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텔란티스가 중국 제일자동차그룹(FAW)의 프리미엄 브랜드 홍를 유럽 현지 공장에서 위탁 생산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로이터 통신은 소식통을 인용해 양사가 유럽 내 생산 거점 활용을 골자로 한 전략적 파트너십을 논의 중이라고 보도했다.
이번 논의에는 스텔란티스가 최대 주주로 있는 중국 전기차 업체 리프모터가 중재자로 참여하고 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현재 리프모터는 스페인 사라고사 공장에서 자체 공급망을 구축해 전기차를 생산하고 있는데, 홍치 역시 이 인프라를 공유할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한편 홍치는 오토차이나 2026에 리프모터와 공동 개발한 글로벌 SUV 모델을 공개하기도 했다.
홍치는 2028년까지 유럽에 12종 이상의 전동화 모델을 투입하겠다는 계획을 세운 만큼, 스텔란티스와의 협업은 신규 공장 건설에 드는 수억 달러의 비용과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여줄 치트키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스텔란티스는 현재 유럽 내 가동률이 낮은 공장들을 정상화하기 위해 파트너를 찾고 있다. 이미 샤오미, 샤오펑과 둥펑 등과도 접촉설이 있었다.
중국 자동차회사들의 입장에서도 유럽 현지 생산이 필수적이다. 중국산 배터리 전기차에 부과되는 유럽연합의 징벌적 관세를 피하기 위해서다. 샤오펑이 마그나에 위탁 생산을 맡긴 것과 같은 맥락이지만, 홍치는 더 방대한 공급망을 가진 스텔란티스를 파트너로 선택했다고 해석할 수 있다.
2030년까지 해외 시장에서 10만 대 판매를 목표로 하는 홍치는 최근 독일 수입 파트너였던 헤과 결별하고 직접 유통권 확보에 나서는 등 유럽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스텔란티스 협업 외에도 관세 혜택을 노린 홍콩 공장 설립 등 다각도의 수출 전략을 모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협상은 글로벌 자동차 산업의 기묘한 공생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유럽 제조사는 공장을 돌리기 위해 중국차를 대신 만들어주고, 중국 제조사는 유럽의 인프라를 빌려 관세 장벽을 넘는 형국이다.
스텔란티스는 공식적으로 모든 업계 관계자와 열린 대화를 한다며 원론적인 입장을 고수하고 있지만, 사실상 유럽 생산 기지가 중국계 브랜드의 전초기지로 변모하는 것은 시간문제로 보인다. 홍치의 붉은 깃발이 유럽 도로 위에서 얼마나 빠르게 세를 불릴 수 있을지, 이는 향후 유럽 자동차 시장의 주도권 향방을 결정지을 중대한 변곡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