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자동차회사들은 내수 부진과 수출 호황의 양면성을 띄고 있다. 특히 유럽시장에서의 성장세가 두드러진다. 그 중심에 유럽 현지 생태계에 깊숙이 뿌리를 내린 지리가 있다.
2010년 볼보를 인수한 지리는 지난 20년간 단순히 저가 모델을 앞세워 시장을 공략하는 신규 진입자의 자세가 아니라, 투자와 파트너십, 지역 개발을 결합해 유럽 자동차 산업의 일원이 되는 방식을 택했다. 지리 오토 인터내셔널 CEO 알렉스 난은 지리의 40년 역사 중 절반을 유럽 내 입지를 구축하는 데 썼다며, 2000년대 초반부터 시작된 장기적 안목의 투자가 현재의 결실로 이어지고 있음을 강조했다.
당연히 지리 자동차 역사의 가장 중요한 변곡점은 볼보의 인수였다. 지리는 볼보의 브랜드 정체성을 존중하면서도 플랫폼과 엔지니어링 자원을 공유하는 영리한 전략을 취했다. 2013년 스웨덴에 설립된 공동 연구개발 센터는 인재들의 허브로 성장했으며, 여기서 탄생한 기술력은 링크앤코와 지커 등 프리미엄 브랜드의 토대가 됐다.
지리는 유럽의 디자인 센터와 기술 센터를 통해 유럽의 영혼’을 담아낸다는 자세로 유럽인을 위해 유럽에서 설계된 자동차라는 점을 강조해왔다.
중국 자동차에 대한 유럽 시장의 인식은 제품 성능과 디지털 경쟁력을 바탕으로 빠르게 개선되고 있다. 최근 독일 플릿 매니저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80%가 중국차가 전통적인 유럽 브랜드와 동등하거나 오히려 더 나은 수준이라고 답했다. 실제 사용자들 역시 넓은 공간과 스포티한 디자인, 그리고 압도적인 주행 거리와 디지털 연결성에 높은 점수를 주고 있다.
중국자동차제조협회(CAAM)에 따르면 2025년 중국의 신에너지차 총 생산은 1,600만 대를 돌파했다. 수출액은 전년 대비 43% 증가한 696억 달러(약 95조 원)에 달한다. 특히 66개국 이상이 1억 달러 이상의 중국 전기차를 수입하며 수출 지형도 역시 광범위해지고 있다.
지리는 각 브랜드별로 맞춤형 전략을 펼치고 있다. 지커는 5만~7만 유로대의 프리미엄 시장을, 링크앤코는 구독형 모델을, 지리 EX5 등은 3만 유로대의 대중화 모델을 맡아 유럽 시장의 전 세그먼트를 촘촘히 공략 중이다.
많은 중국 기업이 막대한 자금력으로 해외 브랜드를 사들인 뒤 기술만 흡수하고 버리는 오류를 범했지만, 지리는 볼보의 헤리티지를 보존하면서 그들의 엔지니어링 DNA를 자사의 전동화 기술과 결합하는 전략을 구사했다.
지리가 스웨덴 예테보리에 디자인과 R&D 거점을 두고 유럽을 위해 설계한다고 천명한 것은, 신뢰받는 파트너로 인정받고 싶어 한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중국차가 중국을 넘어 세계 시장에서의 존재감을 확대가고 있는 상황에서 지리의 움직임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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