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브리티시 볼토, 스웨덴 노스볼트 등에 이어 노르웨이의 모로우 배터리도 결국 파산 절차에 들어갔다. 유럽의 배터리 자립을 꿈꾸며 2024년 LFP셀 생산을 시작하며 주목받은 지 불과 1년여 만의 일이다.
모로우 배터리 이사회는 5월 11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회사가 지급불능 상태에 빠졌으며, 본사와 자회사에 대한 파산 신청을 완료했다고 발표했다. 한때 지멘스 등 글로벌 기업의 지원을 받으며 총 43GWh 규모의 기가팩토리 건설을 꿈꿨던 이들의 몰락은 유럽 배터리 산업에 큰 충격을 안겨주고 있다.
2024년 여름 가동을 시작한 노르웨이 아렌달 공장의 연간 생산 능력은 단 1GWh에 불과했다. 이는 소형 전기차 약 2만 5,000대 분량으로, 폭스바겐 등 대형 완성차 업체의 수요를 충족시키기엔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다. 반면 경쟁사인 폭스바겐 파워코의 신설 공장은 20GWh 이상의 규모를 갖추고 있어, 애초에 비용 경쟁에서 밀릴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글로벌 시장 환경 역시 악재로 작용했다. 배터리 공급 과잉으로 인한 가격 하락과 금리 인상에 따른 자본 비용 상승이 맞물리면서 신규 투자자 확보에 실패했다. 여기에 양산 공정에서의 수율 확보 지연과 높은 불량률이 자금 소진을 가속화했다. 모로우측은 지속 가능한 해결책을 찾기 위해 노력했으나 제한된 투자 시장 상황에서 충분한 자금을 확보하는 데 실패했다고 토로했다.
이번 사태는 앞서 경영 위기를 겪은 스웨덴의 노스볼트와 궤를 같이한다. 유럽 기업들이 친환경과 자립을 내세워 시장에 뛰어들었지만, 이미 거대한 규모의 경제를 형성한 한국과 중국 기업들의 파상공세를 버텨내지 못한 것이다. 현재 파산 관리인은 기업 가치를 보존하고 사업 일부를 지속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 중이지만, 전체 운영을 정상화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번 모로우 배터리의 파산은 유럽 배터리 업계가 마주한 냉혹한 현실을 가감 없이 보여준다. 배터리 산업은 단순히 기술력이 있다고 성공하는 분야가 아니다. 수조 원 단위의 자본을 지속적으로 투입해 수율을 잡고, 규모의 경제를 통해 단가를 낮추는 자본 집약적 장치 산업의 성격이 강하다.
모로우의 파산은 독자적인 배터리 공급망을 구축하려는 유럽의 야심이 얼마나 험난한 길인지를 다시 한번 확인시켜 주고 있다. 향후 유럽 완성차 업체들이 다시 한국과 중국의 배터리 의존도를 높일 수밖에 없는 상황을 고착화시킬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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