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산업은 시스템 반도체와 메모리 반도체, 그리고 파운드리로 나뉜다. 시스템 반도체는 설계만하는 팹리스를 말한다. 그 반도체를 기동하기 위해 메모리 반도체가 필요하다. 그리고 시스템 반도체를 위탁생산하는 파운드리가 있다. 시스템 반도체가 맨 위에 있다. 자동차산업에도 비슷한 생태계가 등장했다. 20세기말 21세기 초 레거시 자동차업체들의 전성시대에 보쉬와 콘티넨탈, ZF 등 부품업체들이 공급망을 배경으로 완성차회사들 위에서 주도권을 장악할 것이라고 예상했었다. 그것은 구현되지 않았다. 자동차가 하드웨어에서 소프트웨어 기기로 전환한 때문이다. 그런데 중국에서는 반도체와 스마트폰으로 더 유명한 화웨이가 지금까지와는 다른 방법으로 완성차회사들에게 그들의 시스템을 판매한다. 더불어 합작으로 새로운 브랜드를 만들어 시장을 확대하고 있다. 오토차이나 2026에서 가장 큰 부스를 차지한 화웨이의 현재를 짚어 본다.
글 / 채영석(글로벌오토뉴스 국장)
2026 오토차이나는 여러가지 측면에서 전 세계 자동차 산업의 패권이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 보여주는 현장이었다. 시장의 이동은 이미 확인된 것이다. 128만명의 관람객을 끌어 모아 규모와 관객수에서 세계 신기록을 세웠다. 2010년 파리모터쇼의 126만명을 넘었다. 오토쇼의 위상이 제품과 혁신 기술에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그보다 중요한 것은 생태계의 변화다. 무엇보다 그동안 티어 0.5로 칭해졌던 화웨이의 존재감이 더 커졌다. 단순히 신차의 숫자가 아닌 전시 공간의 배분에서 화웨이가 압도했다. 단순한 자금력의 차이를 넘어, 자동차 산업의 주도권이 누구에게 있는지를 직접적으로 보여주었다.
화웨이는 이번 모터쇼에서 하모니 인텔리전트 모빌리티 얼라이언스(HIMA), 챈쿤 인텔리전트 테크놀로지 및 모든 파트너 브랜드를 포함해 총 4,400제곱미터가 넘는 전시 면적을 확보했다. 이는 중국 전기차 1위 BYD의 4,200제곱미터를 능가하는 것은 물론, 메르세데스-벤츠, BMW, 아우디 등 독일 럭셔리 3사의 부스를 모두 합친 것보다 넓은 규모다.
화웨이가 티어 0.5의 길을 가고 있다고 했었는데 지금은 아예 자동차산업의 근본적인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다. 화웨이는 더 이상 부품을 납품하는 공급망 업체에 머물지 않는다. 완전한 지능형 자동차 기술을 무기로 자동차 시대의 핵심 가치를 정의하는 업계 최전선의 주도자로 부상했다. 기존 자동차 제조사들을 단순 조립 대행 역할로 밀어내며 산업 질서를 근본적으로 재편하고 있다는 것이다.
화웨이는 자동차산업의 시스템 공급업체로 부상하고 완성차회사는 파운드리가 되어가고 있다. 물론 자동차산업이 반도체와는 다르기 때문에 단순히 평가할 수는 없다. 그러나 기술적 우위를 바탕으로 시장 전 세그먼트를 아우르는 거대 자동차 생태계를 구축한 것은 분명하다.
화웨이는 제품 정의부터 R&D, 마케팅까지 완전히 주도하는 스마트 셀렉션(HIMA) 모델 하에 아이토, 럭시드, 샹제, 준제 등이 포진해 있다. 또한 핵심 지능형 주행 및 콕핏 기술을 화웨이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다양한 브랜드까지 합세하며 화웨이 중심의 계층적 협력 모델이 완성됐다. 올 해에도 아이스타랜드, 에픽랜드 등 완성차회사들과의 합작 브랜드들을 런칭하는 등 끊임없이 영역을 확장해 가고 있다.
