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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용차를 만들었던 중부 유럽의 트럭 메이커 타트라

글로벌오토뉴스
2026.05.04. 12:13:34
조회 수
1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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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몇 주전에 살펴본 중부 유럽 국가 체코의 자동차 브랜드 슈코다(Škoda)에 이어 역시 체코에서 1923년부터 1998년까지 승용차를 생산했던 기업 타트라(Tatra)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물론 타트라는 현재는 대형 트럭만 만들고 있는 체코의 기업입니다.

‘역사는 승자(勝者)의 기록이다’ 라는 말이 있습니다. 최근에 1600만명이 넘는 관객이 관람해서 주목받는 영화 ‘왕과 사는 남자’는 역사의 뒤안길에서 삶을 마감한 비운의 임금 단종의 이야기를 왕조 중심의 이야기가 아닌, 귀양지에 유배돼 삶을 마감한 어린 왕과 그를 돌보아준 주변 사람들에 관한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라는 점에서 기록된 역사는 극히 ‘일부분의 이야기’라는 것을 말해주는 것 같기도 합니다.



5000 년 인류 역사에서 역사책을 통해 사람들에게 알려진 것들이 실제 역사의 전부라고 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그 사건 중 상당수는 기록자의 입장에 따라서 아주 간략하게 기록되거나, 전혀 기록되지 않은 것도 있을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기록자의 잘못이 아니라, 여러 이유에서 역사를 이끌어 가는 주인공이 되지 못해 사람들에게서 잊힌 경우도 많을 것입니다. 물론 자동차의 역사에서도 마찬가지인 것 같습니다.



자동차의 역사에서는 제대로 발전되지 못하고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차들이 적지 않습니다. 그 차들은 저마다 독특한 기술적 특징을 가지고 있었지만, 시대를 잘못 만나, 혹은 당대의 기술로 실용화시키지 못해 무대의 전면에 서지 못했던 경우도 많습니다.

21세기가 시작돼 26년째가 된 지금, 세계는 인공지능(AI) 기술이 일상은 물론이고 전쟁까지도 영향을 미치면서 큰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는 전망을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급격한 변화는 자동차가 처음 발명되던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에도 비슷했을 걸로 보입니다.



1800년대에 유럽에서는 증기기관에 의한 산업혁명이 일어났지만, 너무 크고 비효율적인 증기기관을 대체하는 더 작고 효율적인 내연기관의 발명으로 그것을 동력으로 하는 자동차의 제작이 여러 곳에서 시도됩니다.

증기기관을 사용한 차들은 거리에서 사람들과 함께 통행하기에는 너무나 크고 위험했기 때문에, 영국에서는 적기조례(赤旗條例; The red flag act)까지 시행됐던 것입니다.
게다가 그 시기에 지구촌은 봉건주의 체계에서 새로운 체제로의 변화가 일어나는 몸살을 앓고 있던 때였습니다. 그리고 새로운 이념으로 공산주의의 길을 택한 국가들이 있었고, 그들 중 하나가 바로 체코슬로바키아였습니다.



그 뒤로 90년의 시간이 지나 1990년 구소련의 붕괴 이후 체코슬로바키아는 1993년 1월 1일에 체코와 슬로바키아라는 두 개의 공화국으로 분리, 독립합니다. 이와 함께 자동차 메이커 타트라(Tatra)도 체코에 소속되게 됩니다. 한편, 타트라를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는 사람이 바로 오스트리아 출신 엔지니어 한스 레드빈카(Hans Ledwinka; 1878~1967)입니다.

그는 청년 시절에는 타트라로 이름이 바뀌기 전의 마차 제작회사 네셀도르프 바겐바우(Nesselsdorf Wagenbau)에서 일하며, 1897년에 개발된 네셀도르프 최초의 자동차 프라지던트(Prasident)의 개발에도 참여합니다.



한편 1914년에 1차 세계대전이 발발하자, 그는 오스트리아의 무기 메이커 스타이어(Steyr)에서 설계자로 일을 하게 되고, 전쟁이 끝난 후에는 네셀도르프의 수석 설계자로 복귀하게 됩니다. 이어 1923년에 네셀도르프는 회사이름을 브레이크 성능을 시험하던 슬로바키아 지역의 산 타트라(Tatra Mountains)에서 따온 이름 「타트라」로 바꾸고 자동차를 본격적으로 생산하기 시작합니다.



