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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SDV의 서막, '플레오스 커넥트'의 명분과 숙제

글로벌오토뉴스
2026.05.04. 12: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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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산업에서 '소프트웨어'라는 단어가 본격적으로 힘을 갖기 시작한 건 테슬라가 OTA(Over-the-Air) 업데이트로 자동차를 스마트폰처럼 다루기 시작하면서부터다. 그로부터 10여 년, 기존 완성차 업체들은 하드웨어 우위를 지키면서도 소프트웨어 역량을 어떻게 내재화할 것인가를 두고 각자의 방식으로 싸움을 이어왔다. 현대자동차그룹이 최근 미디어데이를 통해 공개한 차세대 IVI 시스템 '플레오스 커넥트(Pleos Connect)'는 그 싸움에서 현대차가 처음으로 선보이는 결과물이다.


플레오스는 인포테인먼트 업그레이드에 그치지 않는다. 안드로이드 오토모티브 OS(AAOS)를 기반으로 자체 커스터마이징을 얹고, AI 에이전트 '글레오(Gleo)'를 핵심 인터페이스로 내세운 이 시스템은 차량을 '달리는 스마트 기기', 즉 SDV(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로 전환하겠다는 그룹 전략의 결정체다. 오는 5월 신형 그랜저를 시작으로 순차 탑재될 예정인 플레오스는 현대차가 소프트웨어 플랫폼 기업으로 탈바꿈하려는 야심을 처음으로 가시화한 결과물이기도 하다.





플레오스 커넥트가 경쟁 시스템들과 가장 뚜렷하게 갈라지는 지점은 조작 방식에 있다. 테슬라는 모델 S 이후 줄곧 '물리 버튼 제로'를 고집해왔다. 스티어링 휠 주변의 레버까지 없애고 스크린과 터치패드만으로 모든 기능을 집약시킨 테슬라의 철학은 분명 혁신적이었다. 그러나 동시에 현실적인 불편함도 낳았다. 주행 중 에어컨 온도 하나 바꾸려면 여러 단계의 터치를 거쳐야 하고, 익숙해지기까지 적지 않은 학습 시간이 필요하다는 비판이 지속됐다.





현대차는 그 지점을 파고들었다. 플레오스는 터치스크린과 물리 버튼을 병용하는 하이브리드 조작 구조를 유지한다. 볼륨, 공조 같은 반복 조작이 잦은 기능은 물리 버튼으로 남겨두고, 나머지 복잡한 인터페이스는 스크린으로 통합했다. 보수적인 선택으로 읽힐 수도 있지만, 실상은 다르다. 주행 중 시선 이탈 시간을 최소화하는 것이 실질적인 안전과 직결되며, 이 판단은 수십 년간 완성차를 만들어온 기업만이 가진 감각에서 나온다. 메르세데스-벤츠 역시 하이퍼스크린이라는 대형 디스플레이를 도입하면서도 핵심 조작부에 물리 버튼을 병행 유지하고 있다는 점을 떠올리면, 현대차의 선택 또한 균형을 맞춘 선택임을 알 수 있다.





플레오스의 또 다른 핵심은 AI 에이전트 글레오다. 현대차는 글레오를 음성 인식 비서 수준에 머물지 않는 '에이전틱 AI'로 포지셔닝한다. 기존 음성 명령 시스템이 "에어컨 켜줘"처럼 명확한 지시어에 반응했다면, 글레오는 맥락을 읽는다. "시트가 왜 이렇게 뜨겁지?"라는 혼잣말을 인식해 열선 시트를 스스로 조절하거나, 운전석과 동승석의 요청을 구분해 각각 다르게 처리하는 능력이 대표적인 예다.





이 수준의 AI 에이전트는 편의 기능의 범위를 훌쩍 벗어난다. 차량 데이터와 사용자 습관, 외부 정보를 연결해 능동적으로 행동하는 에이전트는 SDV의 핵심 가치인 '지속적인 소프트웨어 진화'를 실현하는 인터페이스 그 자체가 된다. GM이 구글 AAOS를 기반으로 구글 어시스턴트를 그대로 탑재하는 방식을 택한 것과 달리, 현대차는 자체 AI 에이전트를 개발함으로써 플랫폼 종속에서 벗어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셈이다.