그러면서 완성차업체들의 수익성도 보전해준다. 글로벌데이터에 따르면 이러한 모델의 상업적 타당성은 세레스의 2025년 연례 보고서를 통해 증명됐다. 세레스는 차량 한 대당 평균 9만 1,500위안(약 1만 3,400달러)이라는 거액을 화웨이에 지불(부품 조달 및 IP 라이선스 등)했음에도 불구하고, 연간 59억 6,000만 위안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대당 순이익은 1만 4,000위안으로 중국 자동차 브랜드 중 최고 수준이다. 이러한 수익 벤치마크는 다른 제조업체들이 화웨이와의 파트너십에 적극적으로 움직이는 기폭제가 되고 있다.
화웨이의 부상은 100년 이상된 전통의 자동차 공급망 논리를 완전히 뒤집었다. 과거에는 완성차 제조사(OEM)가 절대 우위를 점했으나, 이제는 화웨이가 하모니OS와 자율주행 시스템 등 핵심 기술을 통해 산업 기준과 혁신 방향을 장악했다. 파트너 제조사들은 자산 비중이 높은 생산과 조립만 담당하게 되면서 독립적인 연구개발 역량이 점차 약화되는 화웨이 종속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오토차이나 2026은 화웨이가 공급망 후방에서 산업 전면으로 부상한 것이 거스를 수 없는 대세임을 보여주었다. 화웨이는 지능형 기술의 대중화를 앞당기고 있지만, 동시에 완성차회사들의 기술적 자립심을 앗아가는 양날의 검이 되고 있다. 향후 글로벌 자동차 산업은 기술 혁신과 자급자족 사이의 균형을 맞추고, 특정 기술 권력에 대한 과도한 의존도를 어떻게 완화할 것인가라는 도전에 직면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1987년 통신장비 기업으로 출발한 화웨이는 화웨이는 2021년 자동차를 직접 제조하지 않으며 디지털 자동차 지향 부품 공급 업체가 되겠다는 목표를 공식화했었다. 지금도 그들이 발표했던 방향성과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전통적인 완성차 중심의 공급망 구조를 무너뜨리고 부품사가 주도권을 쥐는 새로운 생태계를 만들어 냈다.
실제 행보는 일반적인 부품사를 넘어선다. 화웨이의 사업 구조는 단순 부품 공급부터 하모니 OS와 자율주행 솔루션을 통째로 이식하는 화웨이 인사이드(HI), 그리고 브랜드 운영과 판매까지 지원하는 HIMA(스마트 셀렉션) 모델로 나뉜다. 특히 HIMA 모델은 사실상 자동차 제조사에 준하는 역할을 수행해 업계에서는 이를 티어 0.5라 명명해 왔다.
화웨이는 세레스와 합작한 아이토를 비롯해 체리자동차와 합작한 럭시드, 베이징자동차와의 스텔라토, JAC와의 마엑스트로, 상하이자동차와의 상졔 등으로 전방위적인 브랜드 연합군을 구축했다. 2024년에는 창안자동차와 합작사 뉴 쿨을 설립해 자율주행과 스마트 콕핏 기술 자원을 통합했으며, 창안자동차 및 CATL과 공동 개발한 CHN 플랫폼은 중대형 세단부터 고급 SUV까지 아우르는 포트폴리오를 완성했다. 이러한 화웨이의 영향력은 중국 내수 시장을 넘어 글로벌 완성차 업체와의 협력으로까지 확장되고 있다.
화웨이의 성공 모델은 바이두, 텐센트, 알리바바 등 중국 IT 거물들은 물론 대만의 폭스콘까지 후발 경쟁자로 등장하게 했다. 폭스콘은 전 세계 전기차의 40%를 자사 시스템으로 생산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텐센트는 토요타에 클라우드와 AI 기술을 제공하며 생태계 깊숙이 침투 중이다.
현대차와 바이두, 토요타와 텐센트의 협력에서 보듯 많은 글로벌 업체들도 중국 시장 생존을 위해 이들과 협력하고 있다. 완성차 업체가 절대 우위를 점하던 지난 100년의 질서가 무너졌다. ICT 거대 기업들이 산업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새로운 분업의 시대가 열리고 있다. 이 거대한 흐름 속에서 기술 자급자족과 생태계 협력 사이의 균형을 맞추는 것이 글로벌 자동차 제조사들의 생존을 가를 결정적 과제가 될 것이다.
