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이 5월 7일, 대형 화물차에 대한 탄소 배출 목표 기준을 완화하는 개정안을 공식 시행한다고 발표했다. 이번 규정은 기존의 엄격한 감축 경로를 수정하여 자동차 제조업체들에게 유연성을 부여하는 것이 핵심이다. 그러나 환경 싱크탱크인 국제청정교통협의회(ICCT)는 이번 조치로 인해 향후 10년간 유럽 내 전기 트럭 보급량이 당초 예상보다 20만 대가량 급감할 것이라며 강한 우려를 표명했다.
이번 개정안의 핵심은 2025년부터 2029년까지 적용되는 중간 목표의 선형적 감축 의무를 폐지한 것이다. 기존 법안에 따르면 제조업체는 2019년 대비 2025년까지 15%, 2030년까지 45%의 배출량을 줄여야 하며, 그 사이 매년 단계적인 감축 목표를 달성해야 했다. 하지만 새 규정은 2025년의 15% 감축 목표를 2029년까지 동일하게 유지하도록 허용했다. 이에 따라 제조업체가 특정 연도에 15% 이상의 감축을 달성할 경우, 초과분만큼 크레딧을 쌓아 2030년 이후 부과될 막대한 벌금을 상쇄하는 데 사용할 수 있게 됐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는 이번 규제 완화의 근거로 인프라 부족을 꼽았다. 고속도로를 따라 대형 차량용 공공 충전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작업이 예상보다 지연되면서, 운송업체들이 전기 트럭 구매를 주저하고 있다는 현실을 반영한 것이다. 제조업체 입장에서는 차량을 만들어도 충전 인프라가 없어 팔리지 않는 상황에서 벌금 폭탄을 맞을 위기를 일단 면하게 된 셈이다.
하지만 ICCT는 이번 유연성 도입으로 인해 2030년 신규 등록 트럭 중 전기차 비중이 기존 전망치인 32%에서 절반 수준인 16%로 크게 하락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한 누적된 크레딧이 2030년 이후에도 사용될 수 있어, 2035년까지도 전기 트럭의 시장 점유율 확대를 가로막는 장애물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디젤 가격이 사상 최고치로 치솟는 시점에 배출가스 제로 트럭 보급의 고삐를 늦추는 것은 우려스러운 퇴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유럽연합의 이번 결정은 기후 목표와 산업 현실 사이의 고통스러운 타협이라는 해석이 많다. 인프라가 뒷받침되지 않는 규제는 결국 제조업체의 파산이나 물류비용 급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공포가 정책에 반영된 결과라는 것이다.
하지만 ICCT의 지적처럼 한 번 늦춰진 전동화의 시계는 다시 되돌리기 어렵다. 20만 대의 전기 트럭이 사라진 자리를 다시 디젤 트럭이 채우게 된다면, 유럽이 공언해 온 2050 탄소 중립 달성은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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