다만 글레오의 완성도는 본격적인 출시 이후 증명해야 할 부분이다. 한국어 사투리까지 이해한다는 현지화 성능이 인상적이지만, 북미와 유럽 시장에서 동일한 수준의 언어 맥락 처리가 가능한지는 아직 미지수다. 아마존 알렉사, 구글 어시스턴트와 같이 수년간 방대한 실사용 데이터를 축적해온 글로벌 AI와 경쟁하려면 출시 이후 빠른 학습 주기가 뒷받침돼야 한다.





플레오스는 'M-마켓'이라는 개방형 앱 마켓을 통해 외부 개발사의 참여를 허용한다. 유튜브, 네이버 웨일 등 서드파티 앱이 차량 환경에서 구동될 수 있는 생태계를 구축함으로써 스마트폰과 유사한 확장성을 확보한 것이다. 제조사가 허용한 앱만 사용하던 기존 구조를 깨는 이 시도는 의미 있다. 하드웨어가 아닌 서비스와 콘텐츠로 소비자를 잡아두는 '락인(Lock-in)' 전략의 시작점이기도 하다.


그러나 개방성은 품질 관리의 문제를 동반한다. 차량용 앱은 스마트폰 앱과 달리 주행 중 오류가 곧 안전 위협으로 이어질 수 있다. 차량 환경에 최적화되지 않은 앱이 시스템 자원을 과점하거나 예기치 않은 오류를 발생시키는 시나리오는 충분히 현실적이다. 엄격한 샌드박스 보안 모델과 차량 최적화 가이드라인의 강화가 선행되지 않으면, 개방형 생태계는 강점이 아닌 약점으로 돌아올 수 있다.





플레오스를 둘러싼 현대차의 소프트웨어 브랜딩은 아직 정리가 덜 된 인상을 준다. ccOS, ccNC, 그리고 플레오스까지 소비자 접점에서 혼용되는 용어들은 명확한 계층 구조 없이 노출되고 있다. 테슬라가 모든 차량에 동일한 소프트웨어 경험을 제공하며 브랜드 일관성을 유지하는 것과 대비된다. 메르세데스-벤츠의 MB.OS 역시 독자 아키텍처 구축 비용은 막대하지만, 벤츠라는 브랜드 전체를 관통하는 소프트웨어 정체성을 확보하려는 목표는 흔들리지 않는다.


소프트웨어 플랫폼 기업으로의 전환을 내걸려면, 소비자가 차량 모델명보다 소프트웨어 플랫폼 이름을 먼저 기억할 수 있어야 한다. '플레오스'라는 이름이 될 수 있는지, 아니면 또 다른 이름이 덧붙여질 것인지는 향후 커뮤니케이션 전략에 달려 있다.





글로벌 SDV 경쟁은 이제 기능 나열의 단계를 지났다. OTA 업데이트 주기, AI 모델의 온디바이스 추론 성능, 차량 데이터를 활용한 개인화 서비스 수익화 능력이 실질적인 차별화 요소가 되는 단계로 진입했다. 테슬라가 이 분야에서 독보적인 이유는 단지 먼저 시작했기 때문만이 아니라, 수백만 대의 실주행 데이터를 자율주행과 소프트웨어 개선에 직접 투입하는 수직 계열화 구조를 완성했기 때문이다.


현대차는 이제 출발선에 섰다. 플레오스 커넥트는 하드웨어 명가가 소프트웨어 플랫폼 기업으로 이행하기 위한 첫 번째 결과물이다. 방향은 옳고, 설계도 나쁘지 않다. 그러나 SDV의 진짜 승부는 출시 이후 얼마나 빠르게, 얼마나 의미 있게 진화하느냐에서 결정된다. 플레오스가 현대차 소프트웨어 생태계의 기점으로 역사에 남을 것인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글 / 원선웅 (글로벌오토뉴스 기자)


<저작권자(c) 글로벌오토뉴스(www.global-autonews.com). 무단전재-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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