완성차 업체 입장에서 화웨이와의 협력은 빠른 시장 진입을 돕는 지름길이 될 수 있다. 반면 장기적으로는 브랜드 고유의 정체성과 기술 자립을 포기해야 하는 독이 든 성배가 될 위험도 공존한다.
화웨이는 1987년 설립된 통신장비 및 단말기가 주력인 기업이다. 유색인종 국가에서는 처음으로 시스템 반도체 사업을 시작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중국의 반도체 굴기를 이끌고 있다. 중국 반도체 시장에서 엔비디아를 넘어 1위를 장악하고 있다.
화웨이의 시스템을 채용한 자동차회사들의 기세도 무섭다. 장화이자동차그룹(JAC)과 합작 프리미엄 브랜드인 마엑스트로의 플래그십 세단 S800이 2025년 12월 중국 시장에서 전월 대비 104% 증가한 4,376대가 판매되어 70만 위안(약 10만 달러) 이상의 고가 럭셔리 세단 부문에서 1위에 올랐다. 같은 기간 2위를 차지한 포르쉐 파나메라는 1,593대, 3위 BMW 7 시리즈는 1,429대, 4위 마이바흐 S-클래스는1,118대가 팔렸다. 세 모델을 합해도 4,140대로 마엑스트로 S800 모다 200대 이상 적다. 이외에도 메르세데스 벤츠 S-클래스는 923대, 아우디 A8은 511대가 팔렸다.
화웨이가 광저우자동차 그룹과 공동 개발한 프리미엄 지능형 전기차 브랜드 아이스타랜드도 2026년 3월 공식 출시됐다. 이는 화웨이의 첸쿤 지능형 자동차 솔루션 유닛과 대형 국영 자동차 그룹 간의 심층 협력 모델이 본격적인 결실을 본 사례로 평가받는다.
화웨이의 HIMA는 오토차이나 2026을 통해 대규모 신모델 라인업을 공개했다. 샤오미 SU7을 정조준한 상제 Z7부터 브랜드 최초의 MPV인 럭시드 V9, 주력 SUV인 아이토 M6와 상품성을 강화한 신형 M9까지 화웨이의 최첨단 기술력을 집약한 모델들이 대거 쏟아냈다.
중형 SUV 시장의 새로운 병기인 아이토 M6두 주목을 끌었다. 25만 9,800위안(약 4,900만 원)에 출시된 M6는 화웨이의 최신 자율주행 시스템인 ADS 4.1 하이 에디션을 기본 탑재하고 896라인 라이다 등 36개의 센서를 통해 독보적인 지능형 주행 성능을 구현했다. 아이토 M9 역시 차체 크기를 확장하고 내장재를 우드 그레인으로 업그레이드하는 등 완성도를 높였다.
럭시드 브랜드의 첫 MPV인 V9은 사전 판매가 39만9,800위안(약 7,500만 원)을 제시하며 프리미엄 패밀리카 시장을 겨냥하고 있다. 특히 V9은 2열 무중력 시트와 전원 차단 후에도 12시간 유지되는 냉장고 등 호화 사양과 함께 후륜 조향 시스템을 갖춰 대형 차량임에도 5.35m의 짧은 회전 반경을 확보한 것이 특징이다. 이 밖에도 상제 Z7은 샤오미 SU7보다 단 100위안 낮은 21만 9,800위안으로 가격을 책정하며 시장의 가격 경쟁을 한층 가열시켰다.
서구 완성차회사들과도 협력의 폭을 넓히고 있다. 2025년 중국 항저우에서 시작된 기술 주간에서 FAW-아우디는 이러한 전략을 보여주는 두 가지 핵심 모델을 공개했다. 독일의 100년 전통 엔지니어링 기술과 중국의 최첨단 기술 혁신을 결합하는 새로운 전략으로 경쟁이 치열한 중국 하이엔드 신에너지차 시장에서 입지 확대를 위한 것이다.