그 해에 나온 공랭식 엔진의 소형차 T 11(일명 타트라 플란; Tatra Plan)을 비롯하여 12, 17 등의 모델을 거쳐 T 57과 T 80을 거쳐, 1935년에는 한스 레드빈카가 설계자로서 창의성을 발휘한 T 77을 내놓고, 1939년에는 T 87을 내놓습니다.



T 77은 V형 8기통 3,400cc의 공냉식 엔진을 차체 뒤에 설치했는데, 이로 인해 전면의 커다란 라디에이터 그릴이 사라진 타트라 승용차의 대표적 특징을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의 설계는 폭스바겐 비틀의 설계에도 큰 영향을 끼쳤다고 합니다.

레드빈카는 부피가 큰 엔진을 뒤로 보내 객실과 완전히 격리시키는 것이 실내를 더욱 조용히 하는 것은 물론이고, 엔진 작동시의 기름냄새가 객실로 오지 못하도록 하는데 유리하다고 생각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것은 결과적으로 차체의 앞부분 형태를 둥글게 만들 수 있게 되어, 유선형 디자인에도 장점으로 작용했으며, 엔진과 변속기가 앞에 있을 때 필요한 뒷바퀴에 동력을 전달하는 추진축(propeller shaft)이 없어짐에 따라 바닥도 평평하게 되어 실내공간도 넓어졌고, 차체 아랫부분 역시 평평하게 만들어져 공기저항계수를 낮추 역할도 했다고 합니다.

차체 뒷부분에는 엔진 냉각을 위한 공기 흡입구와 상어 지느러미를 연상시키는 핀(fin)이 달린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특징들로 인해 T 77이나 87은 이 시기의 다른 ‘유선형’ 차들이 겉모양만 유선형이었던 것과는 달리, 공기역학적 측면에서의 실질적인 장점이 있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T 77의 유리창은 모두 평면유리들로 만들어져 있는데, 이 시기에는 아직 유리를 구부려 성형하는 기술이 개발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일반적으로 자동차들이 곡면유리를 장착하기 시작한 것은 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도 한참의 시간이 지나서 인 1950년대 중∙후반 부터입니다. 평면유리창과 유선형 차체의 형태가 조화되지 않는 모순을 극복하기 위해 T 87까지도 앞 유리는 여러 장으로 나누어져 조립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1951년에 타트라의 차량은 다른 체코슬로바키아의 자동차 기업 슈코다로 옮겨져 생산되기도 했다고 하며, 이후 변형된 모델이 일부 생산되지만, 사회주의 국가체제에서는 신형 차량 개발이 이루어지지 않아 타트라는 점점 시대에 뒤진 차로 전락해 갔습니다.



1960년대에 들어와 체코슬로바키아 정부와 공산당 지도부를 위한 고급승용차를 만들기 위해 T 613 이라고 명명된 모델이 이탈리아의 디자인 스튜디오에 스타일링을 맡겨 개발됩니다. 613 모델은 1973년부터 생산이 시작되었고, 이후 613-2, 613-3 등의 변형 모델을 추가됐습니다.

1970년대 후반에 들어서는 타트라의 승용차 연간 생산량이 1,000~1,500 대에 이르는 등 613 모델은 전성기를 맞았지만, 이후에 체코의 독립과 민주화 이후 다른 서유럽의 차량들이 들어오면서 타트라 승용차의 판매량은 급격히 줄었다고 합니다.



타트라는 1996년에 V형 8기통 3,495cc의 배기량의 엔진에 완전한 주문생산 체제에 의한 고급화된 T 700을 선보였지만, 차체 디자인의 완성도나 참신함 부족으로 이 모델 역시 1998년까지 단 일곱 대만 팔렸고, 이후 승용차 생산은 더 이상 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한스 레드빈카와 같은 엔지니어에 의해 새로운 공랭식 승용차가 만들어졌고, 그의 차는 폭스바겐 비틀의 탄생에도 영향을 주었지만, 서유럽과 대비되는 역사의 흐름 속에서 쇠락과 번영의 길을 바꾸어 걷다가 마침내 승용차는 더 이상 만들지 않게 된 타트라는 역사에는 영화 속 단종의 이야기처럼 잘 알려지지 않은 사실이 더 많다는 사실을 일깨워주고 있는 것 같습니다.

글 / 구상 (홍익대학교 산업디자인학부 교수)
<저작권자(c) 글로벌오토뉴스(www.global-autonews.com). 무단전재-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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