 구형 코란도가 우리나라 고유의 오프로더의 상징으로 사람들의 의식 속에 머물러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제 30여년이 지나면서 모든 SUV가 크로스오버가 되면서 오히려 하드코어 오프로더가 신선함으로 다가오는 시대가 돌아오고 있는 것 같습니다. 물론 오늘날의 오프로더는 단순히 과거의 재현이 아닌, 전기동력에 의한 신기술로 재해석한 새로운 오프로더의 모습일 것입니다.
그런 관점에서 현대자동차의 오프로더 콘셉트 ‘볼더’는 과거의 ‘갤로퍼’의 그늘에서 벗어나 새로운 조약돌 같은 디자인 조형으로 빚어진 현대자동차의 미래의 오프로더의 새로운 시대를 보여주는 모델이 될 지도 모르겠습니다.
글 / 구상 (홍익대학교 산업디자인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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