GAC-토요타는 화웨이의 구동 시스템과 운영체제를 탑재한 차세대 전기 세단 bZ7을 출시했다. 가장 큰 특징은 핵심 파워트레인을 토요타나 GAC가 아닌 화웨이로부터 공급받는다는 점이다. bZ7은 화웨이의 드라이브 원 구동계 시스템을 탑재했다. 이는 전기 모터, 인버터, 변속기를 하나로 통합한 고효율 플랫폼으로, 최대출력 207kW(약 281마력)와 최고 속도 180km/h의 성능을 발휘한다. 또한 실내 스마트 콕핏에는 화웨이의 최신 운영체제인 하모니OS 5.0이 적용되어 중국 현지 앱 생태계와 완벽한 호환성을 자랑한다.
21세기 초 중국시장을 통해 존재감을 강화해 온 서구 완성차회사들이 화웨이의 구동계와 운영체제를 그대로 이식한 것은 중국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현지 빅테크와의 협력은 선택이 아닌 필수 조건이 되어 있다.
화웨이는 오토차이나 2026에 라이다, 밀리미터파 레이더 등 AD/ADAS 관련 기술에 중점을 둔 전기 파워트레인, 열 관리 시스템, 도메인/존 컨트롤러 등 전기화 및 지능화와 관련된 다양한 부품 및 시스템을 전시했다.
화웨이 관련 전시는 자체 부스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화웨이와 협력하는 중국 자동차 업체 부스에는 화웨이가 개발에 참여한 신에너지차가 다수 전시됐다. 외형적으로는 자체 브랜드를 내 세운다. 그러나 들여다 보면 중국의 주요 자동차업체 중 다수가 현재 화웨이와 파트너십을 맺고 전기화와 지능화를 촉진하고 있다. 화웨이의 영향력은 꾸준히 확대되고 있다.
또 다른 길도 개척하고 있다. 창안자동차, CATL과 공동으로 CHN이라는 합작 전기차 플랫폼을 개발했다. 창안은 완성차 설계와 생산을 담당한다. 화웨이는 스마트카, OS, 자율주행, 스마트 콕핏 등 ICT 기술을, CATL은 배터리 기술을 담당한다.
당연히 화웨이의 하모니 OS 베이스 스마트 콕핏 CDC(스마트 콧핏 플랫폼), ADC(자율주행 컨트롤러) 등 ICT 기술을 통합한다. 자율주행과 인포테인먼트, OTA(무선 업데이트) 등이 채용된다. CATL은 750볼트 고전압 시스템을 지원하는 고속 충전 기술 등을 담당한다. 현재 CHN플랫폼 베이스의 모델은 아바타 11등이 있다.
주목할 것은 중국의 자동차산업 생태계가 서구 자동차회사들과는 달리 뚜렷한 분업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다만 최근 화웨이의 상승세가 주춤하고 있다. 중국 승용차협회 자료에 따르면 HIMA의 3월 판매량은 2만 6,582대로, 춘절 연휴가 포함된 2월의 2만 8,212대보다 오히려 감소했다. 통상적으로 3월에 판매량이 반등하는 중국 시장의 흐름과는 대조적인 결과다. 샤오미 등 경쟁업체의 등장과 시장 포화 상태가 맞물린 결과로 분석되고 있다. HIMA가 오토차이나 2026을 기점으로 대대적인 신차 공세를 펼치는 것 역시 이러한 위기 상황을 돌파하기 위한 승부수로 보고 있다. 자동차회사는 신차를 먹고 산다는 논리는 여기에서도 적용된다.
1년 전 중국 제조업의 공급 과잉이 이슈로 부상한 상황에서 화웨이의 자동차 사업이 어떤 형태로 발전할지 평가하기는 이르다고 평가했었다. 그런데 오토차이나 2026을 통해 상상 이상의 세 확대를 통해 새로운 생태계의 주역으로 부상했다.
화웨이뿐만 아니라 중국의 빅테크 기업들은 다양한 파트너십과 합작 브랜드를 통해 자동차 산업 내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해외 업체들과의 협력도 더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완성차회사를 중심으로 돌아가던 자동차산업이 전혀 다른 구조로 바뀌고 있다. 적어도 지금은 중국이 새로운 산업 표준을 세워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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