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가 '더 뉴 그랜저'를 선보였다. GN7 출시 이후 3년 반 만에 찾아온 부분변경 모델이다. 그랜저는 1986년 1세대 출시 이후 40여 년 동안 현대차의 플래그십 역할을 수행하며 기술적 진보를 상징해왔다. 새로 공개된 모델은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SDV) 기술과 차세대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집약해 지능형 이동 경험을 제공한다.겉모양을 다듬는 데 집중하던 과거 방식과 궤를 달리, 하드웨어의 한계를 소프트웨어로 극복하려는 의지가 반영된 결과물이기도 하다.
디자인 변화는 시각적 비례감을 조절하는 데 집중했다. 전장 5,050mm를 비롯한 기본 제원은 유지하되, 전면부 돌출 정도를 15mm 키운 '샤크 노즈' 형상으로 날렵함을 강조했다. 얇아진 베젤리스 타입 호라이즌 램프와 멀티셀 프로젝션 헤드램프는 전면 하단 범퍼와 어우러져 하이테크한 인상을 풍긴다. 측면 펜더에 새롭게 이식된 방향지시등은 시인성을 높이는 동시에 측면 실루엣에 입체감을 더한다.
루프라인에서 삭제된 샤크핀 안테나는 깔끔한 실루엣을 완성한다. 현대 세단 중 처음 시도된 히든 타입 안테나는 미니멀리즘 디자인을 보여주는 요소로 꼽힌다. 이번 디자인 변화는 공기역학적 효율을 개선하는 동시에, 그랜저가 지향하는 정제된 이미지를 단단하게 다지는 선택이다.
변화의 핵심은 인포테인먼트의 토대가 되는 운영체제다. 현대차 최초로 탑재된 AAOS 기반 '플레오스 커넥트'는 17인치 대형 디스플레이를 중심으로 스마트폰과 흡사한 앱 생태계를 구축했고, 전방에 배치된 9.9인치 슬림 디스플레이는 주행 정보를 확인하는 방식을 효율적으로 재구성한다.
기존 시스템과 비교해 OTA 업데이트의 유연성이 대폭 확보됐고, 외부 개발자의 참여로 차량 전용 앱을 자유롭게 내려받을 수 있는 환경도 갖췄다. 앱이 차량의 공조나 음향 시스템과 유기적으로 연동되는 수준까지 발전했다.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의 영상 콘텐츠에 맞춰 실내 조명과 사운드 시스템이 실시간으로 반응하는 식이다.
여기에 '글레오 AI'라는 이름의 생성형 인공지능이 비서 역할을 맡는다. 국산 모델 중 처음 시도되는 기능이다. 자연스러운 대화와 지식 검색, 일정 관리를 돕는 에이전트 기능을 갖췄다. 목적지를 설정할 때 단순히 최단 거리를 찾는 수준을 벗어나 운전자의 평소 취향이나 주변 맛집, 주차 편의성까지 고려한 제안을 건넨다.
경쟁 기종인 기아 K8이 기존 시스템을 유지하는 상황에서 기술적 우위를 점한 형국이다. 다만 볼보나 폴스타 등 AAOS를 선제 도입했던 브랜드들이 겪은 소프트웨어 안정성 문제는 여전히 지켜봐야 할 대목이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최적화가 완벽하지 않을 경우 발생하는 시스템 지연이나 오류를 얼마나 빠르게 잡아내느냐가 실질적인 사용자 만족도를 가를 것이다.
사용자 편의 기능도 대폭 보강됐다. 전동식 에어벤트와 페달 오조작 안전 보조 장치를 전 트림에 기본 사양으로 포함했다. 조작 노브를 없앤 히든 벤트 설계는 실내 공간의 개방감을 높인다. 특히 주행 경로를 기억해 자동으로 조향을 제어하며 후진을 돕는 기능이나, 구역별로 투명도가 조절되는 스마트 비전 루프는 프리미엄급 수입 모델에서나 접하던 기술이다.
스마트 비전 루프는 PDLC 필름을 활용해 6개 구역의 채광을 독립적으로 조절할 수 있어 기계식 블라인드의 무게 부담과 실내 층고 손실을 동시에 해결했다. 페달 오조작 안전 보조 장치는 가속 페달과 브레이크 페달을 착각해 발생하는 급발진 추정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려는 장치다. 대중적인 양산차의 기술 밀도가 한 단계 올라선 셈이다.
하이브리드 시스템의 진보 역시 주목할 요소다. 세단 중 처음 적용된 차세대 하이브리드는 구동 모터와 시동 모터가 병렬로 결합된 구조를 취하며 모터 출력을 기존 대비 25% 향상했다. 47.7kW급 모터는 가속 시 더욱 즉각적인 반응을 이끌어내며 정숙한 주행 환경을 만든다. 에너지 회수 효율이 개선되면서 도심 주행 시 전기 모드 개입 빈도도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배터리 배치를 최적화하면서 하이브리드 모델의 고질적인 약점이었던 2열 공간 활용성을 극대화한 점도 돋보인다. 시트 하부 공간을 재설계한 덕분에 하이브리드 선택지에서도 2열 리클라이닝과 통풍 시트를 누릴 수 있게 됐다. 패밀리 세단으로서의 가치를 중시하는 소비자들에게 적지 않은 소구점이 될 가능성이 높다.
최신 기술과 기능,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의 변화가 더해지면서 가격 인상은 피할 수 없어 보인다. 이전 연식 대비 10%가량 오른 가격은 소비자들에게 심리적 저항선을 형성할 수 있다. 특히 하이브리드 캘리그래피 트림에서 모든 옵션을 선택할 경우 7,000만 원대에 진입하게 되는데, 이는 제네시스 G80이나 수입 프리미엄 세단과 직접 경쟁해야 하는 구간이다. 기아 K8과의 가격 격차가 벌어진 점도 시장 경쟁에서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더 뉴 그랜저는 현대차가 추구하는 미래 이동 수단의 본질을 플래그십 세단에 집약한 시도다. 겉모습보다 소프트웨어 경쟁력을 앞세운 현대차의 행보가 실제 판매량으로 이어질지는 하이브리드의 실질 연비와 플레오스 커넥트의 안정성이 확인되는 시점에 가려질 전망이다. 가격 인상폭을 납득시킬 수 있는 완성도가 뒷받침되어야 할 시점이다.
글, 영상 / 원선웅 (글로벌오토뉴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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